이 번주가 시작하자마자 뭘 잘못 먹었는지 친구 아들 생일잔치에 가서 먹은 케이크가 원인일 수 있다고 짐작할 뿐. 물론 3조각이나 먹었지만... 이도가 토하다 울다를 반복한다. 매 번 느끼는 거지만 아이들은 한 눈 파는 사이에 다치거나 혹은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유로 잔병치레를 한다. 그렇게 며칠을 고생하다 주말이 다 되어서야 몸을 추스르고 아침 일찍 동물원 관람열차를 타러 갔다. 오랜만에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아직은 한산한 동물원을 거닐다 코끼리 가족의 아침식사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참으로 평화로운 토요일 아침...이었는데 나의 실수로 마리의 스마트폰을 떨어뜨린 순간 평화는 산산조각 난 그녀의 스마트폰 화면처럼 깨지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와 서둘러 점심을 먹고 홀로 집 근처의 스마트폰 수리점을 방문한다.
"내가 이걸 실수로 떨어뜨려서 액정이 깨졌는데 혹시 수리가 가능할까?"
"이리 줘봐. 갤럭시 s6 모델이네. 잠시만 기다려봐."
"알았어..."
"확인해 보니 다른 이상은 없고 액정을 교체하는데 200유로가 드는데 솔직히 나 같으면 새 모델을 사겠어. 같은 모델 상태 좋은 걸로 중고시세가 150유로 정도야."
"다른 방법은 없을까?"
"미안하지만 없어."
새 모델을 사서 마리에게 선물을 할까도 잠시 생각해 보았지만 기계 자체보다 그 안에 들어있는 사진 등을 비롯한 데이터가 중요한 것이라는 걸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친절한 점원의 설명을 듣고 난 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주변에 위치한 또 다른 수리점을 방문하여 똑같은 질문을 했다. 그 친구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혹시라도, 조금이라도 저렴한 곳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결론은 거기서 거기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방문한 수리점에 액정 교체를 맡겼다. 2시간 기다리란다.
근처에서 맥주나 한 잔 하며 기다릴까? 날씨도 좋은데... 아니다. 그럴 기분도 아니고 괜히 더 재수 없는 일이 일어날까 집에 가서 기다리기로 한다. 맥주 3병을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친구 한 명을 만났다.
"빈, 어떻게 지내?"
"뭐 그냥 그래. 사실 좋지 않은 일이 있었어."
"무슨 일?"
난 볼프강에게 오늘 200유로를 날리게 된 사연을 짧게 이야기했다.
"에이 난 또 뭐라고. 무슨 큰 일이라도 있는 줄 알고 걱정했잖아."
"그런가? 큰 일은 아닌가?"
"당연하지. 물론 200유로가 적은 돈은 아니지만 단순히 돈이잖아. 누가 다치거나 혹은 마음이 아픈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날 위로하려는 듯 친구는 그의 첫사랑 이야기까지 꺼내며 참고로 그 친구는 내일모레 50살이다. 그깟? 돈 때문에 주말을 망치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가던 길을 갔다. 순간 잠시 동안 머릿속이 하얘졌다. 맞다. 그냥 단순히 돈 문제였구나. 내가 그깟 돈 때문에 화창한 주말을 망칠 필요는 없잖아. 어차피 일어난 일이고. 한층 가벼워진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맥주잔을 기울인다. 맥주치곤 아주 비싸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