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어두운 골목
술에 취한 여자가 비틀거리며 힘겨운 듯 걷고 있다
높은 힐이 걸리적거렸다
'에잇.. 왜 안 벗겨져...'
발목에 걸려있는 샌들의 끈이 풀리지 않아 낑낑 거리면서 신발을 벗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신발 끈 하나도 못 벗는 바보 같은 계집애. 그러니깐 차이지.. 아.. 차인 거 아니야!'
뚝뚝뚝....
눈물이 떨어졌다.
'어... 엉.. 엉... 나쁜 놈.. 가란다고 진짜 가느냐?'
울면서 신발을 벗겠다고
아등바등하는 여자에게 검은색 그림자가 다가왔다.
여자가 길바닥에 주저 앉아 비틀거리면서 중얼중얼 거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뭘 하는가 싶어 쳐다보다가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는 긴 생머리의 작은 여자를 그냥 모른 척 하기가 그랬다.
다가갔다.
'에잇. 신발아 좀 벗겨져봐... 잉 엉... 뭐가 불만 이야..잉엉 '
'이봐.. 아가씨... 이런데서 뭐 하는 거야?'
'음... 아저씨... 신발이 안 벗겨져요! 애 좀 벗겨줘봐 봐'
'우선 아가씨 일어나 봐 봐'
여자를 일으켰다.
비틀 비틀..
픽
자신의 품으로 쓰려진 여자를 두 팔로 안았다.
아기향기가 났다. 검은 머리카락이 목덜미를 간지럽혔다
심장이 두근두근
'아가씨 집이.. 어디야?'
'..................'
잠이 들었나 보다.
'이를 어쩌지...'
창가로 들어오는 햇빛에 눈을 뜬 여자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어.. 여기가...'
방문이 열리는 소리에 순간 너무 놀라 다시 침대에 누웠다.
'이봐.. 일어난 거 다 알거든.."
"음........ 창피해서요... 눈을 뜰 수가 없는데요... 저 죄송한데 상황 좀 설명해 주세요"
"하.. 술 먹고 취해서 바닥에 쓰러져 있었어.."
"아................."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여자였다.
중간중간 끊어져 있던 기억들이 하나 씩 이어지는 듯했다.
"어.. 내가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고... 신발이 안 벗겨 지고.. 음........."
"대충 술 깼으면 나와..."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는 창피해하는 여자를 뒤로 하고 남자는 방을 나갔다.
작은방이었다.
창가로 들어오는 햇빛이 아주 따스했지만 방안에는 침대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상막했다. 어두웠다.
"근데.. 언제 봤다고 반말이지..."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거실로 나간 여자는 넓은 거실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기요.. 거실이 한 100평은 되나요?"
"아니.. 50평 정도.."
"거실이 이렇게 큰 경우는 또 처음입니다."
".........................."
거실을 돌아다니면서 구경하기 바빴다.
비싸 보이는 인테리어 소품, 가구, 심지어는 책장의 책까지도 온통 신기했다.
"우와.. 우~~~~ 와"
"넌 굉장히 수다스러운 여자군..."
"네?"
왔다 갔다 하면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여자가 신기한 남자였다.
"시끄러워... 얼른 와서 아침이나 먹지?"
"우와... 절 위해 아침식사까지.. 죄송합니다.."
"얼른 먹고 사라져.."
"네........."
식탁에 앉아 밥을 먹다 말고는 입을 여는 여자였다.
"그런데 말이에요.. 처음 보는 여자한테 이렇게 해도 되나요?"
"하하 그럼 댁은 처음 보는 남자 집에서 이래도 되나?"
"아... 저야... 그쪽이.. 아...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저는 지영입니다. 이지영..."
"헨리......"
"헨리요? 한국인이신데..."
"................"
"뭐 사연이 있으신 듯 하니.. 그냥 헨리로... 저 오 헨리 좋아해요... 마지막 잎새..."
"얼른 먹어라..."
"네... 그런데 왜 자꾸 반말이세요? "
"내가 너보다 훨씬 나이가 많을 듯 한데..."
"뭐... 그러네요..."
그렇게 아침 내내 여자는 수다스럽게 말을 했다.
정말 쉬지 않고 끊임없이 말을 하는 여자였다.
"너 입 안 아프니?"
"네?"
"정말 수다스럽구나... 난 말 많은 사람 딱 질색이야..."
"아......... 네.. 근데 오늘... 아... 다행이다... 토요일이네요..
하~~ 저 죄송한데.. 아침 먹고 들어가서 조금 더 자도 되죠?"
"어?"
통성명 후 돌아오는 지영의 뻔뻔함이 헨리를 더 당황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