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연애소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자까 Sep 06. 2015

서예교습소 #2

첫 직장 이였다.
갓 졸업한 그녀에게 회사는 참 재미있는 곳 이였다.
그는 30대 초반의 젊은 상사였다.
전무라고는 하지만 어차피 재벌 2세, 회장님 첫째 아들.
그가 회사의 오너가 될 것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이였다.
“참……. 전무님 성격 지랄 맞지? 근데 지영씨 참 잘 버티는 것 같아! 나 같으면 한 달도 못 버틸 것 같아.얼마나 됐지?”
“이제 6개월이요. 할만 해요”
정말 성격이 지랄 맞은 그다.
하루에도 몇 번씩 호출을 했다.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에는 그녀에게 부리는 짜증은 정말 말로는 표현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회사 생활이 재미있었다.
밝고, 수다스러운 그녀였고 그녀의 주변에는 항상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녀가 나타나면 그곳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영씨 오늘 저녁에 약속 있으세요?”
옆 부서 남자 직원 현태였다.
그녀가 휴게실에서 다 동료들과 차를 마시고 있으면, 슬며시 다가와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사주었다. 회사 직원들이 모두 알고 있었다, 현태가 그녀에게 관심 있다는 그리고 그녀 또한 현태의 관심이 싫지 않았다.
“특별한 약속은 없어요. 근데 왜?”
“아. 그럼 저랑 저녁 함께 하실래요?”
“아…….네…….”
그녀가 수줍게 긍정의 대답을 했다.
“어. 전무님 안녕하십니까?”
“이비서. 점심시간 다 끝나 가는데 아직도 휴게실에서 뭐하고 있는 건가요?”
“아. 네”
그가 화가 난 것 같았다. 급하게 그를 따라가면서 현태에게 전화하라고 손짓을 했고 그런 그녀를 바라보면 웃는 현태였다. 오늘은 그녀는 전무님이  아무리 화를 내고 성질을 부려도 행복할 것 같았다.
“네, 전무님!”
“오늘 저녁일정에 이비서도 같이 갈테니 준비하도록 해”
“네?”
“두 번 말해야해. 이비서도 따라오라고...”
“네”
한 번도 미팅이나, 저녁일정에 그녀와 함께 동행을 한적이 없었던 전무였다. 미팅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젊은 전무를 살짝 못 미더워 하는 그들은 점점 그의 이야기와 행동에 매력을 느끼는 듯 했다.
“잘나긴 했다.”
낮은 목소리, 강인하게 생긴 턱, 부리부리 하지만 맑은 눈, 고집 있게 생긴 코
그녀는 한참 이야기를 하는 그의 옆얼굴을 쳐다보다 눈이 마주쳤고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나 보고 있었던 거 다 알아.”
라는 눈빛으로 그녀를 보는 그였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더 창피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신의 시계 봤고. 현태와의 약속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음에 다시 마음이 설레이기 시작했다.

“식사 하러 가시지요! 이비서는 밖에서 대기 하도록…….”
“네?”
“오늘 왜 이렇게 말길을 못 알아들어. 차에서 대기 하라고. 그리고 김 과장은 퇴근하라고 해”
“네”
그들은 안에서 식사를 하고 그녀는 밖에서 그냥 대기 중이였다.
“김 과장님은 퇴근 시키신 마당에 왜 나는 대기를 하라고 하시는 거야?”

도무지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 그녀였다. 차안은 추웠다. 히터를 틀고 싶어도 틀지 못했다. 운전면허도 없고 차에 시동을 걸줄도 모르는 그녀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상 그녀가 히터를 튼다 해도, 그는  자신의 것을 함부로 만지는 것을 싫어하니 분명 한마디 할 것이 뻔했다
“그냥 버티지 뭐! 아…….약속”
그녀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을 현태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말했다. 그리고는 다음번에 꼭 함께 하자고 했다.

인기척에 놀란 그녀가 눈을 떴다
"어?"
“이비서는 아무데서나 아주 잘 자는군.."
“죄송합니다. 기다리다 잠시 잠에 들었습니다. 미팅은 다 끝나셨나요?”
“ .............”
“대리를 부르겠습니다. 저는 운전을 할 줄 모릅니다.”
“................”
“어. 여긴.”
“피곤할 텐데 들어가 쉬도록.”
그녀는 차안에서 잠이들었던것같고 전무가 운전을 해서 이미 그녀의 집앞에 도착해 있었다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녀는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갔다.
컨디션이 좋지 않음을 느낀 그녀였다.
씻을 힘 조차 없는 그녀는 그냥 침대에 몸을 뉘었고 그렇게 잠에 들었다.

어제밤 차안이 추웠던 이유였을까 컨디션이 많이 좋지 못한  그녀는 서 있기 조차 힘이 들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전무가 오늘 따라 더 그녀를 을찾았다.
“오늘따라 전무님. 유독 심하신 것 같은데요. 지영씨 괜찮아요? 어디 아픈 거 아녜요?”
“아. 감기기운 좀 있어요. 재킷이라도 좀 걸쳐야 겠어요.”
“회사에서 난방비를 너무 아끼는 것 같아요. 그쳐?”
“그러게요”
“도대체 사무실 그런 두꺼운 외투를 걸치고 있는 거야?”
그가 그녀에게 소리를 친다
“아. 네. 죄송합니다.”
그녀는 걸치고 있던 외투를 벗는 순간 휘청였다.
“지영씨.”
“이비서~~”
멀리서 누군가가 자신에게 뛰어 오는 것을 보였고 희미하게 자신을 안고 있는 그의 얼굴이 보이는 듯 했다.
“폐렴입니다. 심각한 정도는 아니고, 며칠 입원해서 치료 받으시면 될 듯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의 목소리에 놀라는 그녀였다. 사실 깨어 있었지만 언제 눈을  떠야 할지 몰라 그냥 자는 척을 하고 있었다.
 눈을 뜨려는 순간, 그가 점점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다
“어. 눈을 떠야 하는 건가? 말아야 하는 거지. 어.”
앞머리를 살짝 매만지는 그의  손길에 도저히 눈을 뜰 수 없는 그녀였다.
“그러 길래 왜 나를 화나게 해. 나 아닌 다른 남자 앞에서 웃지 마…….네가 그렇게 웃고 이야기 하는 것을 보면 화가나……. 얌전히 있었으면 되잖아. 나도 그러려고 한건 아니었어. 네가 그래도 차 시동을 걸줄 알았지. 히터도 틀지 않고 그리 추운 날 차안에서 그렇게 있을 줄 알았나! 멍청하긴. 자는 모습이 꼭 아이 같네!”
혼자말로 이야기 하는 그의 목소리에 어찌 반응을 해야 할지 모르는 그녀였다.

손길이 따뜻하다.
 그의  손이 점점 내려온다.
눈썹으로, 눈으로, 코로. 한참을 코끝에 멈춰져 있다. 머뭇거림이 느껴진다.
그의 손이 떨린다.
손이 입술로 내려오는 순간 그녀의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이 자신에게 가까워짐을 느꼈다.
그가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녀가 눈을 살며시 뜨고는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리고 팔을 벌려 그의 목을 안고선 다시 입을 맞추었다. 자신이 왜 그랬는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다
“괜찮겠어?”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서로의 옷을 벗겼다.
그녀의 손이 그의 넥타이를 푸르고, 셔츠의 단추를 하나씩 열었다.
그의 맨살에 입을 맞추고 있었고 그는 그녀 입술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의 가슴에 손을 얻고,  너무나 탄탄하고 예쁜 가슴을 황홀한 눈으로 바라만 보고 있었다.
“네…….괜찮습니다. 전무님”
“어..................”

그렇게 나는 그의 여자가 되었다.
첫눈에 반했다 했다.
검은색 원피스에 검은색 부츠를 신고 들어오는 나의 모습에 심장이 바닥으로 “툭”하고 떨어짐을 느꼈다고 했다.
자기 아닌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재잘 거리며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참새처럼 보였다고 한다.
개나리꽃처럼 화사하고 귀여웠다고 했다.

자신의 이런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더 모질게 굴어도 웃는 내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했다.
나도 처음에는 그냥 마냥 좋았다.
그와 회사에서 몰래 사랑을 나누었다.
그렇게 10년을 지냈다.
나는 이제 33살.........그는 43살........
그 사이 그는 회장이 되었고 결혼도 했으면, 아이도 있다.

더 이상 나는 그의 숨은 여자로 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도망을 쳤다. 회사를 그만두고 숨어버렸다
하지만 나를 찾았다
사실 찾아올 줄 알았다.
찾아 달라고 시위를 한 것 일수도 있다.
그가 또 열쇠를 주고 갔다.

술이 마시고 싶었다. 취하고 싶었다.
“교습소도 엄연한 교육하는 곳인데, 이렇게 술 마셔도 되는 겁니까?”
경민 이였다.
“아. 그러네요, 근데 뭐 다들 찻집인줄 아는데요... 함께 드실래요? 오늘은 술친구가 필요해요!”
나는 경민 에게 잔을 주고 술을 따라주었다
“나는 여기가 참 좋아요. 여러 사람이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걸. 듣고 있으면 참 재미있어요. 영진 할아버지도 좋고, 또 다 좋아요. 서예를 배우지는 않아도 와서 함께 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서 참 좋아요…….근데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나……."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글쎄..도망가야 하니깐..”
혼자 중얼중얼 거리면 술을 따르는 나를 경민이 말린다.
“ 많이 마셨습니다. 그리고 이미 취했어.”
“놔요~ 더 마셔야 해. 더 마시고,, 죽어버렸으면 좋겠어...근데 왜 반말이세요?”
"억울하면 지영씨도 반말하시든지.."
"싫어..난 반말하기..그럼 우리가 친해지잖아? 그런거 싫어"

술이 술술 들어가고 나는 정말 진탕 취했다
그때  교습소 밖에 불빛이 보였다. 그의 차다. 나를 보고 있다. 선팅이 되어있는 차이지만 그가 나를 보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지금이라도 뛰어가 그의 차에 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번에도 그렇게 다시 그에 곁으로 돌아가면,
정말 더는 나의 삶은 없을 것이다.
“경민씨. 죄송해요.”
나는 경민의 입에 키스를 했다. 그가 보고 있을 것이다. 잠깐 당황하는 경민이였지만 곧 나의 키스를 받아주는 경민의 행동에 사실 내가 더 놀랬다. 그렇게 한참 키스를 했다. 그와는 다른 느낌의 키스였다. 시동이 켜지고 그의 차가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나는 경민 에게서 떨어졌다.
“죄송합니다. 갔어요! 그가!”
“하하. 그런데 말이지... 나는 그렇게 호락호락 남자가 아니야..네가 먼저 시작했으니, 책임을 저야지?"
“네?”
경민이 나에게 다시 다가와 저돌적으로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경민의 손이 가슴으로 내려오는 것을 느껴졌다.
그 손을 잡는 나의 행동에 그가 키스를 멈춘다.
“말했지! 나 그렇게 착한 남자 아니라고. 그리고 시작은 네가 먼저 였어…….”
“하하하. 나도 그렇게 착한 여자 아녜요. 근데 혹시 애인이 있거나 유부남 아니죠?”
“어..아주 깨끗해”
“그건 모르는 거지..안 믿어!”
나는 오늘 취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렇게 사랑이란걸 다시 시작해 보려고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서예교습소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