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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 Sep 06. 2015

서예교습소 #1

"여기가 좋겠어요...계약하고 싶어요.."
오랜 취미였던 서예를  할수 있는 작업실을 찾고 있었다
이왕이면 서예도 가르칠수 있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차를 마실수 있는 곳이였으면 했다.
크지 않아도 좋다. 그리고 그가 나를 찾을 수 없는 곳.....
그냥 내 눈에 딱 들어오는 곳이면 좋겠다.
며칠째 그런 곳을 찾고 있었다.

드디어...찾았다.

“아니, 도대체 여기가 무슨 식당인줄 알아요? 여긴 교습소예요. 난 서예를 가르치는 선생이라고요. 왜 자꾸 와서 밥을 달라는거예요?”
“교습소라고 해도 현재 수강생은 옆집 어르신 뿐이고.. 나머지는 밥 먹고, 차 마시고 그리고 놀다 가는데...아마 여기가 서예교습소가 아니라...그냥 식당 혹은 찻집인줄 알고 있을겁니다. 그리고 전 이 건물의 주인입니다"
“쳇, 수강생은 아직 하나지만..언제가는 더 늘어날꺼고..제 작품 사가는 사람도 있어요 .. 그리고 건물 주인이라고 유세 떨어요.그럼  월세라도 좀 내려주던가?”

이 사람은 이 건물의 주인이고, 7층의 인테리어회사의 대표이자 꽤 이름있는 건축가란다. 그리고 매일 출근길 마다 나의 교습소에 들어와 아침을 달라고 한다.
그 시작은 내가 이곳에 이사를 오고 한 3주가 지났을 무렵이었다.

“저기. 사무실 커피머신기가 고장이 나서 그러는데 커피 한잔 얻어 마실 수 있을까요?”
“네. 들어오세요. 이 건물에서 일하시나요?”
“네. 여기 7층이요. 처음 뵙겠습니다. 이경민입니다.”
“네. 저는 이지영입니다. 이웃사촌인데... 자주 놀러오세요.”
“여기는 뭐하는 곳인가요?”
“아. 서예교습소라고 간판에 적혀 있잖아요. 근데 서예를 배우러 오는 사람보다 차 마시러 오는 사람이 많네요. "
"아. 여기 인테리어는 누가?"
“제가 했어요! 근데 어이없게 며칠 전 부동산아저씨가 와서 건물 주인이 원상복귀 비용? 뭐 그런 걸 이야기 하면서 앞에 테라스를 불법이라고, 치우라고 했데요. 참나……. 같이 먹고 살자고 하는 건데. 치사 하죠? 봄이랑 가을 되면 저 앞에 나가서 돗자리 깔고 한복입고 서예 쓰고 차 마시고. 하려고 했거든요..그것때문에 여기 계약한거였는데..그래서 지금은 그냥 나몰라라 버티고 있는중이예요”
“건물주가 그리 말했으면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경민 씨라고 했나요? 그렇게 생각하세요? 어머 같은 세입자끼리. 그럼 안되시져? 아침식사 하셨어요? 저는 이제 막 식사하려고 했거든요. 함께 드실래요?”
“네. 집 밥 먹어본지 오래 됐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아주 맛있습니다.”
경민은 나와 아침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기, 대표님. 여기 계셨어요?”
젊은 남자가 들어와 경민 에게 사장님이라고 말을 한다.
7층…….사장님. 어,…….건물~~주! 헉
“저기 7층. 대표님. 그럼 그 건물주?”
“네”
당황하는 나를 보고 악마의 미소를 날리는 그였다.
“아침은 잘 먹었습니다. 앞 테라스는 얼른 철거 하세요.”

그 일이 있은 후 나는 결국 테라스를 치웠고, 경민은 매일 내려와 아침을 달라고 한다.

“지영씨. 이거 우리 디자이너가 새로 한 디자인인데..어떤것 같습니까? ”
“이보세요. 건물주 나리. 나한테 왜 자꾸 이런 걸 묻는 거예요. 내가 뭘 안다고,”
"지영씨 감이 괜찮은것같습니다. 원래 비전문가의 눈에서 더 획기적아 아이디어가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경민은 오늘도 내려와 아침을 먹으며 자신의 디자인에 대해, 회사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도대체 나에게 왜 그러는지...
알수가 없다.
“저런 차가.."
교습소 앞에 주차를 하고 있는 차를 보면 경민이 말했다. 나는 순간 고개를 돌려 밖을 보고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입고 있던 앞치마를 벗고선 얼른 주방으로 들어갔다.
숨어야 했다.

“지영씨 어디?”
“나 없다고 해요. 여기 주인 지영이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해요.”
숨죽여 밖에서 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린다.
“여기가 이지영씨 가게 아닌가요?”
“아…….저…….”
경민이 말을 더듬거린다.
저 멍청이 같은 건물주…….
“거기 계신 거 알고 있습니다. 뵙고 싶다고. 지금 차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잘 못 찾았다 하세요. 동명이인이라고 해주세요. 과장님”
나는 나가지 못하고 그냥 주방에서 큰소리로 말했다.
“그럼 저 어떻게 될 지 아시잖아요. 제 입장도 생각해주세요!”
“후~”
자신의 입장을 생각해 달라는 그 말 한마디에 나는 어쩔 수 없었다.
“안녕하셨어요. 어떻게 찾으셨어요. 회장님은 밖에 계신가요?”
“네.”
“경민씨. 잠시 여기 좀 봐주세요.
나는 경민 에게 교습소를 부탁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차에 탔다.


반나절이 지나셔야 교습소로 돌아왔다.
“우와~ 정말 계속 지키고 계셨네요.”
경민이 계속 교습소를 지키고 있었다.
“다음번에 또 이런 일이 있을걸. 대비해서 스페어 열쇠하나 드릴게요.”
농담을 건네는 나에게 전혀 반응이 없는 경민 이였다.
“경찰에 신고라도 할 뻔 했습니다.”
“납치당한 것도 아닌데 뭣 하러 그러세요. 내 발로 따라 간 건데. 교습소 봐주셔서 감사 드려요. 이제 괜찮습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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