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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 Sep 03. 2015

일상로맨스 #.번외

 "왠 도시락이예요"
"아.. 주말에 옛날 생각이 나서 소세지 반찬을 해 먹었는데 너무 많이 해서 싸왔어요"
휴게실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는 나에게 혜진이 묻는다.
"혜진씨도 같이 드실래요?"
"아..그럼 나가서 컵라면이라도 사가지고 와서 먹을까요?"
"그래요.."
"근데 이 분홍소세지 정말 오랜만에 보내요...."
나는 또 생각에 잠긴다.

“줄서! 내 앞으로 줄 서서 ‘하나 만 주세요.’하면 이 소시지 줄께!”
진주햄 대리점 집 아들 경민이는 항상 그랬다.
분홍색 긴 소시지를 부모님의 가게에서 가지고 나와 동네 또래 아이들을 자기 앞에 세우고는 두 손 공손히 모으고, 소시지를 달라고 말하게 시켰다.
그러면 아이들은 하나 같이 쪼로로 달려가,
앞 다투어 경민이 앞에 줄을 섰다.

하루 종일 놀이터에서 뛰어 다녔던, 동네 아이들은 슬슬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마침 경민이가 주머니 한 가득 분홍색 소시지를 들고 나왔다.
다들 의례 그랬듯 진주햄집 아들의 앞에 줄을 섰다.
그리고는 두 손을 모아 구걸 아닌 구걸을 하기 시작했다.
멀리서 한참 그 광경을 바라보던 지영이 성큼성큼 걸어갔다.
줄을 서 있는 동네 친구들에게 말했다.

“그거 받아먹으면, 나는 니들이랑 이제 안 놀 거야!”
하지만 아이들은 지영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진짜라고……. 니들이랑 안 놀아!”

뒤 돌아 걸어가는 지영을 아무도 잡지 않았다.
잡을 턱이 없었다. 지영이도 알고 있었다.
경민이 나누어 주는 소시지는 굉장히 맛있었고, 한참 뛰어 놀아 허기가 진 아이들에게는
평소에는 맛보지는 못하는 귀한 소시지이었기 때문이다.
화가 났다. 순간 지영은 뒤 돌아 저벅저벅 다시 걸어가,
경민이 나눠주는 소시지를 뺏어 놀이터 바닥으로 집어 던졌다.
그리고 경민의 손을 물어 버렸다.

“야! 놔.엄마”
물고 있는 손을 놓지 않는 지영 이였다.
지영이의 머리를 잡고 아무리 난리를 쳐도 경민의 물은 손을 놓지 않았다.
경민이의 손에서는 피가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은 경민이의 손을 물고 있는 지영과
지영의 머리를 점점 쌔게 잡고 있는 경민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바닥에 떨어진 소시지를 손으로, 입으로 털면서 먹고 있었다.
일부러 지영은 놀이터원 바닥으로 소시지를 던질 때,
나뭇잎이 있는 풀밭으로 던졌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편히 소시지를 주워 털어 먹을 수 있었다.
분명 동네 무리 중 ‘땅거지’라는 별명을 가진 아이가
 그것을 주워 먹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힐끔 아이들을 보니 거의 다 그 소시지를 먹은 듯 했다.

그 때서야  지영이는 경민이의 손을 놓았다.
그제야 경민이도 지영의 머리를 놓았다.
지영의 머리카락이 한줌, 경민이의 손에는 선명한 이빨자국이 있었다.

그 둘은 더 이상 싸우지 않고, 울지도 않았다. 그냥 묵묵히 돌아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저녁 경민이의 어머니가 지영의 집에 와 경민이와 지영이가 싸웠다면서,
몇 마디를 지영의 어머니와 나눴다.
하지만 지영은 전혀 무섭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자신의 머리카락도 많이 뽑혔기 때문이었다.

“왜 그랬어?”
“애들은 소시지가 먹고 싶었고, 경민이는 구걸하라고 했고, 그게 싫었어!  어차피 구걸 해 가면서 먹을 거면, 차라리 바닥에 떨어진 거 먹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던졌어! 그럼 분명 애들은 털어서 먹을 거라고 생각했어! 힘으로는 안 되니깐 그래서 물고 있었어! 근데 개가 내 머리 더 많이 세게 잡았어.”
“너는? 그래서 너는 그 소시지 먹었어?”
“아니! 안 먹었어! 난 그 소시지 먹고 싶었는데. 자존심 상해서 안 먹었어! 그래도 다른 애들은 다 먹었고, 나 땜에 먹은 거니깐 내가 대장이야!”
“알았어! 다신 친구들 물지 마!”

침대에 누워 그녀는 자신의 어렸을적 이야기를 그에게 신나하면서 말하고 있었다.
"넌 굉장히 말광량이였구나..."
"네...그랬던것 같아요."
"지금도 가끔 말광량이..같아..."
"ㅋㅋ 설마요...그리고 다음날 엄마는 친구들을 초대해서 햄버거와 소세지 파티를 해주었어요..물론 경민이도 초대했구요.. "
"현명하셨네..."
"네..."
꼬르륵..
"벌써 12시네..일어나요..그만.. 어쩜 당신은 주말에 침대에만 있을라고해요..나 배고파요.. 점심 먹어요.."
그녀가 그를 일으켜 세운다.
"음.. 소세지나 사다가 해 먹을까?"
"아...그럴까요?"
"그전에 ...."
그는 그녀의 입술을 만지작 걸린다.
"분홍 소세지 처럼 예쁜 너의 입술부터...."


"지영씨는 지금은 안그런데 어렸을적에는 굉장히 말썽 꾸러기 였군요.."
"그런가요? 혜진씨는 한번도 친구들과 싸워 본적이 없나봐요?"
"음...기억이 나질 않는거 보면... 근데 이 분홍소세지 되게 맛있네..오래만에 먹으니..."
"그쳐? 앞으로는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닐까봐요..."
나의 말에 혜진도 긍정의 뜻을 표한다.

"도시락 ..동료들이 다 좋아하더라"
"그래?"
"응..분홍소세지에 다들 흥분을 하더군.."
"그래..잘먹어줬다니 고맙네.."
"난 다른곳이 흥분했었어..ㅋ"

오빠의 문자에 순간 얼굴이 빨개진 나에게 혜진이 궁금한듯 묻는다

"얼굴이 왜 빨개지는데요? 같이 좀 빨개지져?"
".....안........되요..."

휴대폰을 얼른 숨기는 나와 그
걸 뺏으려는 혜진
오늘도 이렇게 나와 혜진은 평범한 일상을 즐겁게 보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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