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연애소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자까 Sep 02. 2015

일상 로맨스 #6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는 이유가 뭐예요?”
“음....”
“그런데 오늘 기분이 되게 좋아보어요...유난히...”
“비가 와서요..그리고 예쁜 우비를 샀거든요. ..”
우비를 꺼내서 혜진에게 보여주었다.
“지영씨가 아직도 이팔청춘이라고 생각하는거예요?..이게 뭐예요? 어..두개네..하나는 작네요..”
“예전에 비오는 날 아침 오빠랑 산책을 하는데.. 엄마랑 딸이 똑같은 우비를 입고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거예요..그걸 보고 오빠랑 나랑 꼭 딸을 낳으면 저렇게 셋이서 함께 산책하자고 약속했거든요.. 그리고 혜진씨 ...비밀인데요.. 그 아이와 함께 입으려고요..”
“어머...축하해요...그래서 그만 두는구나.. ”
나의 깜짝 소식에 혜진이 놀라면서 축하한다는 말을 한다.
“네...고마워요..”


보슬비가 내렸다.
“아가! 엄마랑 요 앞 공원에 산책 갈까?”
“응”
그녀와 어린 여자아이는 똑같은 장화와 우비를 입고, 집 앞 공원으로 나갔다. 공원에 도착하니 보슬보슬
내리던 비가 멈췄다.
“엄마! 나 우유 마시고 싶어!”
“그래? 그럼 여기 있어. 엄마가 사다줄께! 대신 딴 데로 절대 가면 안 돼. 낯선 아저씨가 말 걸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대답하지 않는다. 무시한다.”
“응. 내 딸 똑똑해! 뭐 다른 거 먹고 싶은 거 없어?”
“짱구”
“크”
엄마가 멀리 걸어가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던 아이가 말을 했다.
“아저씨! 뒤에서 보고 있는 거 다 아니깐 나와요!”
그는 살며시 모습을 보였다
“알고 있었니?”
“네”
“똑똑하네. 몇 살이니?”
"4살이요. 엄마가 낯선 사람이 말 걸면, 답하지 말라고 했는데…….내가 말건 거니깐. 답 해주는 거예요!”
“그래. 엄마랑 닮았구나. 말하는 거까지! 이름이 뭐니?”
“지영이요, 엄마도 지영, 나도 지영, 그래서 할아버지는 나를 작은 지영이라고 해요. 우리엄마 알아요? ”
“응, 닮았어. 아주 똑같아. 아주 예쁘구나.”
“난 세상에서 예쁘다는 소리가 제일 좋아요.”
“큭. 그것도 똑같구나.…….”
“근데 아저씨는 잘 생겼다고는 할 수는 없겠네요. 못생겼어요!”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이것저것 무슨 할 말이 그리도 많은지 작은 지영은 쉬지 않고 그에게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경민이가 가지고 있던 햄을 바닥에 던져 버렸어요, 그리고 경민이 손을 물어버렸어요. 근데 할머니가 우리 엄마도 불리하면 물어 버렸데요. 어! 엄마!”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그녀를 찾았다.
그런데 그녀가 없었다.
4년이 지난 지금 그는 그녀와 꿈속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나를 거부한거 너였어..마지막까지도.. 그리고 난 돌아왔어..”
“아니요.. 당신은 나에게 단 한번도 나와 함께해..라는 말을 하지 않았어요...여자는 말이예요 확신이 필요하고 확인이 필요한..그런 이상한 동물이거든요..”

생각을 돌이켜 보면 그때 그는 비겁했다. 자신이 가진 것들을 포기하기란 그리고 이미 많이 진행되어있던 결혼을 돌이킬 자신이 없어 애매한 말들로 그녀를 설득하려 했었다. 그런 그의 마음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 전 우연히 그녀의 절친한 친구에게서 그녀의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는 결국 이렇게 찾아오고 말았다. 따져 물으려고 했다. 왜 그렇게 가버렸냐고……. 화를 내려 했었다
“왔어요!”
순간 그의 심장이 멈췄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기고 말았다. 목소리만으로 4년의 증오가 사라졌다.
뒤를 돌아 볼 수가 없었다.
“너무 늦은거 아니예요? 4년이나 기다렸다고요..나를 찾으라고 그렇게 많은 힌트를 남겼는데... ”
“너는 이런 순간에도 그런 농담이 나오니?”
돌아보지도 못하는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근데 계속 그렇게 등만 보여줄꺼예요? 나 안 보고 싶었어요? 얼굴 좀 보여줘요…….”
그가 용기 내어, 뒤를 돌아보는 순간 그녀가 웃는다.
“나 많이 늙었져? 그래도 아직 봐줄 만한가요?”
“어. 여전히 그대로야!”
“쳇! 지영아! 아빠랑 인사했어?”
“응. 근데..내가 상상했던 아빠랑 좀 달라...”
“그래?”
그녀와 작은 지영이 웃었다. 그리고 그도 웃는다.
“배고프져? 얼른가요..북어국 끓여 줄께요”
“그래...”

“그녀와 그는 다시 만난거져? 해피엔딩이네요..큰지영..작은지영.. 결국은 소설 속 주인공이 지영씨였네요...”
“아니요..그냥 제 이름을 넣은것 뿐이예요..상상이니깐..그렇게 웃으면서 넘겨요..혜진씨...”
“근데.. 지영씨 이야기를 듣다가 생각난건데..꼭 천일야화 같았어요..”
“천일야화 씩이나요..대단한데..요...극찬이예요...”
혜진의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에 그런 극찬을 주었다는 사실이 말이다.


메시지가 왔다.
“오늘 도착해.. 나 꼭 할 말이 있어...”
나는 답을 보내지 않았다.


.

.

.

.


“안녕하세요..”
“네..안녕하세요...처음 뵙네요..이경민입니다.”
“아... 경민.. 큭큭 진주햄..아들?? 네...”
그를 처음 본 혜진은 지영이 지금까지 소설이라고 이야기 한 많은 이야기가 그저 상상으로 지어낸 이야기 만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상상한 대로네요....”
“그런가요?”
“네... 지영씨가 정확히 어떻게 생겼다고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그냥 느낌이 있었는데.. 비슷하네요”
“네”
경민이 웃는다.
“지영이 어디있는지 알수 있을까요?”
“네...지영씨가 아주 기쁜 소식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을꺼예요..아마도.. 이야기 처럼 많이 늦지 않아서 다행이예요”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 로맨스 #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