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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 Sep 01. 2015

일상 로맨스 #5

“정말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 했을꺼에요.. 자리에 앉자마자 울다가 자버렸거든요.. 오빠가 잘 올라가고 있는지...전화 했을 때 깼는데 제가 그 사람 어깨에 기대어 자고 있더라구요..”
“애인이 출장이 많아서 지영씨도 힘들겠어요? 주말에 만나러 가는것도 일이죠?”
주말에 지방으로 오빠를 만나러 갔다 온 이야기를 혜진에게 했다.
“음.. 힘들다기보다는 가끔 서럽고 외롭고....그런 기분.. 그런데 정말 희안 한건요...만나러 갈때는 항상 햇살이 너무나 좋아요..역이나 근처로 마중을 나오는데..햇살에 서있는 오빠가 굉장히 근사하고 멋있어요.. 근데 헤어질 때는 비가 와요..아주 맑은 날이었는데..그래서 더 우울해 지는것 같아요... 어제도 비가 아주 많이 내리더라고요.. 열차에 타고 자리에 앉으니깐 막 서러워서 펑펑  울어버렸어요...그리고 정말로 어제 오빠의 뒷모습은 하나도 멋있지 않았어요..”

열차가 멈췄다. 잠에서 살짝 깼다.
문이 열리고 승객들이 들어왔다.
내 옆자리에 앉은 여자는 이내 눈을 감는다.
잠이 들었다. 피곤했나보다.
여자의 고개가 갸우뚱, 갸우뚱 하다가 갑자기 내 어깨로 ‘툭’하니 떨어졌다.
순간 당황한 나는 여자의 고개가 흔들릴까 조심히 손으로 여자의 얼굴을 내 어깨에 잘 기대 주었다.
그리고는 무심코 여자의 얼굴을 보았다.
하얀 피부, 까만 눈썹, 반쯤 가려진 검은 앞머리 사이로 살짝 살짝 보이는 긴 속눈썹, 오뚝한 콧날에 정말 작은 빨간색 입술, 화장을 하고 있어도 어린 아이같이 생긴 여자의 얼굴을 계속 바라만 봤다.
속눈썹을 만져보고 싶다. 이 여자의 눈동자를 보고 싶다. 나는 여자의 손 눈썹에 손을 대어 보았다. 잡힌다. 우와 신기하다. 순간 여자가 눈을 떴다.
“붙인 거 아녜요, 진짜 내 눈썹 이예요!”
“아! 죄송합니다.”
“다들 한 번씩 만져보고 싶어 하고 그래요. 며칠 잠을 못 잤어요. 내 속눈썹 만져 보셨으니, 어깨 좀 더 빌려도 되져?”
“네”
이내 다시 눈을 감더니 잠이 드는 듯 했다. 작은 입술이 오물오물 거릴 정도로 세상모르고 자고 있다. 나는 그런 이 여자를 계속 바라보고만 있었다. 여자의 전화벨이 울렸다. 눈을 번쩍 뜨고는 전화를 받는다.
“잤어요. 다 끝났어요? 응! 잘 다녀와요? 로밍해가요? 선물 사와요. 눈치껏 전화 할 수 있으면……. 전화 주세요. 아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생각할게요!  밥 잘 먹고, 잘 자고 있을게요. 걱정 말아요. 도망 안 가요. 근데 당신 오늘 너무 안 멋있었어요. 끊어요. 더 자야겠어요!”
전화를 끊자마자 여자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뚝뚝 떨어지는 눈물에 순간 나도 모르게 손으로 여자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괜찮아요.”
웃는다. 그런데 울고 있다.
“어이 없으시져? 진짜 괜찮아요.”
“더 잘래요?”
헉! 바보 같은 말을 했다.
“아니요, 잠 깼어요. 처음 뵌 분인데, 실례가 많았습니다.”
여자는 얼굴을 정리하고, 자세를 가다듬고서 가방에서 이어폰을 꺼내려고 한다. 순간 대화를 더 이어야 한다.
“저는 친구 결혼식이 있어서 다녀오는 길입니다.”
“저는 애인 결혼식이 있어서 다녀오는 길입니다.”
“네?”
“네!”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여자는 다시 이어폰을 귀에 꽂고, 눈을 감았다. 나는 그 감은 눈을 계속 바라만 보고 있었다.

“갑자기 시점이.. 옆에 탄 남자로 바뀌네요..”
“음..문학적 요소를 좀... 넣었다고나 할까요?”
“이러다가 정말 지영씨 작가 되겠어요...”
“재미있어요?”
“네...”
“그럼 다행이구요..”
혜진의 재미있다는 말에 나는 웃으면서도 휴대폰만 쳐다보고 있다.
“오늘은 애인이 바쁜가봐요..항상 이 시간에 메시지가 왔잖아요...”
“네.. 바쁜가봐요...무소식이 희소식이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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