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연애소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자까 Aug 26. 2015

일상로맨스 #1

일상로맨스 지영 #1


“지영씨? 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요?”
“눈이 오네요..”
점심을 먹고 휴게실에 앉아 있는 나에게 회사동료 혜진이 말을 건낸다.
“고등학교 때, 제 친구가 정말 예뻤어요.. 가끔 길에서 헌팅을 받은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그게 되게 부러웠어요..그런 경험 있으세요?”
“아니요..없는데.....”.
“올 해는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네요... 눈 오는 날, 갑자기 길에서 '시간 있으세요?' 이렇게 말을 걸어오면 로맨틱 하겠져? 가끔 그런 상상을 해봐요..”
영문을 모를듯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혜진을 바라보면서 웃었다.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이다. 정류장 의자에 앉아 그녀가 책을 보고 있다.
책 속의 그림을 손으로 살짝 살짝 매 만지는 그녀였다.
“저기 죄송합니다. 전화기 좀 빌려 주시겠어요?”
“네?”
“급하게 전화를 해야 할 때가 있는데, 휴대폰 빠데리가 다 나갔네요. 한 통만 쓰겠습니다.”
그녀는 자신에게 다가와 핸드폰을 빌려 달라는 그에게 흔쾌히 핸드폰을 내주었다.
“친구가 전화를 안 받네요. 감사합니다.”
“네”


핸드폰을 받아 든 그녀는 다시 책 속의 그림을 보았다. 한참을 그렇게 정류장에서 책을 보다가 시계를 보니, 1시간이 지났다. 버스를 타고 그녀는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와 이것 저것 집을 정리하고 이제 좀 쉬어 볼까 하는 마음으로 거실 쇼파에 앉는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지만 꼭 받아야 할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오늘 낮에 전화기 빌려 쓴 남자입니다.”
“네?”
“네! 오늘 낮에 정류장에서 전화기 빌려 쓴 사람이라고요. 혹시 내일 시간 괜찮으신가요?”
“네?”
“네. 시간 되신 다구요. 그럼 오늘과 같은 시간에 내일 그 정류장에서 뵙겠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당황하는 그녀였다. 웃어 넘겨야 할지 무시해야 할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뭔가 결심을 한 듯 메시지를 보낸다.


“내일도 눈이 멈추지 않으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하루 종일 창가만 바라보고 있는 그다.
눈이 멈추지 않기를 기도 하고 또 기도하고 있다. 그녀를 오늘 꼭 만나야 한다.
그러나 눈이 멈췄다. 메시지가 왔다. 그녀다.

“아쉽게도 눈이 멈췄네요.”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그였다.

“시간을 되돌리겠습니다. 어제와 같은 시간이 아니라, 눈이 다시 내릴 때 까지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왠지 오늘 다시 눈이 내릴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둘이 다시 만났나요?”
혜진이 묻는다.
“글쎄, 만났을까요? 못 만났을까요? 저도 궁금하네요... 뭐 상상이니깐, 그 뒷 이야기는 직접 상상해 보세요.. 근데 왠지 다시 만났을 것 같지 않나요? . 그는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녀는 고민 끝에 그를 만나러 간거예요... 빙판길을 걷다가 미끄러지는 그가 그녀의 팔을 잡았는데 어설프게 그가 그녀의 팔짱을 끼게 됐어요. 근데 자세가 조금 엉성해서....그녀가 ‘팔짱은 내가 끼는 게 더 났지 않겠어요?’라고 말하면서 그의 팔짱 꼈고 저녁을 먹고 술을 마시고는 둘 다 취했어요.. 그녀를 택시에 태워 보내려고 택시를 잡아서 태웠는데.. 택시가 멈추고 그녀가 내리고..그들은 사랑을 시작했어요..”

“이거 실화인가요? 아님 지영씨가 지어낸 거예요?”

“글쎄요…….”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 혜진의 모습에 또 말없이 웃었다. 그리고 메시지를 보냈다.


“눈이 많이 내리네..오늘 저녁에 데이트나 할까?”
“그럴까? 정류장에서 만나는 거 어때?”
“응”
“그래..차 두고 가자.. 좀 걷다가 택시타지..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