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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 Aug 27. 2015

일상 로맨스 #2


“뭐 보는 거예요?”
프리다 칼로의 도록을 보고 있는데 혜진이 신기한 듯 쳐다보며 말을 걸었다.
프리다 칼로, 내가 좋아하는 멕시코 여류 화가예요”
“새로운 발견인데요..지영씨..”
“네”
옆으로 다가온 혜진에게 책을 건낸다.
“근데 그림이 이상해요, 무섭기도 하고…….”
“그런가요? 이 여자는 어렸을 때 교통사고로 전신마비가 되지만 기적적으로 살았어요. 그림에 천재적 재주를 가지고 있어서 화가가 되요..디에고라는 남자와 사랑을 하지만 몇 번의 유산..그리고 남편의 바람...뭐...그런걸로 삶이 평탄하지만은 않았져...고등학교때 처음 이 여자의 그림을 보고.. 나와 이 여자가 연결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아...나도 이렇게 살게 될 것 같아...뭐..이런거요..제가 감수성이 풍부했나봐요..”
“완전 비련의 여주인공인데요…….”
“누구나 한번쯤은 비련의 여주인공을 꿈꾸지 않나요?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나는 공주도 그렇고”
“나는 아니요..”
“아..”

달그닥, 달그닥
주방 쪽에서 들리는 소리 인 듯했다. 그는 리듬 있게 들리는 소리에 잠을 깼다. 그녀가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너무나 예쁜 아침 상이였다.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뒷모습을 한참을 바라보다 그녀의 허리에 살며시 안았다
그녀가 놀랐다.
“어,,,”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녀를 대하는 그가 이상했다.
“잠꼬대가 심하던데? ”
“네?”

그녀는 밤새 몇 번이고 깨고 자고를 반복했다. 그때마다 그가 그녀를 토닥이며, 안아주었다. 그의 행동은 언제나 그랬던것처럼 아주 자연스러웠다.
“잠을 평소에도 잘 못자?”
“네. 항상 같은 꿈을 꿔요. ‘디에고가 떠나는 날 새벽안개가 가득했다’ 라는 책의 구절 때문인지... 떠나가는 누군가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그런 꿈이요..그곳은 어둡고 추워요”
“이상한 꿈이네”

그는 낯가림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어젯밤 그녀와는 전혀 어렵지도 않았고, 그녀의 몸과 행동이 너무나 황홀하고 사랑스러웠다. 과거에도 앞으로도 평생 함께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고프다. 밥 먹자!”
“네. 드세요!”
“안 먹어?”
그가 묻는다.
“저는 제가 한 음식은 잘 안 먹어요. 맛이 없어서…….”
“아침 먹고 한 숨 더 자도 돼?”
“되게 뻔뻔한 거 아세요?”
“앞으로 평생 함께 할 거야! 우린. 그러니깐 이것저것 이야기하고, 존대하고, 밀고 당기고 이런 거 시간 아까워, 낭비하지 말자!”
강인하게 말하는 그에게 그녀가 웃는다.
“난 사랑 같은 거 안 믿어요.”
“무슨 상관이야! 난 결혼 할 여자가 있어. 그런데 이제부터 너는 내 여자야!”
“웃겼어요. 얼른 식사나 하세요. 입에 맞을지 모르겠네요”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북어국은 처음이야!”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그에게 그녀가 커피를 건네주면서 물었다.
“나한테 첫눈에 반했어요? 설마?”
“전화번호를 알아야 했어. 나는 급히 가야 했고, 머뭇거리다가는 네가 버스를 타고 가버릴 것 같았거든...그리고 첫 눈에 반한 건 네가 아니라 프리다 칼로였어...내가 프리다 칼로를 좋아하거든..그런데 갑자기 네가 눈물을 흘렸어...그거였어! 네가 눈물을 흘리는 이유가 궁금했지.. 이유를 물어봐도 돼? 왜 울고 있었는지?”
그가 묻는다.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동질감. 그녀와 내가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나요..그리고 지난간 사랑에...대한...”
말을 멈추는 그녀다.
“감수성이 풍부하군..그런데 왜 사랑을 안 믿지?”
“글쎄요..그냥.. 아..사랑에 지쳤다고나 할까요? 남자들은 참 이기적이예요..사랑을 믿고, 거기에 결혼할 여자가 있다는 사람이.. 저한테 이러는 건가요?”
“그래..난 결혼 할 여자가 있어..그런데..당신이 하루 밤 그냥 즐길 여자가 아니라는건 확실해”
“하하하...정말 뻔뻔하군요.”
“그런가? 넌 화장을 지운 모습이 완전 아이구나!”
“칭찬인가요? 동안이라는…….”

그리고 그녀가 활짝 웃었다. 웃는 모습에 황홀함을 느끼는 그다. 그녀의 하얀 얼굴을 만지며 말했다.

“또 하고 싶어!”
“뭘 물어요. 나 당신 여자라면서요…….”

주말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그였다. 35년을 살면서 이렇게 즐거웠던 적이 거의 없던 것 같았다. 금요일 저녁 이후부터 그는 그녀의 집에 줄곧 있었다.  끼니마다 그녀가 해주는 식사를 하고, 함께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그녀를 만지고 또 만졌다.


“점점 이야기가 야해지는데요?”
“좀 야해져야 재미있지 않겠어요? 혜진씨랑 나랑 한 두 살 먹은 애들도 아니고...”
“진짜 궁금해서 묻는건데요..이거 지영씨 이야기 맞져?”
“글쎄요..그냥 제가 상상력이 풍부해서 그런거라고 해두죠..”
“참 이상한 사람이예요..”
“그런가요?”


휴대폰이 울렸다.
“지영아.. 프리다 칼로 도록이 어디 있어? 아무리 찾아도 없네..”
“책상 오른쪽 책장 네 번째 칸... 찾았어?”
“응..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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