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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 Aug 28. 2015

일상 로맨스 #3

"어제 그 드라마 봤어요?"
"아니요.. 재미있나요?"
나와 혜진은 오늘도 점심시간 휴게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혜진은 요즘 주말 연속극에 빠져있다.
사랑하는 남녀.. 가난한 집 여자와 대기업 총수의 아들..
그리고 그 결혼을 반대하는 남자의 집안... 정략결혼....
어느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그런 드라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혜진은 주말이 끝나고 월요일이면 그 드라마 이야기로 바쁘다.
"지영씨는 백마 탄 왕자님을 꿈꿨잖아요.. 이거 완전 신데렐라 이야기 인데..왜 안봐요?"
"글쎄요.. 꿈꿨는데.. 음........."

공기가 탁하다. 조용한 커피숍에 앉아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그녀의 표정은 잔뜩 긴장한듯 했다. 멀리서 걸어 오는 우아한 중년의 여인이 그의 어머니라는것을 한눈에 알아볼수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그래요. 생각보다 어리게 생겼네!”
한참을 그녀와 중년의 여인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중년의 여인은 어렵게 아주 어렵게 입을 여는 듯 했다.

“우리 아들 사랑해 줘서 고마워요.”
“네?”
“많이 변했어요. 우리 아들……. 생전 안 하던 짓을 하더군요. 장미꽃을 사왔어요. 난생 처음 받아 봤네요. 꽃……. 근데 왠지 누가 시켰을 것 같아서 새아가 될 아이에게 넌지시 물어봤더니 전혀 모르더군요. 몰래 휴대폰을 봐서 전화번호를 알았어요. 둘의 대화만으로도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어요. 고마워요. 옆에서 우리 아들 챙겨줘서…….근데 엄마로써 그 쪽이 알아서 정리해 줬으면 좋겠어요. 이유는 알져?”
“네…….더 말씀 안하셔도 다 알고 있습니다. 시간을 조금 만 주세요.잘 정리하겠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
그녀의 발걸음이 무거웠다.
"차라리 욕을 하시고..뺨도 좀 맞고 했으면 오기가 생겼을텐데...."
혼자 중얼거리는 그녀에게 그가 다가왔다.

"엄마 만났다면서..."
"네.. 아주 인자하셨어요..."
"그래........"
말이 없는 그는 알수 없는 표정이였다. 그러나 그녀는 그가 자신을 선택하지 않을것임을
직감적으로 알수 있었다.

"...........내가.."
그가 말을 하려는 순간 그녀가 그의 말을 끊는다

"내가 먼저 이야기할께요..당신은 선택권이 없어요. 난 사랑을 믿지 않아요. 그 말은  당신을 믿지 않는다는 뜻이예요. 어차피 당신의 선택은 내가 아닐테니... 하지만 지금은 내가 당신이 좋아요. 그러니 당분간은 이대로 지내요..당신 어머니에게도 시간을 조금 달라했어요.."
"난..니가..나를..잡"
"아니요..말하지 마세요"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는 그는 고개를 숙인다
"고마워.."
"네..."
"내가 잘할께.."
"네..신데렐라는 아니여도..숨은여자의 특권이요..가방도 사주고. 비싼옷도 사주고 그래야해요"
농담을 하는 그녀다. 그래도 자신에게 미소를 보내주는 그녀가 고마운 그다.
"그래.."

"신데렐라보다 그게 더 좋을수도 있겠네.."
"그쳐? 원래 막장드라마에서는  숨겨진 여자가 더 사랑 받잖아요.. 부인이 완전 못된 여자면..더 재밌어질까요?"
"아.."
혜진과 나는 부인의 성격과 외모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어느 배우로 할지 까지 정하고 있었다

똑똑
"이지영씨? 여기 계신가요?"
"전데요.."
"배달왔습니다"
혜진은 나에게 배달 온 선물꾸러미를 펴 보고는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한다.
"우와..이거..진짜 구하기도 힘들고 비싼건데.."
나는 그냥 혜진을 보면 웃는다.

어김없이 문자가 왔다
"선물은 잘 받았어?"
"응...이 정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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