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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 Oct 26. 2015

#31.편의점 컵라면

어색함 만이 흐른다.

헨리도 지영도  그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못하고 있다.


"그게 말이지.."

어렵사리 헨리가 먼저 이야기를 꺼낸다.

"음.. 무슨말을 할지 알아 맞춰 볼까요?"

"어?...."

"음.........나의 이름은 이경민이고.. 꽤 잘 나가는 사장이지.. 동연기업에 주식도 많이 가지고 있지..넌 굉장히 대단한 남자를 선택한거야.."

"틀렸어.. 난 지영을 당당히 내 여자라고.. 이제는 동연기업의 무시 못할 중요한 사람이라고 알려주고 싶었어..가 맞을 듯한데.."

지영의 목소리가 차갑다.  

"그랬다면 실망이예요..아주 많이 어리석었어요. 난 이제 그곳과는 그 어떠한 것과도 연결 되고 싶지 않아요. 오늘의 귀여운 여인 놀이는 완벽히 실패였어요..그리고 얼마나 더 내가 헨리에게 내 진심을 말해야 내 말을 믿겠어요? "


지영이 고개를 돌린다.

철처히 냉정한 지영의 행동과 목소리...

지금까지 헨리에 단 한번도 지영이 보이지 않은 모습이였다.

그 모습에 당황한 헨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수가 없었다.

그저 차 밖을 바라 보고 있는 지영을 말없이 지켜만 볼 뿐이다.


옷이 거추장 스럽다.

이 드레스는 지영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이다.


"나는 또 나에게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는것 같아요"

"그게 무슨 소리야?"

"명훈오빠도 그렇고 헨리도 그렇고.. 두 사람 다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들을 주네요. 난 그걸 처음에는 너무나 신기해 하면서 입는데.. 점점 그 옷이 불편해져요.. 지금 난 굉장히 이 옷이 불편해요. 얼른 벗고 싶어요. "


지영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헨리는 알것 같다.

"내가 부담 스러운건가? 벗어 버리고 싶다..는건..이제 그만 헤어지자는 뜻인거지?"

"글쎄요..헨리와 더 깊어지기 전에 그만 해야 할것 같아요..그런데... 지금 헤어지면 당장 난 갈곳이 없어요. 그러니깐

그냥 뭐..그렇다는 이야기를 ...뭐..."

씁슬한 표정을 한 지영의  말에 헨리가 그냥 웃어 버린다.

"하하하하"

"왜 웃어요?"

"넌 정말 예상을 벗어나는 아이야..보통 이런 상황에는 지영이 헤어지자고 하면 내가 지영을 붙잡고 잘 못했다고 사과를 하고.. 뭐 그런게 일반적이지..너처럼 헤어지긴 해야 하지만 당장 갈 곳이 없으니 헤어질수는 없다고 풀이 죽어 이야기를 하지는 않지?"

"내 처지가 그런걸 어떻게...하겠어요.."

"옷 벗어.. 지영이 입고 싶은 옷으로 갈아 입자. 난 네가 원하는대로 해줄꺼야.."

"........................."


지영이 다시 고개를 돌려 차 창밖 도시의 야경을 바라본다.

지금 지영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차 유리로 비치는 지영의 모습을 바라보는 헨리

슬퍼 보이기도 하고 행복해 보이기도 한 지영의 얼굴

슬며시 지영의 손을 잡은 헨리는 말없이 지영의 손에 입을 맞춘다.


"내가 어리석었어.. 난 표현이 서툴어...난 그저 네가 세상에서 최고로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여자라는걸

내가 할수 있는 방식으로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야"


대답은 없다.

하지만 손을 뿌리치지 않은 걸로 지영의 마음이 조금 진정이 된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헨리다.


다시 차안은 정막만 흐른다.

그렇게 집앞에 도착할때까지 지영은 아무런 말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배고파요...거기 케이터링 정말로 유명하고 맛있는곳인데..먹지도 못했어요.."

"왜 못 먹었어?"

"이 드레스 때문예요..배에 힘주고 있어서요..먹으면 배 나올까봐.."

"아.."


헨리는 웃는다.

그리고 지영은 의미심장하게 한마디를 건낸다.


"나 내일부터 다이어트 할꺼예요..근데 지금은 배가 고프니깐..편의점 가서 라면 먹고 가요.."

"편의점?

"네..편의점 컵라면.."

"고작?"

"고작이라니요..이런 드레스 매일 입고 사는 여자들도

컵라면..환장하면서 먹을껄요..그래도 난 편의점 라면 편히 사먹을수 있는 그런 평범한 삶 살고 싶어요"

"그래.."


헨리와 지영은 집앞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는다

편의점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우아한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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