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과 헨리의 등장으로 행사장이 술렁였다
첫째는 행사의 진행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던 직원들이 지영을 알아보기 시작하면서이고,
두번째는 회사의 고위 인사 및 임원들이 헨리를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이사장님께서 직접 이렇게 와 주실지 몰랐습니다."
"김이사님께서 매년 초대장을 보내주셨는데 계속 거절 하는것도 예의가 아닌듯 합니다. 초대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헨리와 안부인사를 주고 받는 김이사의 시선이 지영에게 이동한다.
"아... 저의 약혼녀 입니다. 얼마전까지 이곳에서 일을 했습니다. "
약혼녀라는 말에 지영이 순간 헨리를 본다 . 헨리의 진심어린 눈빛에 지영이 살짝 미소를 보낸다.
당황스럽지만는 당당히 말을 이어가는 지영이다.
"안녕하세요. 김이사님.. 홍보실 근무했습니다 ...몇달 전 이사님 인터뷰를 제가 했습니다"
"아..그렇군요.. 이런... 내가 이런 미인을 기억을 못하다니.. "
말을 그렇게 하지만 김이사는 도무지 이 사태가 파악이 되지 않는 표정이었다.
"두분 이야기 나누세요..헨리 나 잠깐 화장실 좀..."
"그래"
여유있는 표정으로 자리를 피하는 지영. 그리고 주변을 두리번 거린다.
누군가를 찾는 눈빛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지영의 친구 혜진이 쏜살같이 지영의 옆으로 다가왔다.
"야.."
"어..혜진아"
"이게 뭔일이야? 다들 지금 난리 났어."
"몰라.. 헨리가 그냥 끌고 왔어..안그래도 너 찾고 있었어.. 명단 가지고 있지? 내놔"
혜진의 손에 들려 있는 종이를 뺏어 들고는 명단의 리스트를 성급히 넘기는 지영이다.
"있다....이경민...한국 이름이 이경민이구나........."
이름과 사진이 나와 있는 명단 리스트에는 헨리의 간단한 정보도 함께 있었다.
이름 : 이경민 (헨리)
나이 : 38살
학력 : 예일대학 경영학과
업계 1위 KM 인베스트먼트 사장.
카지노 사업 확장, 영화 투자 사업.
자사 및 계열사 주식 30% 보유
지영은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멀리서 김이사와 담소를 나누는 헨리를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다.
"혜진아.. 이거 ,,,뭐니? 도대체..."
"나도 모르겠다..니가 제대로 설명을 해줘야 알지.."
"나 가야겠어.."
지영이 뒤를 돌아 행사장을 서둘러 나가려고 하는 순간
지영의 손을 잡는다.
"너 이게 뭐야?"
명훈이다.
"어..오빠...나도 모르겠어"
지영의 대답에 명훈은 당황스럽다.
"여기는 어떻게 온거야? 너 어디서 지내? 이 모습은 도대체 뭐야?"
"정신 없어...하나씩 물어봐...."
그 순간 휘청이는 지영을 잡는 또 다른 손
헨리였다.
"괜찮아?"
멀리서 혜진과 이야기를 나누는 지영을 안보는 척 하면서 지켜보고 있었다.
종이를 넘기는 모습
자신을 알수 없는 눈빛으로 쳐다 보던 모습
뒤돌아 행사장을 나가려는 지영을 잡는 명훈
헨리의 눈은 항상 지영을 찾는다.
그리고 휘청이는 지영을 째빨리 걸어가 잡아 부축했다.
"헨리.....나 ..........도무지..."
"나중에 다 이야기 해줄테니..지금은 좀 진정하는게 좋겠어.."
"이곳에 더 있어야 하나요? "
"아니 이제 가도 될것 같아.."
자신을 투명인간처럼 취급하는 헨리와 지영의 대화에 화가 나는 명훈이다.
"안녕하십니까? 오랜 만에 뵙겠습니다. 아...정식 인사는 처음인것 같습니다. 동연기업 기획실장 신명훈입니다"
명훈이 헨리에게 악수를 청한다.
"아......이왕 이렇게 됐으니 KM 인베스트먼트 이경민입니다"
헨리는 명훈의 악수를 흥쾌히 응한다.
"그때 용평에서는 몰라 뵙습니다."
"아닙니다. 그럴수도...아...저의 약혼자입니다"
지영을 명훈에게 약혼자라고 당당히 소개 하는 헨리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는 지영
그리고 자신이 패배자가 된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 명훈이다.
"여보"
멀리서 또다른 운명의 여자가 지영과 헨리. 명훈에게 다가왔다.
명훈의 부인.. 소연이였다.
"누구?"
지영과 헨리가 누구인지 궁금한 표정으로 소연이 명훈에 묻는다.
"KM인베스트먼트 이경민 사장이셔.. 그리고 우리 회사의 주식을 당신보다 많이 가지고 계시지..."
" 말로만 듣던 그 유명하신 이경민 사장님이시군요..처음 뵙겠습니다. 박소연입니다. 저희 아버지께서 보국전자 회장님이십니다. 아버지께서 많이 이야기 하셨습니다. 몇년전에 한번 뵐 기회도 있었는데.. 농담이지만 저희 아버지께서 사위삼으시려고 하셨어요."
상황을 모르고 웃으면서 농담을 건내는 소연이 지영을 보고 말을 건낸다
"안녕하세요.. 이사장님 애인이 있으셨군요.. 미인이시네요.."
"아......네...."
이렇게 소연을 만나게 될것 이라고 상상치도 못한 지영이다.
자리가 불편하다.
지영은 한시라도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헨리 ...나 머리가 아파요..집에 가고 싶은데...."
지영의 이마를 쓰다듬는 헨리의 손길에 명훈의 주먹에 힘이 점점 들어간다.
"열이 있네..오늘 무리했구나..그래..그럼..."
지영의 허리를 조심히 끌어 안고는 헨리는 명훈에게 인사를 건낸다
"오늘은 이만 가야겠습니다. "
"네...나중에 또 뵙도록 하겠습니다"
헨리와 명훈의 대화는 비장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지영의 눈빛은 걱정스럽다.
헨리와 명훈 ...그 모습을 보는 지영의 눈빛
그리고 그 세사람을 보는 소연
행사장을 떠나는 헨리와 지영을 바라보면서
부들부들 떨리는 심정을 참을 수가 없는 명훈의 옆에서 소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얼굴표정 풀어요..다른 직원들이 다 보고 있어요. 지영..저 여자도 보통은 아니네요.."
소연의 말에 놀란 명훈이 소연을 쳐다 봤다.
"모를줄 알았어요? 매일밤 지영이란 이름 자장가처럼 들었어요."
그렇게 쓸쓸하게 마지막말을 건내고는 소연도 명훈의 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