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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연애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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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 Jul 12. 2016

시간이란 "약"

잔뜩  취한것 같은 여자가 약국 문을 열고 들어왔다


"시간이 필요해요"

"네?"

"시간이 필요하다구요..시간이 약이라면서요

약파는곳이니깐..약좀 주세...요"


남자 약사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여자는 울고 있다


"약 달라고..시간..약이 필요해..이 망할 놈의 약

시간...시간 좀 달라고.."


무슨 사연이 있는것일까?

실연인가?


울고 있는 여자에게 남자 약사는..

아무말도 하지 못한다

그저 눈물만 흘리는 여자


정막이 흐른다


"의약분업이 되서 처방전없이는 약을 마음대로 드릴수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젠장...."

"우선 술이 많이 취하신듯 하니....이것부터 드릴겠습니다. 이건 처방전없이도.."


남자 약사가 건낸것은 술이 깨는..드링크제...


"이런거 말고..시간..난...시간이 필요해...먹으면 한 세달 정도 시간이 지나서..다 잊어...버릴수 있는 그런 약..그래..딱 세달이면 될것같아...그러니깐 시간을 달라고...제발요..당신 약사잖아..

약사면 약을 줘야하는거 아니야?"

" ..................."


여자는 남자약사에게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억지를 부리고 때를 써서라

지금의 심정을..상처받은 마음을 위로받고 싶었다.

아니...이렇게 자신의 사랑이 끝났음을 인정해야했다.


". . . . . 죄...송해요..제가 취해서...얼마예요?"

"....세...달...이면 충분하시겠어요?"

"네?"

남자는 자신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앞으로 세달동안 매일 이시간에 오세요."

"네?"

"이게 제가 드리는 시간이란 약입니다"

"네?"

"세달..약..저는 약사니깐요.."

황급히 뒤돌아 나가려는 여자를 향해

남자 약사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한다

"내일 봐요"


남자는 시계를 보고 있다

과연 여자는 오늘 올까?

약국 한 구석에 어제는 없었던 티 테이블이 생겼다. 테이블 위에는 작은 화분이 놓여있다.

그리고 남자는 여자에게 줄 따뜻한 원두커피를 내리고 있다.


"아무래도 난 직업의식이 투철한 약사인가봐.."

 절대  그 여자가 예뻐서...눈이 예뻐서 그런거..아니야..."

자신도 자신의 행동이 어이없지만 그래도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남자다.


그때 마침 문이 열리고

여자가 쭈빗쭈빗 거리면서..약국에 들어선다


"왔네요.."

"어제..는..죄송하기도 하고..약값도 안드리고..해서.."

"네..기다렸습니다. 저기 앉으세요..시간 드려야져.."

남자 약사는 여자에게 지금 막 내린 원두커피를 가져간다.


"자..오늘의 시간은 따뜻한 원두커피와 휴식입니다..아무생각 말고 커피 드시고  가세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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