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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딜레탕트 Feb 04. 2022

<마더/안드로이드> 레시피대로
만들었는데 실패한 요리

 "NETFLIX 영화 <마더/안드로이드> 후기"


과거와 비교하여 최근 몇 년 사이 SF 장르의 타이틀을 건 영화나 드라마가 줄지어 콘텐츠 시장에 등장하는 빈도를 봤을 때, SF는 판타지만큼이나 대중적인 소재가 되었다. 4차 산업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통칭되는

시대의 흐름과 보편화된 CGI 기술의 성장에 힘입어 대중과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만큼 다양하고 많은 작품들이 영화관 그리고 무엇보다 OTT 플랫폼 등을 통해 소개되고 있는 만큼 SF
장르에 대한 피로도와 대중들의 눈높이는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한 비주얼, 시각적 쾌감, 사실적인 묘사에만 열광하지 않으며, AI, 우주, 로봇, 외계인 등의 소재들 또한 익숙해진 지 오래다. SF 장르가 가져야 하는 단순한 조건들과 특징들의 나열된 작품을 보고 좋은 감상을 얻기 어려운 이유다.     


‘마더/안드로이드’는 제목에서부터 이러한 한계들을 이겨내고자 하는 각오가 느껴지는 영화였지만 안타깝게도 영화는 장르의 특징들만을 표면적으로 다루는 것이 전부였고, 신선함이나 오락적 즐거움을 느낄 수 없었으며,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조차 매력적이지 않았다.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모두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은 많은 작품들이 그러하듯, 이 영화 또한 많은 것들을 취하려는 욕심 때문에 스스로 무너진 영화였다.




"아래 글에는 <마더/안드로이드>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더/안드로이드> 포스터 (출처: HULU)


영화는 인간들의 집사였던 안드로이드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인간들을 죽이는 살인 기계가 되어, 사회가 붕괴된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인 G와 샘 커플은 대학생 커플이며, G가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상태에서 안드로이드들을 피해 보호소를 찾아다닌다. 


먼저 영화는 안드로이드들의 알 수 없는 고장 혹은 반란을 배경으로 다루고 있지만, 영화 속에서 안드로이드들의 존재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사건의 발생을 묘사하는 영화의 초반과 클라이맥스를 차지하는 마지막 부분을 제외하면 안드로이드들이 과연 인간들에게 큰 위협이 되는지도 의문인 수준이다. 안드로이드들로부터 도망치는 과정을 묘사한 추격신과 액션신들은 분명 볼만했지만, 사활을 걸고 도망쳐야 할 만큼 그들은 치명적이지 않았다.


로봇들의 반란이라는 소재를 크게 다루지 않았을 정도로 영화는 두 남녀의 사랑과 곧 태어나게 될 아이,
결국 가족과 인류애라는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영화는 G와 샘 커플의 사랑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기에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설명하는 도구 그 이상으로 안드로이드 사태를 자세하게 묘사할 필요는 없었지만, 이러한 허술함들이 영화 중간중간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 것은 분명하다. 


영화 초반 G는 원하지 않은 임신을 한 것으로 묘사되고, 남자 친구인 샘과도 진지한 관계는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영화는 별다른 설명 없이 몇 개월의 시간이 흘렀다는 이유로 이 둘의 관계를 둘도 없는 천생연분으로 그려낸다. 영화는 대부분의 전개를 이러한 방식으로 어물쩡 넘어가는데, 이때마다 별로 무섭지도 않은 안드로이드들을 해결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으니 도무지 몰입이 되질 않는다. 


<마더/안드로이드> 스틸 이미지 (출처:HULU)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영화 속 설정과 연출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도무지 섞이질 않고 겉돈다는 점이다.      

G와 샘의 사랑을 온전히 연애의 감정으로 이해하기엔 둘 사이의 어떤 감정의 교류는 느껴지지 않으며, 초반의 설정 때문에 둘 사이에 흐르는 긴장을 지울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 둘의 관계를 부모의 관계로 이해하기에는 아이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으며, 그들이 내리는 판단과 행동들은 아이를 보호하고자 하는 의지보다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판단이 앞선다.      


극을 이끌어가는 둘의 관계를 충분히 설득력 있게 묘사하지 못하다 보니, 아무리 애틋한 장면을 연출한들 감정이 이입되지 않으며, 아이만큼은 더 나은 세상에서 살게 하자는 외침은 과연 정말로 아이를 위한 것인지 의심까지 들게 만든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분명 관객의 가슴을 울려야 했을 장면으로 연출되었을 텐데, 영화 내내 보여준 철없는 엄마 아빠의 답답한 모습을 본 관객으로서는 특별한 감정을 느끼기 어려웠다.      


영화에서 가장 큰 반전을 담당하고 있는 미지의 인물 ‘아서’는 이 영화의 문제점을 가장 잘 보여준 캐릭터였다. 안드로이드들을 진화의 결과물이라고 말하면서, 사랑과 같은 감정이 인간을 나약하게 만든다는 뉘앙스의 대사를 하는데, 대사 자체도 진부하기 짝이 없지만 이 인물의 정체가 드러나고 나서는 그의 행동과 대사가 모두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이 되어버려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마더/안드로이드> 스틸 이미지 (출처:HULU)


결과적으로 영화는 이미 여러 번 다루어진 소재와 이야기들을 어디서 한번 봤던 것 같은 진부한 연출과 각본으로, SF 장르의 특징만을 표면적으로 다룬 그저 그런 평범함만을 남겼다.     


주인공 G를 연기한 ‘클로이 모레츠’ 또한 강인한 여성 혹은 어머니로서의 연기를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자 했겠지만, 영화 속 그녀의 연기에서 신선함을 찾기는 어려웠다. 그녀의 팬들로서도 만족하기에는 어려운 영화가 아닐까.     




+ 영화의 완성도가 아쉬운 것을 떠나, 영화가 묘사하는 ‘한국’은 한국인의 입장에서 썩 기분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 중국 혹은 러시아 군인을 연상시킬만한 복장에 어눌한 영어라니... 상상한 종말 속 한반도의 모습은 한국전쟁이 전부였던 걸까. 만에 하나 사실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게으른 연출이며, 그게 아니더라도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불쾌할만한 설정이었다.


+ SF 영화라면 챙겨봐야 직성이 풀리는 관객에게 추천!


+ 답답한 주인공, 개연성 없는 전개를 참지 못하는 관객에게 비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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