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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Jul 06. 2023

야구선수의 꿈

Unsplash의 Derek Story

나는 혼자서 야구공 놀이를 한 시간이 좋다. 초등학교시절 부모님은 일을 하러 나가시고, 혼자 있는 시간에는 티브이에 야구선수 박찬호의 모습을 지켜봤다. 해설 위원은 “찬호박”을 외쳤고 관중은 환호했다. 난 그의 등번호 61번과 강열한 모습에 반해버렸다.     


나는 용돈을 모아 집 앞 금성문구로 뛰어가 주머니의 꼬깃한 돈을 주인 짠돌이 아저씨에게 드리며 뽑기를 시도했다. 뽑기는 운이다. 어느 날은 실패했지만, 좋은 날은 야구방망이가 나왔는데, 신이 난 나는 야구방망이만 잡고 있어도 야구선수가 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야구와는 다른 도둑에 대한 말을 했다. 초등학생에게 아버지의 말은 곧 법인데, 아버지는 “도둑이 들어올 수 있으니 호신용으로 방망이를 옆에 두고 있어라.” 말하시니 황당했다.      


그렇다고 포기할 내가 아니다. 야구방망이는 호신용으로 비치해 둔다 치고 어머니에게 달려가 야구선수가 되어볼 테니 5천 원만 달라 말했다. 인자하신 어머니는 용돈을 주는 대신 집안청소를 약속했고, 난 금성문방구 짠돌이 아저씨에게 달려갔다. 아저씨는 오늘도 뽑기 할 거냐며 말했지만 난 당당히 오늘은 아니라며 “글러브하나 주세요.” 말했다. 가격은 5천 원부터 5만 원 이상되는 글러브가 있었고, 짠돌이 아저씨는 고가형 글러브를 추천했으나 난 초등학교 수준에는 제일 싼 5천 원 글러브도 크고 소중했다.      


짠돌이 아저씨는 신중하게 고르는 내 태도가 웃겼는지 언제까지 고를 거냐며 웃었다. 난 조금 더 시간을 달하며 마침내 고른 5천 원 갈색형 글러브를 샀다. 난 이제 야구선수가 될 준비가 됐다. 이 글러브를 착용하는 순간 난 박찬호 선수가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웃음이 났다.  학교가 끝나면 글러브를 착용하고 마루에 누워 공을 던지며 박찬호 선수만 생각했다. 난 누워서 공만 던지면 안 될 것 같아서 집 앞으로 나가 벽을 포수삼아 공을 던졌는데, 지나가던 쌍둥이형제가 “형 야구선수야?” “응. 야구선수야.”라며 자신 있게 말했다. 그 순간만큼은 난 박찬호선수가 되어있었다.     


해 질 녘 여름, 어머니는 이제 손을 씻고 밥을 먹으라며 나를 재촉했다. 나는 아쉬웠다. 마지막까지 남은 힘을 다해 한 번이라도 공을 더 던지려 애썼지만, 초등학교 3학년에게는 박찬호 선수보다 엄마의 말을 더 들을 수밖에 없었다.      


난 초등학교 시절 혼자서 야구공을 던지는 시간이 좋았다. 티브이에 나오는 박찬호 선수를 동경하며 용돈을 모아 야구방망이와 글러브를 사서 야구선수의 꿈을 꿨다. 야구방망이는 호신용이 되었지만, 글러브를 낀 나는 쌍둥이 형제의 칭찬을 받을 만큼 야구선수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초등학교 시절 야구선의 꿈은 꿈으로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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