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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Sep 07. 2023

음식, 추억을 담다

(Feat. 남극의 셰프)

난 요리를 곧 잘한다. 어린 시절 음식으로부터 아버지에게 칭찬을 받았기에 잘 먹었다. 커서도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덕분에 어디 가서 든 환영받았다. 친구 집에 가면 내 집처럼 가족식탁에 모여 앉아 어머니가 밥을 내주곤 했다. 누구나 음식추억이 있는데, 나에게 음식이란 '친구'다.


'남극의 셰프'라는 일본 영화는 실제 남극 대원인 조리 담당자가 에세이를 썼는데, 영화로 작품을 전했다. 아저씨 대원들은 남극 기지에는 극한의 상황과 추위를 이겨내며 살아야 했다. 힘들 때마다 음식을 나누면서 웃고 떠들었는데, 가족이 보고 싶어서였다. 


어린 시절 나는 라면을 좋아했다. 라면은 신라면을 주로 먹었던 기억이 나는데, 아버지와의 추억 때문이다. 아버지는 입이 짧기로 유명하셨다. 그 덕분에 어머니는 아버지의 입맛을 맞추느라 소질에 없는 요리를 하시며 노력하셨다. 그래도 아버지는 입맛이 없다 하시자 어머니는 사 온 음식을 대령했다. 그래도 아버지는 입맛이 없다며 소금과 미원을 추가해서 드셨다. 어린 나는 아버지를 보면서 반찬투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덕에 난 더 열심히 먹었다. 아버지는 바쁘셨다. 주중에는 일하시느라 바쁘셨고, 친목회 모임에 총무이자 테니스를 치시느라 바쁘셨다. 유일하게 아버지랑 친해지는 시간은 라면을 같이 먹는 시간이었다.


아랫동네에 사는 돼지 친구네에 갔다. 돼지친구는 성격이 까다롭다. 아무튼 어릴 때부터 그 친구와는 농구하다가 싸우고 나면, 안성탕면 두 개와 에이스 과자하나를 사서 나눠 먹으며 화해했다. 그 광경을 본 치타친구는 "너네들은 참 신기한 놈들"이라며 웃으며 집으로 갔다. 집으로 가려는 치타친구를 붙잡고 우리는 얘기했다. "같이 먹고 가지 그래." 그러나 치타친구는 싫다며 "너희들끼리 많이 먹어라" 하며 다. 돼지친구와 나에게 음식은 우정이었다.


체대입시 학원 카리스마 최 선생이 있다. 그는 나랑 10년 터울 나는 형이자 스승이라 불리는 분이었는데, 그곳에서 운동을 배우고 학교에 입학했다. 대학에 들어가 그곳에서 일을 하고 선후배와 어울리면서 시간을 보냈다. 어느 날 카리스마 최 선생은 그랬다. "오늘 전어에 소주 한잔 어때? 이 가을에는 말이야 전어야. 집 나간 며느리도 온다는 전어!" 우리는 동대문으로 가 선생님 자주 가는 회집에 나와 친구를 데리고 갔다. 선생님의 주도하에 우리는 술을 배웠고 음식을 먹었다. 선생님은 가을 전어 먹기 전에 우선 가을 대하가 최고라며 대하 10마리에 만 원을 내고 생대하에 소주 한잔 기울였다. 대가리는 노릇하게 구워 먹어야 한다며 안주삼아 한 잔 했다. 그다음으로는 전어를 4마리를 시켜 회로 무쳐도 먹고, 구워서 노릇하게 구원진 전어를 먹으며 인생을 논했다. 전어를 먹으며 선생님은 말했다. 이 전어가 기억날 거라며. 그 말이 맞다. 요즘 같은 시기에 전어생각이 난다.


음식에는 추억이 있다. 한 식탁에 둘러앉아 함께 음식을 나누면서 인생을 나누기도 했다. 바쁜 아버지와는 라면을 나누면서 시간을 보냈고, 친구와는 우정을 다졌다. 우리는 허기진 마음을 음식을 나누면서 그간 못다 한 얘기를 한다. 가을이 되면 전어가 생각날 거라고 했던 최 선생의 말처럼 누군가 베풀었던 호의는 여전히 생각난다. 음식에는 추억이 담겨있다. 추억에는 친구가 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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