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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May 16. 2024

글쓰기는 쉬운 일이다

'글쓰기 별 것 아니다'라고 자신감 있게 외친다

오전에 글을 적는다. 10시에는 앉는데, 새벽에 일어나 써보기도 했지만, 정신이 깨어있지 않아 하얀 화면을 멍하니 쳐다보고 말았다. 지금도 그렇다. 그래서 새벽형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렇다면 저녁에도 써볼까? 해서 소행성 워크숍에 원고를 작성하는 날이면 오전에 1-2시간 글을 쓰고, 허리가 아프면 잠깐 30분 동안 스쾃, 허리 스트레칭 운동을 했다. 그리고 저녁에 다시 30분-1시간 정도 글을 쓰고, 쓰기 위해 운동을 하고 그렇게 한 달 반을 하다 사람이 이러다가 가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결국 몸에 무리가 와서 코피를 쏟아, 글쓰기를 멈췄다. 어쩌면 나 같은 초심자가 이렇게 까지 글을 쓰겠다는 것 답답해서 더 글에 집중했을지 모른다. 

그 일을 도와주셨 던 분들은 편성준 선생님, 윤혜자선생님이 계셨기 때문이다. 소행성 쓰기 워크숍을 진행하고 계신데, 글을 쓰게 만드신다. 아주 쉽고, 친절하면서 카리스마 넘치게 말이다. 말하자면 오케스트라 지휘자이신데, 어느 날 윤혜자 선생님께서는 두 팔을 걷어붙이면서 말씀하셨다, "제가 말이에요. 글쓰기경력으로만 따지자면 30년 이상입니다. 이 꽃 보이시죠. 책상에 하얀 꽃이 그냥 핀 게 아니에요." 그 모습을 바다와 같은 깊은 마음으로 보시던 작가이신 편성준 선생님께서는 그 모습을 영상으로 말없이 담으셨다. 말하자면,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지휘자와 조용한 심연의 항해자만난 것이다.

몇 주전, 산책을 하러 나갔다. 동네를 걷고 생각을 비워내고 북한산과 도봉산 정상이 보이는 저편 언덕에 위치한 집을 올라갔다.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아파트 복도 끝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힘들었던지, 아니면 글 쓰는 게 힘든 것이었는지, 터벅터벅 올라가는 계단 사이로 바람이 불면서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네가 무슨 글을 써." 그냥 포기하라는 뇌의 부정적인 장난이 심하게 요동쳤다. 문득,  부정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생각에 '또 쓸 때 없는 생각을 하는군.'하고 계단을 올라 집에 도착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런 글쓰기를 포기하라는 부정적인 생각은 수시로 찾아온다. 피로감에 지쳐서, 또 쓸 때 없이 삶에 의미를 찾고 내가 쓴 브런치의 글이 무슨 소용이냐고 자책할 때, 브런치 회원탈퇴의 버튼까지 갔지만, 이내 멈췄다. '또 내가 삶에 의미를 찾는군.' 어쩌면 글은 혼자 쓰는 것이고, 외로움과 부정적인 사고 맞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어서였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것보다, 지금 쓰고 있는 글쓰기에 의미를 두고 있기 때문에 시간대비 효율성이 떨어져 내가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회의감에, 자존감이 떨어지고 그것을 온전히 스스로 가져야 하는 생각에, 뇌는 글쓰기를 포기하라고 명령하는지 모른다.

그런데 만약 글쓰기가 뒤에서, 편하게 엄마한테나 아빠에게 말는 것처럼 써본다면 어떨까? 아니면 친구에게 수다 떨 듯이 말이다. 그들에게 불편할 이유도 없거니와 비속어를 쓰면서, 야 어쩌고 저쩌고 말하고 떠는 것처럼 말이다. 그걸 듣고 있는, 혹은 글을 읽는 사람도 쉽게 전달되지 않을까? 엄마한테, "엄마 나 오늘 글쓰기 하는데, 쉬 운 일이 아더라고." 그렇게 말하면 엄마가 "야이새끼야. 글쓰면 쌀이나와? 당장 그만써. 새끼가."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닌가? 또 아빠한테, "아버지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들까요?" 하면 아버지가 ". 이 자아, 나도 힘들어. 가."라고 말할 아빠는 없을지 모른다. 아닌가? 친구한테, "야. 나 글쓰는데, 좀 울적하다" 그러면 친구가, "야. 꺼져. 나도 우울해."이러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글쓰기는 쉬운 일이다. 생업에 사는 게 고달프고, 나이가 먹어 글을 쓰자니 힘들 수도 있겠지만, 그냥 편하게 이 얘기 저 얘기 함으로 써 일단 써보면 되는 것이다. 그다음 그다음이고, 이렇게 해야 글을 쓰지, 무겁게 어렵게 글을 쓰면 나도 힘들고, 읽는 사람도 힘드니깐, 그냥 편하게 쉽게 생각하고 글을 써보면 어떨까 해서 글을 적었. 아니면 글 쓰고 고치면 되는 방법도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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