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혜훈 Jan 20. 2023

할머니, 아주머니의  곡소리

Unsplash의Nate Johnston


한해 한해 나이가 먹어간다. 인간은 인류 역사상 불로장생 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으나, 그러하지 못했다. 그만큼 젊음은 누구나 갖고 싶은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이가 먹으면, 젊은 세대의 모습을 따라가기 위해 발맞춰 가기도 한다. 육체의 한계는 어쩔 수 없다 한들, 마음만은 젊게 살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 일 것이다. 어르신들은 한결 같이 말한다. "그때가 좋은 거여~" 그때를 진작 알았더라면 말이다.


며칠 전, 오후 일을 마치고 산책을 했다. 잠시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사이, 한 할머니가 계단의 난간을 붙잡고 힘겹게 걸어오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더니 잠시 후 내 앞에서 “아이고아이고 힘들어~”라는 음성을 내뱉으셨다. 그러고 할머니의 뒷모습을 보니, 그럴만하셨다. 세월의 무게가 짓눌른 듯 양다리는 오자형으로 심하게 휘었고, 허리는 굽었다.      


할머니는 잠시 한숨을 돌리셨다. 뒷짐을 지며, 다시 언덕을 힘겹게 걸어 올라가셨다. 나의 20대 때는 쌩쌩했는데, 가끔 나도 모르게 허리에 뒷짐을 지는 습관이 생겼다. 그런데 할머니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나를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입뻥긋 할 수 없는 할머니의 무거운 "아이고아이고 힘들어~"의 한마디가 고개를 숙이게 만들었다. 그러고는 잠시 뒤, 한 중년의 아주머니가 또 계단을 올라오면서  “아이고아이고~”를 연신 외쳤다.     


오늘따라 내 앞에서 왜 이리 곡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일까 싶다. 어쩌면, 불행하게도 나이가 들면 힘든 말뿐이다. 그런 것을 보면, 살아가는 것 자체가 고통을 일 수도 있겠다. 아이가 태어나는 것도 고통이었을 것이며, 그 아이가 성장하면서 공(功)을 들여야 하는 과정들도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음은 고통 속에서도 꽃과 열매를 맺기가 쉽다.


인간은 누구나 젊어지고 싶다. 그만큼 젊음은 살아있는 것이며, 그 과정 속에서 얻는 것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젊을 때, '젊음'에 소중함을 깨닫기란 쉽지가 않다.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노인들은 안다. 젊음이 그만큼 소중하다는 것을 말이다. 삶은 우리에게 한계를 맛 보여주지만, 그 한계를 뛰어넘는 것도 젊음의 한 부분일 것이다. 젊음은 육체적 나이와는 상관없이, 건강하게 살아가려는 정신과 마음의 자세에서부터 온다면, 누구나 젊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만약 내가 신이었다면 나는 청춘을 인생의 끝에 두었을 것이다.
-아나톨 프랑스-  


매거진의 이전글 선발투수의 구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