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새로 오신 대표님이 외국인이세요"

by 빈센트

"새로 오신 대표님이 외국인이세요"

"클라이언트가 한국말을 잘 못하세요"

"팀장님은 영어가 더 편하신 분이세요"


최근 회사 소개 미팅에서 '어학 교육 도입을 왜 검토하시나요?' 라고 물으면, 이런 대답들을 정말 자주 듣는다. 매일 성과를 내야 하는 직장인들에게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을까.


잠깐이었지만, 외국계 클라이언트의 컨설턴트로 일한 적이 있었다. 미팅에는 항상 C-level 임원이 들어왔다. 컨설턴트는 클라이언트가 질문하면 항상 정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압박감도 컸지만, 그걸 외국어인 영어로 말해야 해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극심한 스트레스는 결국 실수를 낳았고,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혼란스러워졌다.


지금 돌이켜보면, 조금 더 편하게 했어도 괜찮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당시에는 영어로 말할 때 단어 하나, 표현 하나라도 틀리면 프로페셔널하지 않아 보일 거라는 강박관념에 시달렸다. 그래서 미팅 전에 스크립트를 전부 작성해서 보험처럼 준비해서 미팅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했던 영어는 결국 또 다른 정답 찾기였다. 언어는 대화하고, 의견을 나누기 위한 도구인데 말이다.


직장에서 영어가 어렵다고 느끼는 분들, 특히 대표님이나 팀장님, 클라이언트와 영어로 대화할 때 어려움을 겪는 분들은 아마도 이전의 나처럼 틀리지 않으려는 강박프로페셔널해 보이려는 부담 때문일 것이다. 완벽을 추구하려는 그 노력은 응원받아 마땅하지만, 동시에 너무 큰 스트레스가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평소에 영어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자연스럽게 말로 내뱉는 연습을 더 많이 했을 것 같다. 상대적으로 외국인들은 함께 대화하며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더 큰 가치를 두는 것 같다. 직급에 따라 조금 다를 수는 있겠지만 그게 직장 상사든, 클라이언트든 크게 다르지는 않아보인다.


결국, 영어를 잘한다는건 단어나 문법을 틀리지 않는 '정답 맞추기' 역량이 아니다. 모국어를 말할 때처럼 영어로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고 상대방과 건설적인 토론/대화가 가능하다는게 진짜 영어를 잘한다는 것 아닐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불편함을 참는 것 vs 불편함을 해결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