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당근마켓에 올라온 게시글 하나가 큰 이슈가 되었다.
14억 3천만 원에 판매합니다.
장난으로 올린 글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 판매 글이다. AI에 대한 관심과 빠른 기술의 진보 덕분에 ".ai" 도메인을 사용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웹사이트 주소에 ".ai" 만 붙어 있어도 더 혁신적으로 보이는 인상을 주기도 하는 것 같다. 이름만으로 수십억 원의 거래가 오가는 이 현상은, 90년대 후반 ".com" 만 붙어도 주가가 급등하던 시절을 닷컴버블을 떠올리게 한다.
닷컴버블 당시, 인터넷은 세상을 바꿀 기술로 주목받았다. 수익 모델 없이 상장한 스타트업들이 넘쳐났고, 너도나도 인터넷에 올라타며 거대한 거품이 형성되었다. 2000년 초반, 거품이 꺼지며 수많은 기업이 사라졌고 시장은 역사적으로 기록될만한 큰 조정을 겪었다.
2025년 지금, 비슷한 열기가 AI를 중심으로 다시 나타나고 있다. 생성형 AI의 등장은 일반 대중에게도 그 혁신을 직접 체감하게 만들고 있다. 일상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산업군을 가리지 않고 모든 기업들이 'AI 기반' 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AI 기반 프로덕트를 만드는 스타트업은 수백억 원, 수천억 원의 투자를 받는다.
최근 이러한 움직임을 보며 문뜩 떠오른 질문이 하나 있다. '지금의 AI 열풍은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과 어떻게 다를까?'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이것저것 찾아보니 몇 가지 확실한 차이점이 있는 듯하다.
1. 기술의 준비도
닷컴 버블 시기에는 아이디어가 기술보다 월등히 앞섰다고 평가한다. 반면, 현재 AI는 클라우드 인프라, 빅데이터, 모바일 생태계 등의 탄탄한 생태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게 일상 생활과 산업계에 깊이 침투하여 자리를 잡았다.
2. 주도 세력의 무게감
닷컴 버블은 신생 벤처 기업 중심으로 만들어진 흐름이었지만, 현재의 AI 버블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메타, 테슬라 등 기존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확고한 수익 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AI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3. 대중과 정부의 반응 속도
닷컴 버블 당시 정부와 규제기관은 시장을 관망했다. 당시 미국 클린턴 정부는 시장의 과열을 적극적으로 억제하기보다는, 시장의 자연스러운 조정 과정을 기다리는 방관적인 태도를 취했다고 평가한다. 지금은 다르다. 각국 정부는 AI에 선제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AI 산업 육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AI 윤리와 데이터 규제, 일자리 충격에 대해 정치권에서 빠르게 논의하고 있다.
거품은 꺼지더라도, 진짜 기술은 남을 것이다. 인터넷도 그랬다. 닷컴버블이 터진 후 아마존, 구글, 이베이 같은 기업은 끝까지 버티고 살아남아 시장을 지배했고 결국 세상을 바꿨다. AI 역시 마찬가지 흐름을 보일 것이다. 지금의 열기가 가라앉더라도, 실질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과 기술은 살아 남을 것이다.
이러한 급변하는 기술의 흐름을 바라보는 개인,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나는 무엇을 해야할까? 가끔은 기술이 변화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두렵기도 하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모두 빼앗아버릴 것만 같다. 앞으로 인간이 더 이상 할 일이 없어질 것만 같은 느낌도 든다.
거대한 기술의 흐름은 어차피 피할 수 없다. AI에 휘둘리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AI를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AI가 나를 대체할까 걱정하기보다는, AI를 도구로 삼아 더 나은 결과를 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선택은 결국 개인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