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주간 오프라인 컨퍼런스에 참석해 부스를 운영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많은 잠재 고객들과 교류하며 우리 서비스를 소개했고, 유의미한 리드를 발굴했다.
잠깐 쉬는 시간을 이용해 화장실을 다녀오던 중, 한 중년의 남성 분과 마주쳤다. 옅은 미소를 주고 받은 채 화장실 문을 대신 열어드리며 지나쳤다. 잠시 후, 그 분이 우리 부스로 찾아와 인사를 건네주셨다. 우리가 준비한 이벤트와 설문에도 참여해주셨다. 서비스에 대해 깊은 관심도 함께 보여주셨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화장실에서 불쾌한, 불칠전한 행동을 했다면?
부스에 오셨을 때 내 얼굴을 보고 바로 떠나지 않았을까?"
비슷한 경험은 또 있었다. 지난주 고객 미팅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던 중, 낯선 사람 한 명이 나와 함께 탑승했다. 별다른 생각 없이 함께 올라갔는데, 같은 층에서 엘리베이터를 내리고 같은 곳을 향해 걸어갔다. 이 분이 오늘 내가 만날 고객사의 담당자님임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만약 내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소란스럽게 전화를 받았다면?
불쾌한 언행이나 타인을 불편하게 하는 행동을 했다면?"
그 미팅은 아마도 해보나 마나 였을 것이다.
이런 순간들을 겪으며 분명히 깨달은 점은 내가 발 딛는 모든 공간이 세일즈 존이라는 사실이다. 화장실, 엘리베이터, 지하철, 복도.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의 공간이, 누군가에겐 나에 대한 첫인상으로 남는다.
업계는 생각보다 좁다. 오늘 지하철에서 옆에 앉은 사람이 내일의 고객일 수 있고, 카페에서 마주친 사람이 중요한 파트너십의 의사결정권자일 수도 있다. 평소의 모습이 곧 나에 대한 신뢰와 브랜드가 된다.
신뢰는 회의실에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도 시작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려 한다. 어디서든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고, 그 누군가가 언젠가는 내 고객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