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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Nov 21. 2019

어느 쪽이지?

“어느 쪽이지?” 당황한 듯 갈림길에서 속도를 늦추고 기장이 바삐 두리번거린다. 안경 너머로 내려다 보이는 택시 웨이 싸인은 밤이라 더욱 어지럽다.

부기장과 뒤에 앉은 Augmantee기장은 동시에

“오른쪽 두시 방향 그리고 또다시 우측 턴!”  

“램프 클리어런스는 어떻게 됐지?”


택시 중에도 걱정이 되었는지 슬쩍 뒤돌아 보며 그가 묻는다.


“걱정 마! 내가 모두 받아 두었어. DM를 통해 들어와도 좋데. Full Clearance야!”


안도한 듯 그가 바로


“오~ 고마워. “


잠시 후 주기장 입구 DM를 찾으려 모두의 시선이 왼쪽으로 쏠린 그 순간 관제사의 갑작스러운 지시가 모두를 당황하게 했다.


“Give way to United on G”


기장이 놀라서 시선을 정면으로 돌리면서


“ 어디야? 어딨어, 그 United?”


거의 동시에 어둠 속에서 바로 앞 우측에서 활주로를 막 횡단한 후 고속으로 그들 앞으로 끼어드는 United의 CRJ를 목격하고는


뒤에 앉은 Augmantee기장이 놀래서


“ Stop!~~” 이런 ㅠㅠ


이후 좌로 180도 이후 우로 135도를 꺾어서 램프에 그 큰 777을 욱여넣고는 엔진을 하나씩 끄고 나서야 그간 참았던 푸념을 영국인 기장 David가 시작한다.


“나 네이티브잖아. 근데 나도 알아듣지 못하게 한 번에 4개 5개 지시를 속사포처럼 한꺼번에 주면 어떡하라는 거야. 미국은 올 때마다 힘드네, 얘들은 왜 이러는 거야. 아까 United도 깜짝 놀랐잖아.”


접근 중 부기장이 바쁜 상황에서 한 번에 지시를 Readback하지 못하자 짜증을 내던 관제사를 두고 그를 두둔하려 한 말이긴 하지만 그 역시 진심이 얼굴에 묻어납니다.


미국은 영어권 조종사들에게도 힘든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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