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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Nov 20. 2019

영어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조종사의 입장에서

저의 영어공부법에 대해서 어떻게 글로 옮길까 오래 고민하다가 결국 질문과 답변 형태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어떻게 하면 영어를 지치지 않고 잘할 때까지 공부할 수 있을까요?

저는 저의 영어공부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신념을 불어넣었어요.

대학생 시절에는 나는 지금 한국에 와서 언어가 통하지 않는 외국인 교수님들을 도와드리는 거다라고 생각하면서 교류했어요.
그분들을 도우면서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어요.

대학 영자신문사에서 글을 쓰게 되니 좋은 글을 써야 한다는 책임감에 더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었고요. 영문 타자도 이곳에서 배웠고요. 영문타자는 그 후 번역 작업에 큰 힘이 되었어요. 분당 400타 정도까지 쳤어요.

군에서는 남들이 힘들어하는 문서 번역, 통역을 대신 참 많이 해주었어요. 우리나라 군인이 미군들한테 영어 때문에 쩔쩔매는 모습 볼 수가 없어서요.

대한항공의 사무실에서 일할 때도 타 부서에서 해달라고 부탁하는 번역은 한 번도 거절한 적 없이 다 해드렸어요. 나중엔 이분들이 추천해 주셔서 우수사원으로 선발되어 회장님 표창을 받기도 했어요.

’ 내가 하는 영문 번역 공지가 외국인 조종사들에게는 생명수 같은 것이다. 한글로만 공지를 하면 이 사람들은 전혀 정보를 공유할 수 없게 되니 회사나 해당 기종에서도 외국인들한테 채면이 없게 되는 거다. 한국사람 깔보게 되는 일이 되는 거다’
라고 스스로에게 신념을 일으켰어요.

나중엔 외국인 기장들이 제 영어실력 향상에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더군요. 진심이 통한 것이겠죠.

아무 대가 없이 했습니다.
이런 마음이 들면 영어 공부 안 할 수 없었지요… 슬럼프가 와도 빨리 빠져나올 수 있었어요.

대학 때부터 단 한 번도 도서관에서 영어책을 펴고 공부를 한 적이 없어요. 철저히 귀로 들으면서 중얼거리는 식으로 회화위주로 공부했어요. 도서관은 영어를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문제 풀이나 영문법을 공부하는 곳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영어공부는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요?

고1 때 성적이 모두 바닥일 때 우연히 안현필 씨가 쓰신 영어실력 기초라는 책을 만나고 하라는 대로 따라 했어요.. 독하게.. 단순해요.. 무한반복.. 될 때까지 외우고 또 외우는… 영어가 되니 다른 과목 성적도 같이 좋아지더군요. 이 책이 제 인생을 바꿨습니다.

그 외에 다른 영어책도 보았을 텐데 어떤 식으로 공부를 하시나요?

될 때까지, 완벽히 따라 할 수 있을 때까지 6개월이고 일 년이고 10년이고 계속 반복해서 듣고 입으로 따라 하려고 노력했어요..

이찬승 미국어 히어링 총 3권의 책은 아마 햇수로는 대학 4년, 이후에도 군대에서도 듣고 총 10년 동안 듣고 반복해서 거의 달달달 외웠어요..

위의 안현필 씨의 영어실력 기초도 마찬가지고요.. 달달달 책을 외웠어요..

문법서도 공부를 하셨나요?

물론입니다. 고등학교 때는 문법 위주의 안현필 씨 책을 달달 외웠어요. 대학에서부터는 회화 위주의 AUDIO가 제공되는 책을 늘 귀에 끼고 살았어요.. 여기에 더해 Vocabulery22000도 달달 외울 정도로 듣고 또 들었어요. 될 때까지..

외국에서 영어를 공부하지 않은 학생임에도 회화를 꽤 잘했어요. 대학 4학년 때는 학생대표로 선발되어서 아시아 지역 크리스천 국제 대학교 학생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으니까요.

대학 졸업 즈음엔 저의 영어공부법을 듣고 싶다고 한 영어교육과 교수님이 연구실로 부르신 일도 있었어요.

공군 비행 훈련 중에 영어를 잘하는 게 도움이 되었나요?

제가 여러 가지로 부족했음에도, 비행교육을 수료한 건 저의 영어능력을 선배 교관들이 아끼셨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 중점을 두고 공부한 책은요?

가장 최근에는 두바이에 와서, EFFORTLESS ENGLISH라는 온라인 영어학습 프로그램을 구입해서 약 2년간 들었어요.. 이 책은 엄청난 동기부여와 위안을 주었어요. 내용도 거의 달달 외울 정도로 듣고 따라 했어요.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영어를 잘하는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지쳐 포기하지 않는 끈기 같아요.. 다른 건 몰라도 무슨 일이 있어도 영어는 손에서 놓지 않았어요.. 마치 숨 쉬는 것처럼..

영어는 중간에 슬럼프가 와요. 계속 와요.. 단계를 올라갈 때마다 찾아와서 깊은 좌절에 빠뜨리죠. 해도 늘지 않는 것 같고 어제보다 오늘이 더 실력이 퇴보한 것 같고, 영어가 들리지 않아 자신이 바보처럼 보이고 그래요.. 그런데 이런 슬럼프가 당연한 거고, 이걸 극복하면 한 단계 크게 성장하는 걸 경험을 통해 알았기 때문에 무시하게 밀고 나갔아요..

요즘은 어떻게 공부하시나요?

이제는 YOUTUBE의 영어 AUDIOBOOK소설을 들어요.. 이제는 이것으로만 공부를 해요.
이제는 외국인 친구들도 많아서 자연스럽게 늘고 있어요.. 늘 친구들을 가까이해요.

항공 관련 용어가 상이한데 어떻게 전문적인 용어를 공부하셨나요?

가장 도움이 된 SITE는 AVIATION HERALD라는 웹사이트입니다. 이곳에 거의 매일 항공기 사건사고 정보가 올라와요.
올라온 영문 사고 기사를 계속 읽고 외워서 항공 관련 영어 글쓰기에 15년 전부터 대비했고 지금은 회사에 제출해야 되는 각종 공식 보고서 작성에 전혀 문제가 없게 되었어요.

외항사를 준비하는 조종사들에게 조언한다면?

회사 FOM을 영어로 보셔야 해요.
처음엔 한글과 영문을 비교하며 같이 보다가 내용이 모두 이해된 후에 한글판을 반납했어요.

한글로 된 매뉴얼을 멀리하세요..
그리고 미국에서 ATPL을 따 보세요.

영어 관련된 시험성적/자격이 어떻게 되나요?

토익은 딱 한번 군대에서 보라고 해서 보았어요. 902점 나오더군요
그리고 대한항공에서 입사할 때 실시한 벌리츠 테스트 LEVEL 9 받았고요.

그럼에도 한국에서 실시한 ICAO ENGLISH PROFICIENCY TEST에서는 LEVEL 4 받았어요.

에미리트에 합격할 때도 LEVEL 4 상태였고요.
입사 이후 실시한 TEST에서 역시 또 LEVEL 4 받았어요.
좌절 많이 했어요. 해도 안 되는구나.. 돌이켜 보면 이 부분이 제일 힘들었어요. 해도 해도 안된다는 좌절감.. 에미리트 입사 후 4년 동안 발전이 없다는 생각에 고통스러웠어요. 그러고 5년째 되던 해 3번째 시험에서 마침내 LEVEL6 받았어요.

아직도 부족해요.. 하지만 많이 늘었다는 걸 느껴요.. 특히 가장 부족하던 LISTENING이 많이 좋아졌어요. AUDIOBOOK NOVEL 들으면서.. 재미있는 연애소설 좋아해요.. 집중하게 돼요. ^^

자신이 언어적 감각이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머리가 남 들도다 더 좋은 건 아닌가요?

전혀 아닙니다. 저 정말 머리 나빠요. 그런데 하나 잘하는 게 있어요.. 끈기요.. 포기하지 않고 될 때까지 해요.. 그게 언제일지 모르지만 언제 가는 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밀고 나가요..

그리고 정리에 특화되어 있어요.. 부족한 암기력을 극복하기 위해 자료를 잘 정리하고 반복 학습해서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요. 이 역시 될 때까지 외워요.. 암기를 위한 애플리케이션은 Quizlet을 사용해요.

글을 쓰다 보니 한 단어를 유독 많이 반복했네요.

영어공부 얼마나 해야 해요?

“될 때까지!”

그리고 그날은 꼭 와요. 미리 포기만 않으면. 이겨 내세요. 비행과 영어는 참 비슷한 구석이 많아요.

영어와 비행, 이번 생에선 제가 가진 두쪽의 날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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