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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Nov 21. 2019

명예와 신념

군생활 일화

Integrity (신념) 자신이 하는 행위가 선하며 옳은 것임을 믿는 확신.

신념이 바탕이 되지 않는 행위는 거짓이며 타인으로부터 존중을 받지 못할 순간에 처하게 됩니다.

신념이 없는 군인은 들짐승을 잡는 사냥꾼과 그 차이가 없습니다.  

이와 반면, 다수가 동의하는 절대 가치인 선하고 명예로운 신념에 기반한 의식적인 행동은 그것이 간혹 통상 허용되는 수준의 룰을 벗어난다 하여도 사람들은 그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게 됩니다.


다음은 제가 작전사 공수 통제장교로 근무할 때의 일화입니다.


전투기 작전을 통제하는 선임 통제장교와 선임 통제장교를 보좌하는 부사관 그리고 공수 임무 만을 통제하는 공수 통제장교 그리고 사병 한 명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한반도 상공의 전체 항적을 모니터 하며 하루하루의 작전 상황을 모니터하고 통제합니다.


전국의 모든 공군기지와 육군 해군과의 핫 라인이 그들의 책상 앞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각자가 정해진 업무가 다르지만 선임 통제 장교와 그를 보좌하는 부사관이 전화통화 중 울리는 전화는 공수 통제 장교가 일단 전화를 받고 상황을 설명한 뒤 대기시키는 일이 빈번합니다.


공수 통제장교가 통화 중일 땐 역으로 그들이 공수 통제장교를 위해 전화를 받아주어야 할 일도 생깁니다.


“필승 공수 통제장교 정 대윕니다. 통신보안”


누구인지도 밝히 지 않은 채 대뜸


“선임 통제장교 바꿔”


정 대위가 전화가 걸려온 라인의 반짝이는 라벨을 순간 다시 확인합니다.


'00 비행단 핫라인'


“예,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지금 통화 중이십니다.”


그는 지금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구인지를 안다. 일면식이 있는 것은 아니나 계급상 몇 년 선배 장교다.


습관적으로 전화를 귀에 댄 채 기다리는 정대위의 귀에 이때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 이 새끼 XX 정말 재수 없어~~ 크크크”


정대위가 귀를 의심하다


”지금 그 말씀 저한테 하신 겁니까?”


순간 약간 당황하는 목소리로


“아이씨, 아직 들고 있었어? 선임 통제장교 아직도 바빠?”


“좀 전에 하신 말씀 저한테 한 것인지 물었습니다. 00 대위님!”


이젠 그쪽도 정대위의 도전적 말투에 물러서지 않는다.


“그래 XX 야. 그랬다. 어쩔래?”


정대위는 결정할 순간이다. 물러설 것인가 들이받을 것인가...
그는 들이받는 쪽을 선택했다.


“장교가 공식 작전 라인에 대고 상대방 장교에게 그런 상스런 말을 쓰셔서 되겠습니까 00 대위님! 그게 어디 장교의 입에서 나올 말입니까?”


“뭐야, 이 XXX 겁대가리를 상실한 XXX가 너 죽을 줄 알아 이런 XXX”


그리고 이어지는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지거리.


정대위는 수화기를 차분히 귀에서 때고 전화기에 올려 끊어버렸다.
그러자 다시 전화기가 울린다. 그가 반짝이는 00 비행단의 핫라인을 보고도 받지 않자 막 전화를 끝낸 부사관이 이를 받고는 사태를 알아챈 듯 난감한 목소리로


“정 대위님 저쪽이 화가 많이 나서 무조건 바꾸라고 난리인데요...”


정 대위가 수화기를 들고 해당 비행단 버튼을 누르고는, 미처 그쪽에서 말을 시작하기도 전에


“저 정 대위는 오늘부터 00 비행단에서 걸려오는 전화받지 않습니다. 00 대위님과는 작전 안 합니다. 원하시면 다른 사람이 전화를 하게 하거나 여기서 일하는 다른 요원들과 통화하십시오.. “


그리고 다시 끊어 버렸다.


물론 잠시 후 선임 통제 장교에게 그간의 상황을 설명하고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사과를 해야 했다. 선임 통제 장교는 너털웃음을 지었을 뿐 아무 말도 없다.


“당분간 우리가 좀 바빠지겠네. 김 상사! 00 비행단은 정 대위가 안 받도록 우리가 신경 쓰자”


이 일이 있고 나서 나중에 정 대위가 해코지를 당했을 까요?


아닙니다. 누구도 이 일을 문제 삼지 않았고
그 당사자인 00 대위를 수년 후 우연히 만날 날이 있었지만 그쪽에서 먼저 무시하고 자리를 피했습니다.


윤리적으로 우위에 있지 않은 사람은 정당한 아랫사람의 도전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반면 도덕과 명예에 근거한 행동은 비록 그것이 상관을 들이받는 행위라 하더라도 타인의 공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특히 명예를 목숨처럼 받들라고 교육받은 장교 간의 문제라면..


제가 10년간 복무한 공군은 선한 신념을 각자의 젊은 가슴에 품고 서로의 명예를 소중히 존중하는 조직이었습니다. 아주 일부 불량품을 제외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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