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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Nov 21. 2019

기장이 승무원들을 대하는 자세

항공사에 근무하는 객실 승무원들의 근무환경은 의외로 열악하다.

외부에서 보이는 그들의 화려함은 종종 선망의 대상이 되지만 그 이면의 현실은 훨씬 거칠고 항상 크고 작은 부상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들이 발을 딛고 서 있는 곳은 항상 흔들리고, 종종 서있기 조차도 어려운 터뷸런스를 MEAL SERVICE 도중에 아무런 경고도 없이 만나기도 한다.  

승객 좌석 사이를 족히 100킬로 이상 나갈 무게의 알리미늄 밀 카트를 밀고 이동하는 도중 시도 때도 없이 항공기가 흔들린다.


그들은 오늘 처음 만난 기장에게 자신의 안전을 전적으로 맡긴 상태로, 터뷸런스의 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채 항공사의 최 일선에서 근무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항상 브리핑 시간에 나의 승무원들에게 이 말을 꼭 전한다.


“기장인 나는 캐빈 승무원 여러분의 안전이 더 걱정이고 중요합니다. 승객의 안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여러분의 안전이 내겐 더 중요합니다”


거의 한 달에 한번 정도는 캐빈 승무원이 근무 중에 이러저러한 정도의 부상을 당하는 일을 목격하게 된다. 손가락이 끼이고, 까지고, 뜨거운 물에 데고, 낙하물에 맞아 손가락과 발등이 퉁퉁 부어오른 채 승객들을 위해 일을 하고 있는 승무원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을 주체할 수 없다.


기장으로서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산업재해 보고서에 기장 사인을 해주는 것과 따뜻한 위로의 말을 전하는 것이 고작이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25세 정도로 내가 보기에는 걸스카웃/보이스카웃 아이들 같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승객들의 하기가 끝난 후 항공기와 터미널을 연결한 브리지 반대편 터미널 통로


CAPT JAY는 지금 비행 중 사무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던 , 서비스 중 화상을 입은 승무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승객이 모두 하기할 때까지 그는 정비사가 칵핏에 도착해 있음에도 객실 승무원과 남아있다가 이제야 브리지를 통해 터미널 통로까지 나와 이제 하나둘 CABIN BAG을 끌고 나오고 있는 승무원들과 좀 전까지 인사를 나누고 있던 차였다.


그는 한 명 한 명과 아이 컨택을 하고 가벼운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간혹은 기장과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지나치는 이도 있지만 대부분은 환한 미소로 그와 인사를 나눈다. 그런 그의 눈에 한 손을 다른 손으로 감싸 쥔 HANNAH가 보인다.


“네가 해나지? 뜨거운 물에 데었다는?” 그녀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어디 좀 보여줘 봐, 상태가 어떤지 확인해보자”


덮었던 다른 손을 치우자 그녀의 상처가 드러난다.
왼손 검지와 중지의 안쪽에 크게 물집이 잡혀있다.


“약은 바른 거지?”


그는 비행 중 보고를 통해 그녀가 화상 연고를 FAK(FIRST AID KIT)을 열고 사용했다는 보고를 이미 받아 사정을 알고 있음에도 다시 묻는다.


“약을 발랐고 상태가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 같아요. 기장님”


CAPT JAY가 안쓰러운 얼굴로 다시 말한다.


“물집이 터지면 상태가 나빠지니까 터지지 않게 조심하고 그대로 가라앉으면 좋겠다. 혹 레이오버 중에 상태가 나빠지면 병원에 참지 말고 가도록 하자. 퍼서나 나에게 꼭 연락해”
그녀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진다.


JAY는 기본적으로 모르는 사람들에게 먼저 말을 걸기를 어려워하고 더욱이 그 사람이 금발의 외국인 여성이라면 더욱 불편해지는 지극히 내성적인 성격의 보편적인 중년의 한국 남자다.


하지만 그가 UNIFORM을 입은 순간만큼은, 사람들은 그가 원래 내성적인 성향이라는 것을 잘 알아채지 못한다. 그는 승무원들에게 늘 먼저 다가가고 그들을 챙기고, 비행 중에 마주치는 승객들에게도 늘 적어도 눈인사를 잊지 않는다.


좋은 기장과 나쁜 기장이 단순히 항공기를 안전하게 이륙시키고 착륙시키는 것에 국한된다면 항공사들이 기장요원을 선발할 때 통상 일인당 수천만 원을 비용을 지출하면서까지 인터뷰를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장요원 선발을 위해서는 왕복 비즈니스 항공권과 4박 5일간의 숙박비 그리고 정교하게 구성된 인터뷰 시스템, 이곳에는 이들을 선발할 훈련된 산업심리학자, 전문 INTERVIEWER, 시뮬레이터와 평가 관등 개인당 족히 수천만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항공사가 원하는 기장은 조종수가 아니라 조종사다. 자신이 이끄는 팀의 리더로서 명확한 소명의식과 책임감을 가지고 그들과 공감의 끈을 팽팽하게 같이 유지하며 때로는 독려하고 때로는 자상한 아빠같이 아픔을 같이 나누고 다독일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승무원들이 그를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의 행동과 말에서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그래야 한 팀이고 그래야 진정한 CAPTAIN이다.


그것이 말이던 행동이든 간에 서로 간에 공감을 얻어내는 역할의 책임은 항상 기장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군에서 좋은 리더는


‘공은 항상 부하에게 먼저 돌리고 과는 자신이 책임지는 지휘관’
이라고 얘기한다.


에어라인도 다르지 않다.


과를 CAPTAIN이 짊어지면 일이 쉬워진다. 그리고 할 수 있을 때마다 작은 공이라 할지라도 칭찬을 아끼지 말고 적극적으로 다가가서 말해줘야 한다.


그러면 한 팀이 되고 마침내,


비행을 마치고 해어질 때에는,


이제는 기장과 EYE CONTACT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되고,


더불어 환한 미소로 인사를 전하기 위해,
어린 그들이 기장에게 먼저 다가서게 된다.


그래서 조종수가 아니라 조종사라고 불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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