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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Apr 01. 2020

신입 객실 승무원의 조종실 체험비행

캐빈 승무원들이 아주 즐거워하는 훈련이 있습니다. 항공사에 입사 후에 평생 단 한 번만 체험할 수 있는 훈련입니다. 운항승무원과 같이 하는 훈련이고 훈련 이후에 평가도 없습니다.


제가 일하는 항공사에는 캐빈 승무원의 초기 훈련 중에 조종실 체험이 들어있습니다.


브리핑에 들어가면 보통 사무장이 언질을 줍니다.


"훈련생은 어디 있어요~~?"


라고 물으면 맨 끝에서 입꼬리가 귀에 닿을 정도의 해맑은 미소로 초등학생처럼 손을 번쩍 듭니다.




"빨리, 빨리 조종석에 같이 타고 싶어요."라는 표정이 가득합니다



우선 기장인 저는 이들과 함께 외부 점검부터 같이 동행합니다. 먼저 형광색 조끼를 입혀주고 시끄러운 소음으로부터 귀를 보호하기 위해 이어 플러그도 겔리에 요청해 준비해 전해 줍니다. 여성들에 대해 차별이 있는 사우디 같은 곳에서는 안타깝지만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 스물서너 살 정도 되는 회사에 갓 입사한 친구들을 데리고 777을 노즈 기어부터 시작해 레이더와 피톳 튜브와 정압 공을 거쳐 성인 한 명이 들어가도 공간이 남을 거대한 GE 엔진으로 다가가 이곳에서는 엔진을 손으로 만져보게 합니다.

엔진을 돌아 나와  주위에  화물을 실어 나르는 트롤리 기사에게 인사를 하고 지나쳐 날개 끝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갑니다. 777의 날개 끝에 고드름처럼 삐져나와 있는 Static Discharger에 대해


"번개에 맞으면 저기 끝으로 전기가 빠져나가서 항공기는 안전해요."라고 설명을 해줍니다. 이어 항공기의 동체 바닥을 지나쳐 반대편 랜딩기어와 엔진과 날개를 설명하고 항공기의 꼬리에서 들리는 소음에 대해 물어봅니다.


"지금 저 끝에서 엄청난 소음이 들리지 않나요?"


그녀를 데리고 꼬리 날개 아래로 다가가 지금 저 소음이 사실은 작은 제트엔진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걸 알려줍니다.


"쌍발 항공기인 777에는 사실 3개의 제트엔진이 달려 있어요."


소음으로 인해 잘 알아들었는지 모르지만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얼굴에는 내내 어린아이처럼 미소가 떠날지 모릅니다.


이착륙하는 동안에도 이들은 조종석 정 중앙 뒤쪽의 옵서버 시트에 앉아 비행의 가장 중요한 단계를 체험합니다. 혹여라도 야간비행이라면 이들은 운이 두배로 좋은 크루들입니다. 접근하는 사이에  도시의 야경을 조종석에서 좌우 정면의 창을 통해 모두 감상할 수 있으니까요. 대부분 이들은 평생 다시 체험할 수 없을 겁니다.


야간에 공항의 접근 등과 활주로 등의 호사스러운 불빛에 홀려 있다가 엔진이 꺼지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캐빈 승무원 하길 정말 잘했어." 그들의 마음이 얼굴에 그대로 보입니다.


떠나는 그녀에게 마지막 진심을 담아 바람을 전합니다.


"일 년 후에도 2년 후에도 이 일이 너무 익숙해져서 모든 것이 덤덤해지더라도 오늘 이 설레던 마음을 잊지 않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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