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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Nov 21. 2019

악동 김중위


“너 이노무 새키, 선배가 얘길 하면 고분이 들어야지. 또 말대꾸야?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스케쥴러? 정인웅! 정인웅!”

선임 편대장이 화가 단단히 났는지 얼굴이 벌게져서는 대대 스케줄 장교를 찾고 있다.

“정대위가 바로 편대 방으로 뛰어온다”

“아~~~ 아 시키 내일부터 비행 빼, 비행대장님한테는 내가 따로 보고 할 테니까. 알았어?”

비행을 막 마치고 편대 방에서 디브리핑 중이던 선임 편대장 곽 소령이 분이 단단히 나서는 씩씩 거리며 스케쥴러에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의 앞에는 열중쉬어 자세로 김대위가 얼굴이 벌게져서는 잔뜩 긴장된 표정으로 서있다.



잠시 뒤 대대 건물 뒤

정대위가 1년 후배인 김대위를 불러서 애기 중이다.

“야~ 왜 또 그랬어? 좀 참지. 너 그러다 대대에서 찍혀서 정말 고생한다. 선장님 성격 몰라서 화를 또 키우냐?”

“아니, 선배 그게 아니고, 나는 잘하려고 한 건데 내가 반항한다고 오해를 하시니깐 저도 힘들어요”

“그나저나 비행대장님 들어오시면 부를 거야. 무조건 잘못했다고 해라! 딴소리하지 말고. “

정대위가 화장실로 통하는 문으로 대대 건물로 돌아간 뒤에도 김대위는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돌린 채 하늘만 원망하듯 쳐다보고 있다. 그의 눈에 어느새 눈물이 맺혀있다.



몇 주되 다시 6대대 작전계

비행대장 이소령이 김대위를 불렀다. 오늘 작전계는 스케쥴러 정대위가 비행을 나간 사이 그의 2년 선배인 작전계장 전대위가 대신 스케줄을 짜고 있다. 한 성깔 하는 전대위를 아는지라 그가 스케줄 작업을 하는 사이 아무도 작전계에 얼씬도 않고 있다. 거기에 더해 지금 작전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작전계 바로 옆 창문 너머로 비행대장 책상 앞에 김대위가 오늘 또 열중쉬어 자세로 부동자세로 얼어있다.

“너 왜 그래?”

“내가 한참을 지켜보다가 참다가 부른 거야. 너 정대위가 만만하냐? 정대위가 스케줄 짤 때 와서 네가 하는 소리르 들으니깐, 가관이야~ 이게 군인인지, 친구인지, 동기인지, 정대위가 사관학교 출신이 아니라서 얕보고 그러는 거냐?”

“아닙니다. 비행대장님. 절대 그런 게 아닙니다.”

김대위의 반응을 보고는 비행대장 이소령은 다행히 자신이 오해를 했던 것이라 생각을 고쳐먹었지만, 여전히 다짐을 받으려 말을 이어간다.

“한 번만 더 내 눈에 띄어, 작전계에서 스케쥴러한테 생떼 부리는 거, 내가 하늘이 노래지는 게 먼지 보여주겠어. 알았어? 기대해! 한 번만 더 보여봐라~”

땅딸한 채 굳이만 주먹이 보통사람보다 보다 조금 과장으로 두배는 큰 근육질 다혈질 비행대장의 기세에 그보다 머리 하나는 키가 큰 김대위도 유치원 아이처럼 겁을 먹고 떨고 있다. 잠시 뒤 다시 김대위가 대대 건물 뒤로 나가 또 하늘만 바라보고 혼자 서있다.



정대위와 김대위는 절친한 사이다. 김대위가 대대에 처음 왔을 때 그의 직설적인 어투와 선배에 대한 예의 문제로 몇 번 문제가 되었을 때 정대위는 그를 감싸준 몇몇 대대 장교중 하나였다.



이 일이 있기 몇 년 전 김대위가 대대에 처음 부임 해온 지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대대 건물 뒤 정대위가 잠시 바람을 쐬러 나온 이곳에 새로 부임한 대대 말썽쟁이 김중위가 혼자서 먼가 바쁘게 일을 하고 있다.

들여다보니 그가 고무 버킷에 산소 호수를 연결하고 그곳에선 지금 연신 공기 거품이 품어져 나오고 있다.

“뭐냐 그게?”

“아이씨, 대대 어항에 물고기들이 다 죽어가고 있잖아 선배~~. 얘들 다 죽을 뻔했어. 사람들이 물고기를 어떻게 키우는 질 정말 몰라. 산소를 안 주면 다 죽어. 어제 밤사이 누군가가 산소발생장치 스위치를 빼버렸나 봐. 지금 내가 다 끌어와서 살리고 있어~~”

그중엔 벌써 배를 들어내 둥둥 떠있는 붕어들도 몇몇 보인다.

“그런데 너무 늦은 것 아닐까?”

“아냐, 선배 내가 잘 알아, 이 애들 내가 다 살릴 수 있어~”

정대위는 그날 대대 말썽꾸러기 김중위가 사실은 누구보다도 선한 사람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아보았다. 툭툭 내뱉는 말과 참지 못하고 직언하는 태도 때문에 몇몇 선배들의 미움을 받고 있었지만, 사실은 그 속 마음이 누구보다도 순수하고, 타인들의 고통과 감정에 교감할 줄 알고, 하물며 물고기의 고통에도 깊은 공감을 할 줄 아는 청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장교의 규율과 형식에 메어, 매사에 완벽해 보이는 다른 조종사들 보다도 그 내면이 더 아름다운 이 청년 장교를 정대위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이글에 등장하는 김대위는 현재 아시아나 항공에서 A320을 비행하는 이제는 저의 종은 인생 친구 김지영 기장입니다. 그는 동물과 식물에 관해서는 수의사나 농부급의 지식을 가지고 있고 그가 가족을 위해 만들어 내는 음식은 백종원 선생님의 수준에 버금가는 요리의 고수입니다.

혹 지금도 그의 툭툭 내뱉는 말투에 갸우뚱하시는 분이 있다면 다시 한번 살펴보세요. 제가 발견한 그의 매력을 오늘 찾을 낼 수 있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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