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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Nov 21. 2019

안전보안실

CAPT Jay는 지금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 전화가 걸려올 곳은 안전보안실. 항공사에서 항공기 운항중 발생하는 사건 사고를 조사하는 부서다.

잠시 후 벨이 울린다. 약속한 시간보다 약 5분이 늦었다. JAY와 조사관은 아주 의례적인 화개 애애한 인사를 주고받고는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작성하신 안전보고서에 의하면 관제사의 마지막 헤딩이 배풍 상황에서 부적절하였다고 하셨는데, 그 부분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겠어요?”

JAY는 지금 이 부분 책임을 관제사에게 돌리고 싶지 않다.

“그 부분은 사실이지만 문제 삼고 싶지 않습니다. 그 고도에 15 나트의 배풍이 그 각도로 불고 있다는 것을 관제사는 몰랐을 겁니다. 그리고 평상시 같았으면 관제사의 부적절한 마지막 헤딩을 그냥 따르기보다 저 스스로 임으로 진입각도를 10도 정도 더 틀었을 겁니다. 수십 번도 더 겪은 통상적인 상황입니다. 그랬다면 GLIDE SLOPE전파를 올라타지 않았을 겁니다. 야간비행 이후의 동트는 시간의 착륙이라 저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이를 인지하는 것이 늦었습니다. 저의 잘못입니다.”

그가 자신의 잘못이라고 인정을 해버리자, 조사관은 더 이상 그 부분에 대해 질문을 않고 바로 다음으로 넘어간다.

“그 부분은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게요.
GO AROUND를 하는 도중에 AUTO THRUST(자동 추력 조절장치)가 시스템 이상으로 저절로 차단되었다고 기술하셨는데 그 당시 두 조종사가 수행한 복행 절차를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이제 JAY는 최대한 천천히 또박또박한 음성으로 상황을 설명한다.

“저는 안전한 착륙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DISCONTINE APPROACH’를 선포하고 곧바로 부기장에게 이를 바로 관제탑에 통보하게 했습니다. 이후 관제탑은 HEADING 300도, 고도를 현 2000에서 3000피트로 상승하라고 지시했습니다. “

“이후 나는 ‘GO AROUND FLAPS TWENTY(복행, 플랩을 20도로 올려라)’라고 CALLOUT 했습니다. 제가 TOGA 버튼을 누른 직후인지 아니면 동시인지 기억이 확실치 않지만 바로 ‘MASTER CAUTION’이 울리고 무엇인가가 시현되었습니다. GO AROUND를 수행 중이었기 때문에 저는 나머지 CALLOUT과 절차를 수행하는 것이 우선이었고 이후 FLAP을 20으로 올리라는 지시를 하고는 곧바로 다음 ‘SET THRUST’(복행에 필요한 추력을 확인해 세트 하라)를 지시했습니다. 곧이어 부기장의 손이 THRUST LEVER를 밀어 올리는 것을 보았고 이어 그가 ‘POSITIVE CLIMB(상승중)’ 콜을 하고 저는 곧바로 ‘GEAR UP’ 지시를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좀 전에 발생한 MASTER CAUTION 이

‘CHKLIST INCOMPLETE(체크리스트가 완료되지 못함)’

인 것을 다시 확인하고 이것이 통상적인 NUISANCE(시스템 결함에 의한 부정확한 결함 지시) 이거나 적어도 중대한 결함은 아니라는 일차 판단을 했습니다.”

CAPT JAY가 계속 말을 이어간다.

“모든 복행 절차의 기제 취급과 CALLOUT이 완료되고 나서야 저의 시선이 항공기의 속도계에 이르렀고 바로 속도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인지했습니다. 속도가 늘지 않고 타겟 스피드 이하에서 가속이 지연되고 있었습니다. 일차적으로 저는 자동조종장치가 연결된 상태였기 때문에 속도조절 나브를 돌려 증속을 두 차례 시도했으나 반응이 즉각적이지 않았습니다.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AUTO THRUST(자동 추력 조절장치)가 지금 DISCONECT (해제) 된 상태라는 것을요. 이후 바로 연결하자 속도가 비로소 정상적으로 회복되었습니다. “

조사관이 다시 묻는다.

“GO AROUND를 하면서 FMA(비행모드 시현기)를 제대로 읽었습니까? 읽었다면 바로 자동 추력 조절장치가 해제된 것을 알았을 텐데요?”

“아니요 못 읽었습니다. 그 부분은 저도 왜 못 읽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TOGA 버튼을 누르는 순간 MASTER CAUTION이 작동되었고 이것 때문에 DISTRACTION(혼란)이 생겨 저의 시선이 CHKLIST INCOMPLETE이라고 시현된 EICAS로 곧바로 옮겨가면서 읽었어야 할 비행모드 시현 창을 놓친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조사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동안 말이 없다가 다시 질문을 이어간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GO AROUND를 할 때 혹시 실수로 기장이 자동 추력 조절장치 차단 버튼을 누른 것은 아닙니까?”

CAPT JAY가 이 난처함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긴 채 한동안 말이 없다.

이윽고 그가 다시 말을 이어간다.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제가 대답할 수 있는 것은 제가 그 차단 버튼을 누를 이유도 없었고 눌렀다는 기억이 지금 저에게는 없다는 겁니다. 저의 비행 DATA를 회수해서 보고 계시다면 확인이 될 겁니다. TOGA버튼과 자동 추력 조절장치 차단 버튼이 순차를 두고 작동했는지 아니면 동시에 작동된 것인지.”

조사관이 조금 시간이 걸려 자료를 확인하고는 조심스럽게 말한다.

“자료상으로는 동시에 일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그 두 버튼을 동시에 누르는 것이 얼마나 비상식적이고 힘든 일인지 조사관도 777 기장 이시니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잠시 생각을 잠긴 듯 침묵이 흐른 후에 이윽고 그의 목소리가 한 단계 누구러져서는

“일리가 있습니다. 이 일은 저희가 제작사에 자료를 보내 시스템 이상에 대해 더 조사를 요구하겠습니다. “

이로서 전화로 이루어진 CAPT JAY의 ‘GO AROUND 중 자동 추력 조절장치 차단’의 사건 조사가 완료되었다.

그리고 일주일 뒤 나온 초기 사건 조사기록에는 다음과 같이 기술이 되어 있었다.

‘강한 배풍으로 인해 ILS(정밀접근)의 GLIDE SLOPE(강하 슬르프)를 타지 못하고 높아져 GO AROUND 함. GO AROUND실시 중 자동 추력 조절장치가 해제되었으며 왜 해제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보잉에 자료를 보내 시스템 결함 여부를 조사 중.’

안전보안실의 사고조사에서 해당 조종사에게 요구되는 자세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정직함’이다.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자신의 잘못은 솔직히 먼저 인정하고 조사에 협조하면 일이 쉬워진다.

조사관은 CAPT JAY가 초기 자동 추력 조절장치가 차단된 것을 인지한 것이 다소 늦었음에도 이를 조사 결과에서는 언급하지 않았고, 그리고 복행이 근본적으로 관제사의 부적절한 헤딩 지시와 배풍에 기인하였다고는 하지만 충분히 예방 가능했던 실수였음에도 이를 환경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넘겨주었다.

결과적으로 조사 결과보고에는 조종사의 과실에 대한 언급은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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