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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Apr 06. 2020

공군 해양 생환훈련

아직 6월 초라서 그런지 도착하자마자 한달음에 다가가 손을 넣어 본 바닷물의 온도가 아직 차가웠다.

훈련에 앞서 교관 최 상사의 강의가 지금 이어지고 있는 이곳은 남해도에 위치한  미조 생환 훈련장이다.
비행훈련을 마치고 뿔뿔이 전국의 비행단으로 흩어졌던 동기들이 5년 만에 이곳에 다시 모여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조종사들이 잔뜩 신이 나 들떠 있는 것이 마치 초등학생들 같다.

“일단 이젝션(Ejection:비상 사출) 후에 낙하산이 개산이 되면 순간 정신을 잃었더라도 그 충격으로 의식이 돌아올 가능성이 큽니다. 우선 해상에 착수를 한 경우에~....”  

교관의 지루한 설명이 이어졌다.

“오늘 여러분은 공군이 소유한 유일한 함정인 생환훈련선을 타고 미조 앞바다에 나갑니다. 여러분은 이후 5 명씩 그룹을 지어 바다에 남겨집니다.  구조 헬리콥터가 올 때까지 체온을 잘 유지하시고 차분히 가다리시면 됩니다. 이때 체온 손실을 줄이기 위해 동료들과 다정히 껴안고 있으면 큰 도움이 됩니다.”

이 말이 나오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내가 춥다고 물속에서 너를 껴안는다고, 우엑 ~”

“누가 할 소릴, 저리 가! 징그러. “
키득거리는 잡답이 이어지자 교관이 씩 웃더니 다시 말을 시작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구조 호이스트가  내려오면 한 번에 두 명씩 서로 마주 본 상태로 안장을 펼치고 앉은 후에 반드시.....”

여기에서 그가 눈을 부릅뜨고 학생들을 노려본다.

“반드시, 구조 케이블이 조종사 여러분의  다리 아래에 늘여져 있지 않은지 확인한 후에 머리 위에 하버링(Hovering:제자리 체공비행) 중인 헬기를 향해 이렇게  엄지를 세워 신호를 줍니다. 알겠습니까?”

머리 위로 그가 뻗어 올린 오른손에 엄지가 곧게 하늘을 향하고 있다.

“예~”

헬기 구조의 이론 수업이 끝나고 곧바로  점심 식사를 마친 이들은 잠시 후 아직 차가운 6월의 남해 바다에 내 던져졌다.

“으으으으....”

벌써 입술이 파랗게 질려가는 몇몇 조종사들이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물속에 들어간 지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한기가 온몸을 압도하자  하나 둘 교관의 말처럼 서로에게 다가가기 시작한다.

“안 되겠다.  으으으. 너 이리 와. 너의 체온이 필요해. 쫌. 으흐흐”

마치 물 위에 떨어뜨린 기름 방울들이  순식간에 큰 구슬로 하나가 되듯이 모두가 서로의 육체를 탐하고(?) 있었다.  

“ 오호 이럴 수~~! 즈응말 따뜻하다~!ㅋㅋ

껴안은 것으로도 부족해  물밑으론 남자들끼리 망측하게 서로 다리까지 상대방의 허리에 꼬고 있는 녀석들도 있다.  

이렇게 다섯 남자가 양쪽 겨드랑이에 다소 익살스러운 오렌지색 부이를 끼고는 서로에게 다닥다닥 달라붙어 헬기를 기다린 지 수분이 지났다.

'다다다다'

특유의 HH60 로터 소리를 내면서 짙은 청색의 HH-60 한대가 그들의 머리 위로 다가와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순간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을 정도의 사나운 다운 워시(Down Wash:하강풍)가 그들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계획된 대로 최대위와 정대위 둘이 먼저 짝을 지어  내려뜨린 구조 로프 쪽으로 헤엄쳐 이동했다. 다행히 둘 중 하나가 한 번에 구조 시트를 손에 잡는 데 성공했다.  재빨리 좌석을 펼치고 서로를 마주 본 채 올라앉은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두르기 시작했다.

사납게 내리치는 로터의 풍압으로 인해 제대로 눈을 뜨지 못한 상태에서도 가까스로 누군가 엄지 손가락을 하늘로 치켜올렸다.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다

거의 동시에 두 사람 모두 무언가 잘못된 것을 직감했다.

그들의  눈이 굽어진 캐이블을 따라 이동하다가 그 끝이 물속으로 잠겨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케이블이........ 지금 우리 발밑에....... 있는 거 같은데? 그렇지?”

그 순간 '덤엔 더머 같은  두 동기생' 은 사나운 바람에 제대로 주변을 바라보지도 못한 채 처량하게 구조 호이스트의 좌석에 앉아 이내 닥칠 불행한 일을 직감하고 있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호이스트가 감겨 올라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공중으로 2-3미터는 올라갔다가 몸이 거꾸로 매달렸는가 싶더니 고꾸라 지듯 두 명의 조종사가 수면을 향해 맥없이 떨어졌다.

물속에 머물던 그 짧은 순간 그들의 머리 위로 헬리콥터의 다운 워시에 파동을 그리듯 부서지는 수면 위로 파란 하늘이 일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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