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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Apr 17. 2020

파리로의 아주 특별한 비행


"아살라 말리쿰. Assalaam Alaikum! 안녕하세요. Relief Flight구조 비행, 이신가요? 기장님?"

"예 그렇습니다."

"아, 여러분들이 자랑스럽습니다."

며칠 전 파키스탄 공역에 진입한 Air India의 777항공기 기장에게 놀랍게도 인도의 적국인 파키스탄 관제사가 건넨 인사다.

이날 에어 인디아 항공기는 코로나 사태로 항공편이 끊겨 그간 인도에 고립되어 있던 유럽 및 캐나다의 관광객들과 목적지인 독일의 프랑크 푸르트 공항에 내려줄 코로나 방역물자를 싣고 유럽을 향해 비행 중이었다. 이를 미리 뉴스를 통해 알아본 관제사가 특별한 인사를 건넨 것이다.
.............

나는 지난달 25일 세부에서 돌아온 마지막 비행 이후에 보름간이나 문밖출입을 하지 못한 채 자택 격리에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지난밤 프랑스 샤를 드골 공항으로 비행이 나온 것을 보고는 아이처럼 흥분해 비행을 준비했다.

거의 한 달 만에 다시 나선 유럽의 하늘길은 예상한데로 중간중간 관제사를 불러 라디오 상태를 점검해야 할 정도로 관제사와 항공기간의 교신이 전혀 없는 구간이 많았다.

"앙카라 컨트롤 에미리트 세븐 트리, 레디오 첵 플리즈 Ankara Control Emirate 73 Radio Check Please(레디오 점검 부탁합니다.)"

"아이 리드유 파이브 바이 파이브. I read you five by five.(라디오의 감도가 좋고 명확합니다.)

조종사들이 통상 라디오 고장이나 주파수 변경없이 실수로 관제권 을 이탈하는 상황을 우려해 수행하는 레디오 점검절차를 7시간을 비행하면서 몇 번씩이나 반복해야 했다. 평상시 유럽의 하늘에 들어가면 적어도 10개 이상의 방사상으로 흩어져 진행하는 비행운을 흔하게 볼 수가 있었다. 그러나 어제 유럽의 하늘에서 나는 기껏 하나나 두 개 정도를 식별했을 뿐이다.

한 가지 운이 좋았던 것은 우리가 낯 시간에 파리에 착륙을 하는 점이었다. 주간에 세계 유명 대도시에 들어가는 일은 조종사들에게 의외로 흔하지 않다. 그래서 고도를 낮추기 시작하면 창밖으로 그 도시의 아이콘을 찾기 위해 자연스럽게 좌우로 눈을 돌리게 된다. 브라질 리오의 '예수상(Christ the Redeemer)', 이집트 카이로의 '피라미드' 그리고 어제 들어간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이 대표적이다.

파리가 여느 대도시와 차별화되는 인상적인 요소가 하나 있다. 파리 전체에는 높은 건물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마치 중세도시를 그대로 유지한 듯 5층 남짓한 낮은 건물들이 가득 들어차 있을뿐이다. 파리에 가보지 않았던 미국인들이라도 뉴올리언스시내의 건물들을 떠 올리면 된다.

우리들중 오른쪽에 앉았던 인도 출신 여자 부기장이 에펠탑을 제일 먼저 발견했다. 그녀의 손짓이 가리키는 곳에 키가 낮은 건물들이 빼곡한 도시 한가운데 멀리 아담한 타워 하나가 삐죽 솟아난 것이 보였다. 두바이의 버즈 칼리파에 익숙해져 있어서 인지 나의 눈에는 '아담한 마뉴먼트 Monument 기념탑" 같은 느낌이었다.

파리에 하늘을 찌를듯한 고층 건물들이 들어서지 못한 것이 결국은 그들이 사랑하는 에펠탑이 다른 건물에 가려 보이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던 고집 때문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상시에는 전혀 예상치 못했을 특별한 인사가 우리에게 전해진 것도 우리가 잠시 에펠탑에 정신이 팔린 그때였다. 어프로치 컨트롤러 Approach Controller(접근 관제사) 도 마치 우리와 같이 잠시 봄이 내린 파리의 풍경에 취해 있었던가 보다.

"에뮈레이트 세븐트리~, 유 루크.... 뷰터프을~ 프롬 빌로우." Emirates Seven Three, You look beautiful from below 아래에서 올려다보이는 당신들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할 수 있는 모든 단어에 공을 굴리는 프랑스 관제사의 프렌치 엑센트가 이 아름다운 인사를 마치 카푸치노 위의 크림처럼 달콤하게 만들었다.

"이츠 뷰티플 프람 어버브 에스 웰, Its beautiful from above as well." 이 위에서 바라보는 당신의 도시도 아름다워요."

유쾌하고 센스넘치던 부기장 카담바리의 거침없던 답례도 더없이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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