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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Nov 21. 2019

중동 항공사에서 기장으로 비행을 하면

조종사 입사 인터뷰 

중동에서 비행을 하다 보면 아시아에서 비행할 때 경험하지 못한 색다른 체험을 하게 됩니다. 승객의 대부분이 무스림이기 때문에 특정한 시간에 그들이 신성시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를 향해 절을 하며 기도를 하는 의식을 비행 중에도 신실한 무슬림들은 거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메카의 위치를 알려달라는 요청을 비행 중에 종종 받게 됩니다.

현재 항공기의 지구 상 위치와 진행방향을 고려해서 현재 메카의 방향은 진행 방향으로부터 3시 방향 또는 6시 방향 이런 식으로 알려줍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기능이 있었는지조차 몰랐지만, FMS(항법 컴퓨터)에는 메카의 위치가 저장이 되어 있습니다.  

SCRATCH PAD에 ’ISLAM’이라고 쳐서 FMS의 좌측 맨 위쪽 L1 웨이포인트에 입력을 하면 메카로의 상대적인 방위가 점선으로 시현됩니다.


간혹은 여기에 덧붙여 정확한 현 위치에서의 LOCAL TIME을 알려달라고 요구하는 신자들도 있습니다. 그 시간에 맞추어 기도를 해야 하니까요.


이럴 때는 현 위치의 경도를 항법 컴퓨터에 확인해서 가령 경도가 E060도인 경우 UTC에 4시간을 더한 시간이 지금 현 위치의 로컬 타임이 됩니다. 각각의 15도가 1시간이므로 30도는 2시간 60 도면 4시간이 되는 식입니다.


이러한 기본적인 지구과학 지식은 별로 특별할 것이 없는 고등학교 수준의 것들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기본적인 지식이 간혹 인생의 방향을 바꾸기도 합니다.


제가 에미리트 인터뷰를 할 때 GROUP PROBLEM SOLVING에서 비행 중 비상발생으로 회항을 하는 시나리오가 주어졌습니다. 그리고 지도를 각자에게 나누어주더군요. 먼저 토의를 통해 어디로 회항할지를 같이 결정하고 그다음에 현 위치에서 그곳까지 얼마나 소요될지를 인터뷰어가 물었을 때 우리 셋은 거의 동시에 시선을 지도에 고정하고 그곳에 있어야 할 SCALE BAR를 찾았습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스케일 바가 있어야 할 자리를 모두 미리 잘라 내었더군요.


그래서 저는 위도 1도는 60 Nautical Mile이라는 지구과학시간의 기억을 동원해 눈짐작으로 현 위치에서 회항공항까지 약 400 노티컬 마일 즉 순항속도로 약 1시간 거리라는 것을 계산해 내었습니다.


이 답을 찾아내었을 때 인터뷰를 진행하던 777 기장이 묻더군요. 어떻게 계산한 것이냐고요. 곧 저의 설명을 듣고는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던 걸 기억합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아~~ 이 사람이 오늘 나를 떨어뜨리지는 않을 것 같구나.’


저에게 연락을 해오는 미래의 꿈나무들은 지금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에서 장래 민항기장이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노라며, ‘장래 좋은 조종사가 되기 위해서 어떤 부분을 미리 준비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하곤 합니다.


그 대답을 지금 드리겠습니다.


현재 배우고 있는 교과목에 집중하고 잘 배워 두세요. 수학도 영어도 과학도 기상도 모두 중요합니다. 시험을 보고 나면 모조리 잊어버리는 지식이 아니라, 여러분들이 나중에 실비행에서 다시 꼭 사용할 지식으로 여기고 원리를 이해하는 공부를 하시길 바랍니다.


777 국제선 기장에게 요구되는 지식의 수준이 제가 보기에는 고등학교 기본 지구과학, 물리 수준을 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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