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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Nov 21. 2019

마음을 얼굴에서 숨기기

이쁜 구석을 찾아보기

“네가 날 싫어하는 게 얼굴에 다 보여!”

공군 대위이던 수송기 부조종사 시절, 그 당시 비행대장을 하시던 선배 한분이 하루는 저를 불러두고는 이 말을 하시더군요. 그리고는

“군에서 크고 싶으면 네 속마음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할 거야. 그만 가봐!”  

그분의 하는 행동이 영 못 마땅하던 한참 후배인 제가 그를 바라볼 때마다 저의 본심이 얼굴에 그대로 묻어났었나 봅니다.


지금도 저는 얼굴을 잘 속이지 못하는 편입니다. 기분이 나쁘면 나쁜데로 기쁘면 기쁜데로 드러나기 마련인데, 살다 보니 얼굴을 속여야 할 나이와 위치에 와버렸습니다.


기장이 철없는 부기장도 아니고, 언제까지나 자신의 속마음을 그대로 여과 없이 얼굴에 드러낸다면 같이 비행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불편해지겠습니까.


특히 같이 길게는 8시간을 꼼짝없이 2평 남짓한 칵핏에서 비행을 해야 하는 부기장이 마음에 안들 때는 정말 둘 모두에게 그 시간이 끔찍이 길겠지요. 그리고 그들도 제가 자신들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제 얼굴만 보고도 바로 알아차립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나름대로의 방법을 찾아내 사용해보니 그 효과가 확실히 좋습니다. ’ 드러난 얼굴을 속일 재주는 없으니 나 자신의 마음을 속여보자.’


정말 마음에 안 드는 동료와 같이 있어야 할 때에는,


마음속으로 최선을 다해서


‘딱 한 가지만이라도 이 사람의 좋은 면을 발견하게 도와주세요’라고 기도합니다.


그러면 보입니다. 어떤 때는 다른 것은 몰라도 그 사람의 콧날이 이뻐 보이고, 또 어떤 경우는 눈썹이 멋진 청년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콧날과 턱선에 집중하며, 마음속에서 그 부분만을 보려고 노력합니다.


그러고 나서 대화에 들어가면, 그들을 향하는 저의 눈빛이 달라진 것을 부기장들이 먼저 눈치를 챕니다.


이런 이후에 점점 서로 간에 대화가 더 넓어지고 깊어지게 되면 그때까지 발견하지 못 해던 그 사람의 좋은 면을 좀 더 발견하게 되고, 그러면 더 이상 그의 콧날과 턱선에 집중하지 않아도 대화의 상대방이 사랑스러워 보이게 됩니다.


첫인상이 분명 많은 부분을 결정합니다. 그리고 그 첫인상은 대부분 저의 선입견 때문이고 그래서 틀린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 만난 사람에 대한 저의 첫 판단이 옳지 않았다는 것을 나중에 발견하는 것도 참 즐거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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