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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May 07. 2020

아슬 아슬 다혈질 쏘도 SODO(선임통제장교)


1999년 오산 공군기지 TACC(전구 항공통제본부) 오전 11:00시경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비행단의 실무장 폭격 훈련이 거의 끝나갈 무렵 조금씩 긴장이 누그러 들 즘 쏘도 SODO(선임 통제장교) 윤중령이 잠시 커피를 마시는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앞으로 두 시간 뒤면 그의 오전 근무가 끝나고 오후에는 자리를 교대할 박 중령이 올라온다.

공군의 가장 핵심 부서인 TACC의 선임 통제장교로 부임한 지 이제 6개월이 넘어가는 그는 공군사관학교를 나온 공사 2X기 동기생 중 가장 앞서가는 엘리트 장교중 한 명이다. 전체 100여 명의 동기생 중 많아야 5명 정도만이 추천을 받아 이곳에 근무할 수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이들 쏘도 SODO들에게 요구되는 조건은 우선 전투기 조종사 출신이어야 하고 실시간으로 급박하게 돌아가는 작전을 한 번에 파악할 우수한 상황판단력이 요구되며 더불어 미공군 쏘도 SODO와는 어깨를 마주하고 작전을 통제해야 하므로 유창한 영어실력이 필수였다.

해외 공군 지휘관 참모대 출신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엘리트 중의 엘리트 영관장교가 선발되는 자리다.

이날 일은 한통의 전화에서 시작되었다.

윤 중령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은 미군 쏘도 SODO가 어디선가 걸려온 전화를 받고 몇 마디 하더니 심각한 얼굴이 되어서는 옆 자리  그의 한국군 파트너를 불렀다.

"커널 익스큐스 미"

두 명의 쏘도 SODO가 작전에 관한 의견을 나누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러라고 이 두 명의 중령을 TACC 통제본부 제일 상단에 나란히 앉혀 둔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던 윤 중령의 얼굴이 점점 벌겋게 변하는가 싶더니 급기야.

그가 미군 중령에게 

"쏘리. 아일 체크 잇 아웃. Sorry I will check it out. 미안해. 내가 확인해 볼게"

이 말을 하는 그의 얼굴에 화를 누르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번 깊게 심호흡을 하고 나서는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를 단 아래의 누군가를 불렀다.

"야! 방공포!"

통제장교의 정확한 이름이 생각이 안 났던 그가 , ' 방공포'라고 부르는 소리가 묘하게 우스운 구석이 있었다.

다시 "야! 방공포!"

여전히 한 칸 아래의 콘솔에선 반응이 없었다.

불을 최대로 줄여둔 어두운 계단강의실 같은 구조라서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빼고 바라보지 않으면 사실 위아래에서 통제장교들이 각자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보이지가 않는다.  

전투기나 수송기 작전과 달리 방공포 통제장교는 북괴 전투기가 위협 비행을 하지 않는 한 평시 작전에서는 그다지 업무라고 할 것이 없었다. 늘 조금 느슨해 보이던 그들이  오늘따라 서로 나누던 이야기에 정신이 팔려서는 윤 중령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여전히 서로 깔깔거리다 급기야 이 와중에 중간중간 흥에 겨워 책상까지 두드리기까지 한다.  

'폭풍전야'

윤 중령은 2X기 쏘도 중에서도 유별난 다혈질이다.  이 상태라면 큰일이 터질 수도 있었다.

"야. 김대위!"

이번에 자리에서 일어나 제법 큰 소리로 불렀지만 여전히 아래층 방공포 통제장교 김대위는 눈치 없이 여전히 깔깔거리느라 이번 소리마저 놓치고 말았다.  

"이 자식이.."

흥분한 윤 중령이 씩씩거리며 금방이라도 뛰어내려가 주먹질이라도 한다면 큰일이다. 거기에다가 미군 쏘도도 이성을 상실해가는 한국군 파트너를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그가  책상에 있던 무언가를 집어서는 바닥에 내동댕이 치듯이 방공포 통제장교의 뒤통수를 향해 냅다 내던졌다. 맙소사. 흰색 두루마리 화장지가 꼬리를 끌면서 날아간다.

뒷머리에 정통으로 맞고 바닥에 나뒹구는 풀려버린 두루마리 화장지를 보고서야 김대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상황을 파악하고는 순간 사색이 되었다.

"너 이리 와, 이리 와."

영문도 모른 채 놀래서는 후다닥 앞으로 뛰어와  부동자세로 쏘도를 올려다보며 서있는 그의 모습이 순간 애처러웠다.

무엇 때문에 그가 이렇게까지 화가 났는지 그때까지 김대위를 포함한 대다수가 모르고 있었다.

"이런 정신 나간 놈들 같이니라고, 왜 미군 U-2를 너희 HAWK(지대공미사일)가 락온 LOCK ON (미사일을 발사하기 직전 상황) 을 하고 XX이야! 니들은 누가 아군인지 몰라? 이  자식아!' 당장 못 풀어? 이것들이 정말. 이리 와, 이리 와 이걸 그냥.. "ㅋㅋㅋ
  

다행히 두루마리 화장지를 던지는 선에서 화풀이를 곱게 마무리하신 '아슬아슬 다혈질' 윤 중령은 그 덕분인지 나중에 소장까지 진급을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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