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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Nov 21. 2019

세인트 엘모스 파이어

중세 대양을 항해하던 범선들의 마스트 끝에 한밤중 홀연히 나타나 파랗게 일렁거리던 이 정체불명의 불덩어리를 그 당시 선원들은 자신들을 지켜주는 'SAINT ELMO의 불'이라고 불렀다. 이 현상을 두고 '하나님이 자신들을 지켜주겠다는 뜻' 정도로 해석을 했다고 한다. 로마시대 이후 이 파란 불덩이에 대한 기록은 무수히 많은 곳에서 나타난다. 오토만 제국(지금의 터키)에 의해 포위된 콘스탄티노플의 성당의 첨탑에도 하루는 이 파란 불이 일렁였다는 기록이 있고 그때 사람들은 이를 이슬람으로부터 기독교도인 자신들을 지켜주실 거라는 하나님의 계시로 이해했다고 한다. 결국 콘스탄티노플은 지금 터키의 이스탄불이 되었으니...
CAPT JAY가 종교적인 얘기를 쓸 정도로 담이 크지 못한 관계로 오늘 이야기는 이 SAINT ELMO'S FIRE와 관련된 또 다른 중요한 과학적 현상에 대하여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보려 한다.
세어보진 않았지만 이 현상을 지금까지 한 십여 차례 경험한 것 같다. 대양의 한가운데에서 항해 중 캄캄한 밤에 홀연히 나타난 파란 불덩어리처럼 만큼은 아니더라도 비행 중 목격하는 이 전기 현상은 처음 보는 신참 조종사에게는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사실 아직까지도 나는 직접 손을 가져가 유리창을 만져 볼 용기를 내본 적이 없다. 주로 폭풍이 치는 열대지방의 고고도에서 발생하며 승객들은 이 시간 대부분 창문의 SHADE를 내려 인지하지 못하지만 비행기 전체가 거대하고 파란 정전기의 불덩어리에 휩싸인 상태가 된다. 다소 기괴하지만 사실 비행안전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사진에서 처럼 주로 마찰이 발생하는 조종석 전면 유리에 정전기 현상처럼 살아서 꿈틀거리며 '지직 지직 ' 퍼져나간다.
주변 대기가 번개를 칠 수 있는 전기적으로 CHARGING이 된 상태의 대기충을 지나고 있다는 의미 있고, 공기 중에 마찰을 일으키는 화산재와 같은 작은 입자가 풍부할 때 더 자주 발생한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목격될 때 동반되는 특이한 냄새가 있다. 영어로는 ACRID metallic SMELL 정도로 표현하고 굳이 풀어서 우리말로 하면 '자극적인 비릿한 쇳내음' 정도로 쓸 수 있을 것 같다. 이 냄새의 근원은 바로 OZONE이다. 방금 여러분의 머리에 스쳤을 여름철 통상 듣게 되는 바로 그 ’ 오존 주의보’, ‘오존 경보’, 지구의 ‘오존층 파괴로 북반구의 피부암 발생이 증가’한다는 기사에 등장하는 바로 그 선과 악의 이중성을 가지고 있는 그 OZONE 가스가 SAINT ALMO'S FIRE가 나타날 때 통상 동시에 항공기내로 유입이 된다. 물론 산소의 사촌 격인 이 불안정한 기체는 인체에 해를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할 경우 구토와 가슴통증을 유발하고, 장기적으로는 암을 유발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 민항기에는 이 오존을 제거할 OZONE FILTER가 달려있어서 상당 부분 오존을 제거한 신선한 공기를 승무원과 승객에게 제공한다. 오존 CONVERTER가 장착되어 있기는 하지만 필수장비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아직 법적인 구속력은 없는 있으면 건강에 좋은 공기 청청기 정도의 개념으로 인식되는 현실이다.
이런 연구를 수행하는데 소요될 경비를 항공사들이 부담하려 들리는 만무하기에 의심만 갈 뿐 장기적인 오존 흡입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당분간은 '영구미제'로 남아 있을 것 같다. 그저 극지방 비행 시 노출되는 방사능 때문이었는지, 이 오존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기술적 한계로 제거하지 못한 채 기내로 흡입되는 ‘제트 엔진이 자연적으로 태워버리는 엔진 오일의 독성’ 때문인지, 특정할 수는 없지만 가장 최근 보고에서도 평균수명이 가장 짧은 직업에 항공기 승무원이 여전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밤을 새우고 좀 전에 마닐라에 도착한 오늘은 시차 변경에 따른 수면부족인 것 같기도 하다. ^^  

http://youtu.be/zHHyDUUvh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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