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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Nov 21. 2019

조종사의 필수 영어 등급

EPTA(항공영어 능력 평가)에 대하여

민항 조종사로 근무하기 위해서는 EPTA 4등급 자격을 획득하여야 한다. 4등급은 3년마다, 5등급은 6년마다 재평가를 받아야 하고 NATIVE 수준으로 평가받는 6등급은 평생 평가가 면제된다. 한국에서도 이 시험방식에 대해서 불신이 높지만, 외국인이 모여 있는 이곳 아랍에미리트에서도 최근 시험 정책이 변경되어 불만의 소리가 높다. 그들만의 독특한 엑센트를 가지고 있는 국가의 조종사들이 LEVEL 4나 5를 받는 경우 또는 LEVEL 3을 받아 비행에서 제외되는 황당한 일들이 벌어진다. 이들은 LEVEL 6을 가지고 입사하여 기존에는 평생 평가가 면제되었던 사람들이다. UAE의 평가정책이 바뀌어 이젠 외국 등급이 인정되지 않으며 무조건 이곳에서 다시 평가를 받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알아듣기 어려운 영어를 구사하는 NATIVE ENGLISH SPEAKER는 SCOTTISH들이다. 특히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들의 영어는 정말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다. 자신이 노력하지 않으면 5년 10년이 지나도 이들의 영어는 같이 일하는 동료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아마도 이번 EPTA평가에서 LEVEL 4도 받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 이런 경우일 것이다.
’ 모국어인데 타지인들이 이해를 하지 못하는 영어’
이지점에서 우리 한국사람들의 영어능력으로 이야기를 돌려보고 싶다.
같은 한국인 사이에서는 명확하게 의미가 전달되는 영어가 외국인에게는 전혀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된다면 어떨까? 원어민 비 원어민을 떠나서 위에 언급한 SCOTTISH 조종사와 동일한 문제가 아닐까?
이 글을 쓰기 위해 찾아본 EPTA에 대한 정책연구자료에 보면 20년 이상 근무한 조종사들이 그 이하의 조종사보다 영어능력이 자신의 업무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보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어서 흥미로웠다.
JAY는 이 경우를 아래와 같이 해석한다.
경력이 있는 조종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연스럽게 어떻게 하면 관제사가 자신의 요구와 의도를 쉽게 알아듣는지 알게 된다. 어렵게 얘기하지 않고 쉽게 KEY WORDS를 STANDARD ATC PHRASEOLOGY로 전달한다. 이에 반해 경험이 부족한 조종사는 여기에 더해 영어에도 아직 능통하지 않은 이들은 어려운 영어를 한다. 특히 상대방도 원어민이 아닌 아시아권의 비행에서 유창한 영어는 사실 불필요하다. STANDARD ATC ENGLISH가 훨씬 효과적이다.
이런 표준 관제용어에 익숙한 경험 많은 조종사들은 일반적인 비행에서 영어로 문제를 일으킬 일이 극히 드물다. 단지 미국과 같이 공항의 처리능력을 한참 초과한 과밀한 환경과 스탠더드 항공영어가 아닌 구어체 영어를 사용하는 곳에 들어갔을 때 문제가 발생될 뿐이다.
어차피 원어민을 따라갈 수 없는 비영어권 조종사에게 요구되는 ATC 영어의 구사법은 표준 관제용어를 익히는 것과 상대방이 나의 의도를 알아듣지 못하였을 때 즉시 문장을 다시 구성해 말할 수 있는 재치다. 우리는 학문으로서 영어를 대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소통의 현실적 요구로 접근해야 한다.
“Do you speak English?”
자신의 영어를 도무지 못 알아듣는 미공군 조종사에게 파키스탄 관제사가 짜증을 내며 했다는 말이다.
“넌 쓸 때 없이 너무 말이 많아. 네 영어를 비영어권 관제사들이 얼마나 이해할 것 같아?”
비상상황을 장황하게 설명하던 영국인 기장을 오만 출신이던 씸 평가관이 타박하던 말이다.  

우리는 지금 상대가 알아들을 영어를 하고 있는가? JAY는 이것이 조종사나 관제사가 지향해야 하는 항공 영어학습과 EPTA 평가의 방향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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