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종사들은 나무를 다듬는 목수나 항아리를 빚는 도예가처럼 오랜 시간 도제(APPRENTICE)를 거쳐 기장이 됩니다.
이 인고의 시간을 거치며 모난 부분은 다듬어지고 너무 밋밋한 부분은 엣지를 넣어 비로소 믿을만한 기장으로 탄생합니다.
BRITISH AIRWAYS나 QANTAS 같은 그 나라를 대표하는 MAJOR AIRLINE에서 기장이 되기까지는 자그마치 20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립니다. 이 인고의 시간 동안 부기장들은 기장들을 바꿔가며 그들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모두 경험하며
‘나중에 내가 기장이 되면 이런 모습은 꼭 닮고 싶다거나 반대로 저런 모습은 절대로 닮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매 비행마다 하게 됩니다.
이제는 예전보다는 기장의 자질도 더 좋아졌고 비행 교육을 마치고 에어라인에 입사하는 신입 조종사들의 면면을 보면
‘이 정도의 스펙이 과연 조종사들에게 필요한 걸까?’라는 두려움이 들 정도로 젊은 조종사들의 자질이 우수해 보입니다.
오늘은 이들 대한민국 항공사들의 미래를 이끌어 갈 부기장들을 콕 집어, “꼭 이런 기장님이 되어 주십시오!”라는 당부의 말을 전하고자 합니다.
리더로서 동료를 배려하는 작은 용기를 먼저 내어 주십시오.
지상 직원들은 조종사나 객실 승무원들이 제일 바쁜 순간만큼 하루 전체를 바쁘게 사는 직원들입니다. 적어도 우리는 우리의 식사 시간을 정할 수 있지만, 게이트 에이전트들은 사실 출발·도착 항공기를 따라 이 게이트에서 저 게이트로 이동하다 보면 식사시간을 놓쳐 결국에는 아무도 보지 않는 직원 통로 계단에 쭈그려 앉아 몇 시간 전에 사 온, 다 식어버린 햄버거와 말라버린 프렌치프라이, 김 빠진 콜라로 식사를 대신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직원들입니다.
이들이 “이레(IRREGULAR)”라고 표현하는 항공기의 결항이나 지연이라도 발생하면 이때부터는 감당해야 할 업무량은 초인적인 수준으로 증가합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10분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10분 후에 그들이 어디로 달려가야 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어쩌면 방금 전에 어느 거친 승객으로부터 모욕적인 욕지거리를 들었을 수도 있고 이 일을 마치고 나면 당장 5분을 달려가 지금 400명의 승객을 홀로 감당하고 있을 동료를 도와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오후 3시에 가까운 이 시간까지도 아직 점심도 먹지 못한 채 계속 뺑뺑이를 돌다 이곳에 왔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지상 직원이 조종석을 방문했을 때에는 꼭 하던 일을 잠시 멈추시고 먼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십시오.
기장이 정신없이 바쁜데 불쑥 들어와 무례하게 일의 흐름을 끊었다고 나무라기 전에 그들의 사정을 조금 이해해 주십시오.
아직 COCKPIT SETUP 중이거나 이미 브리핑을 시작했더라도 늘 뒤쪽에 그들이 와서 기다리지는 않는지 잠시만 배려해 주십시오. 그리고 그들이 거기에 서 있다면 잠시만 일을 멈추시고 이들의 얘기를 먼저 들어주세요.
기장이 10초만 양보하면 그들은 몇 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익숙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하다 보면 곧 익숙해집니다.
똑같은 맥락에서, 정비사가 조종석에 들어와 정비 로그를 정리하고 기장에게 건네주는 시기는 기장이 가장 바쁜 시간입니다. 이 시기 우리는 비행 허가도 받아야 하고 브리핑도 마저 마쳐야 합니다.
그렇지만 이때도 중간중간에 잠시 뒤를 바라봐 주세요.
정비사가 무릎 위에 정비 로그를 올리고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러면 하시던 일을 잠시 멈추시고 먼저 정비 로그를 확인하고 사인해 주십시오. 그러면 정비사들은 바로 다음 항공기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요즘처럼 더운 날 그사이 어느 마음씨 고운 크루가 억지로 권한 시원한 녹차 한잔을 못 이기듯 마실 여유를 얻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꼭 마지막으로 기장의 사인을 받고 비행기를 하기하는 지상 직원과 정비사를 절대로 인사도 없이 그냥 보내지는 말아 주십시오. 아무리 바빠도, 비록 이 일로 몇 분 출발이 지연된다고 하더라도 꼭 그들이 조종실을 떠날 때는 하던 일을 잠시 멈추시고 손을 먼저 내밀어 악수해 주시고 벌써 멀리 있다면 눈인사라도 해주시고
“고맙습니다.”라고 말해 주십시오.
그들이 하는 일이 혹시라도 하찮게 느껴지지 않도록 배려해 주십시오.
조종사들이 오만하다고 오해하지 않도록 살펴 주십시오.
절대로 출발 시간이 이로 인해 지연되는 일은 없습니다.
이렇게 해 주시면 우리의 비행이 더불어 행복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