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세상이 참 살만하다고 느끼는 경험을 할 때가 가끔 생기지요?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정말 멋진 사람들을 만나면 그 기억이 평생 남기도 합니다.
지금은 경찰이 참 많이 깨끗해졌어요. 교통단속을 하면서 뇌물을 받던 일도 이제는 먼 과거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20여 년 전 우리의 경찰은 딱히 만나서 기분 좋은 민중의 지팡이는 아니었습니다. 종종 함정단속을 하고 딱지를 끊는 대신 공공연하게 뇌물을 챙기기도 했습니다.
김해공항에서 군생활을 하던 어느 해인가 아내와 함께 서면 롯데백화점에 나갔다가 들어오는 길에 경찰의 단속에 걸린 적이 있었습니다.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하면서 보행자 신호가 들어와 있는 상황임에도 앞차들이 모두 줄줄이 진행하기에 따라가다 보니 모퉁이 너머에 경찰들이 줄줄이 차량들을 갓길로 세우고 있더군요. ㅠㅠ
이내, 그중 한 경찰관이 다가와서는,
"선생님 면허증 제시해주십시오. 선생님께서는 방금 보행자 보호의무를 위반하셨습니다!"
그때 제가 잠시 미쳤었나 봅니다.
"네! 맞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여기 면허증입니다."
제 또래 정도로 보이던 이 경찰관이 순간 움찔하는 듯하더니 아무 말 없이 JAY의 앞에 단속된 차량들에 먼저 다가가 처리하고는 조금 후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물론 아직도 제 앞 뒤에는 계속 줄줄이 단속된 차량들이 늘어서 있었고요.
"선생님 이곳에 싸인해 주십시오!"
그리고 그가 내민 클립보드는 그냥 ~~ 하얀 백지였습니다.
"선생님 남들이 봅니다. 어서 여기 사인하시고 가시면 됩니다."
얼떨결에 백지에 사인을 하자 그가 마지막으로 평생 잊지 못할 멋진 추억의 대사를 선사해 주더군요.
"장교님. 오늘 이곳에서 잘못을 인정하신 분은 장교님이 유일하셨습니다. 협조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간지 나는 멋진 경례로 완벽한 마무리까지. 아~ 대한민국 경찰 멋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