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캡틴 제이 Nov 21. 2019

엉뚱한 부기장

저는 좀 엉뚱한 구석이 있는 부기장이었습니다.

대한항공을 그만두는 해에 하루는 예전에 상무를 하시다 하번하시고 평기장으로 근무하시는 퇴직이 얼마 안 남은 할아버지 기장님과 비행을 하게 되었지요.

그전에도 이분과 몇 번 비행을 하였기에 그저 저를 아들처럼 편하게 대해주시던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회사를 사직하고 떠난다는 얘기를 들으시곤, 이분이 엉뚱하게도 제게 한 가지 질문을 하셨습니다.  

"떠나는 마당에 솔직히 혹시 내가 그간 잘못한 게 있었는지 아니면 잘못 알고 비행하고 있는 것은 없었는지 좀 알려줘!"


갑작스럽지만 이 재미있는 요구에 저는 장난스럽지만 진지하게


"기장님 후회 안 하시는 겁니다. 제 얘기 듣고 나서 뒤에서 딴소리하기 없기입니다."


몇 번의 다짐을 받고는 정말 솔직하게 사상 최초 부기장이 상무 기장님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디브리핑하기 시작했습니다. ㅎㅎㅎ


"기장님 Flight Control Check 하실 때 왜 Rudder를 그렇게 팍팍 차시죠? 그거 금지 조작인 거 모르셨죠?"
씩 웃으면서 이 말을 하는데 이분의 얼굴이 정말 싸하게 내려앉는 게 보이더군요.
아차 하는 생각이 들 찰나에


"언제부터?"


"제가 아는 바로는 아마도 최소 5년 전에도 공지가 있었던 걸로... POM에도 나와 있고요."


"그런데 왜 아무도 지금까지 나한테 얘길 안 해준 거야?"
......


"무서워서였겠죠~. 상무님이셨잖아요!"


잠시 조종석에 비가 내렸습니다.


그리고 그분이 마지막 남기신 말씀.


"나쁜 시 키들, 그간 내가 매년 평가를 받은 게 몇 번인데 누구도 얘기를 안 해주다니 ”. ㅠㅠ


ㅋㅋㅋㅋ


p.s. 상무님께 이 자리를 빌려 사과드립니다. ㅋㅋ


건강하세요 상무님 ^^

작가의 이전글 Speak Up!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