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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Nov 21. 2019

Speak Up!

비행안전을 위해 부기장은 용기를 내어 자기 목소리를 내어야 합니다. 

기장님! 그만 하십시오! (Captain.I'm NOT comfortable!)

Jay는 공군 수송기 조종사 출신입니다. 이후 민항을 거쳐 외국항공사에서 8년을 지냈으니 제가 하는 말이 근거 없는 말이라 생각하는 분은 거의 없을 겁니다.

오래된 질문 하나를 꺼내 봅니다.
"공군 조종사 출신이 비행을 잘합니까? 민 경력 출신이 비행을 잘합니까?"  

압니다. 이 글을 읽는 몇몇 분들 머릿속에서 벌써


"Jay 미쳤어? 왜 그걸 화재로 올려? 어떤 대답을 하더라도 안티가 생길게 뻔한데~"


그래도 이 질문을 오늘 먼저 꺼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여러분 ^^


먼저 질문에 대한 답을 드리면


"저는 군 조종사와 민 경력 조종사 중 어느 한쪽이 더 우수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공군을 전역하는 모든 조종사는 군 생활중 심각한 과오가 없는 한 거의 모두가 민항에 채용됩니다. 검증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중에는 최고의 TEST PILOT과 BLACK EAGLE조종사부터 간신히 비행훈련을 수료한 평범한 조종사들까지 그 기량의 차이는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이들에게는 한 가지 어쩌면 가장 중요한 강점이 있습니다. 이들의 숨은 강점이 오늘 글의 주제입니다.


CAPT. JAY에겐 인생 멘토가 있습니다. 이분은 지금도 현역에 계신 기장입니다. 오랜 시간 교관 생활을 하셨고 인품이나 학식이나 경력에서 만인의 존경을 받으시는 JAY세대에서는 한 시대의 아이콘 같으신 분입니다.


어느 날 이분이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아픈 상처를 제게 꺼내놓으시고는 교관의 고뇌에 대해 말을 들려주셨어요.


수없이 많은 제자들을 키워냈고 그들 중 대부분이 이제는 중견 기장이 되었음에도 단 한 명의 제자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정말 열심히 하는데 감이 많이 부족해서 솔로를 보내기 전 교관인 난 애가 많이 탔어. 그렇지만 정말 잘라버리기엔 너무 아까웠어. 정말 열심히 하려는 자세가 나를 망설이게 만들었어. 그래서 억지로 억지로 간신히 솔로를 내보 네고 수료시켰는데,......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 말을 하시며 그의 눈이 순간 붉어졌습니다.


이분이 그렇게 힘들게 수료시킨 그 제자분은 거의 연속된 두 번의 중 사고(다른 기종, 다른 기장)에서 공교롭게도 모두 우측석을 지킨 부기장이었습니다.


교관은 자신이 키워낸 제자가 나중에 어떻게 성장하는지 마지막까지 지켜봅니다. 자신의 결정이 옳은 것이었다는 것을 확인하고자, 끝까지 소리 없이 응원하고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가끔은 이런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죄책감에 힘들어하게 되기도 합니다.


"내가 그때 그 녀석을 잘라줬어요 했는데, 그러면 회사에도 승객에게도 그리고 그 녀석 자신에게도 좋았을 텐데"


이 말을 낮게 읊조리는 늙은 교관의 얼굴에 고통스러운 감정이 그대로 묻어났습니다. 교관으로 그가 무덤까지 끌고 갈 후회. 교관이란 그런 자리입니다.


젊은 시절 혈기 넘치는 교관으로 학생을 평가할 때 그는 두 가지를 보았을 겁니다.


첫째, 감이 있는가?(비행의 센스와 원초적인 FLARE의 감각)


둘째, 발전 가능성이 있는가?(최선을 다하려는 자세를 보이는가, 지금은 비록 부족해도 교관 없이도 앞으로 스스로 계속 발전할 수 있는 조종사인가?)


이 두 가지 중 발전 가능성에 그는 무게를 두고 해당 학생을 지도하고 수료시켰을 겁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많이 지나고 사고가 나고, 한 조종사의 인생이 파국에 다다러서야 깨달은, 그가 그때 놓쳤던 마지막 한 가지 항목이 오늘 글의 주제입니다.


JAY는 그것을 [배짱]이라고 봅니다.


"그건 JAY 당신의 지극히 자의적인 생각이지!"
라고 말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결론은 저 자신이 초기 비행교육 중 언제나 마지막에 솔로를 나갔던 한 사람이기에 드릴 수 있는 말입니다. 제가 바로 10명의 학생 중 조종사가 되어서는 안 되는 그 한 명으로 비치던 그 학생이었다는 말을 드립니다. 공군에서의 비행훈련을 기억하는 저의 동기생들은 모두 동의할 겁니다.


저는 비행의 감이 없는 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려는 의지와 자세는 늘 강한 학생이었습니다. 학술 시험에서는 늘 선두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장주 솔로, 기동 솔로, 편대 솔로 등에서 늘 마지막이었습니다. 마지막 편대 솔로는 당시 노승환 중대장님이 자신이 책임지고 데리고 나가주시지 않았다면 훈련에서 도태되었을 상황이었습니다. 저의 담당 교관이 저와의 편대 솔로를 거부했으니까요.


제가 바로 그 경계에 섰던 학생조종사였기에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제가 달랐던 것은, 발전 가능성과 더불어,


공군의 교관들이 다행히 발견해준 "깡과 배짱"이었습니다.


지금껏 비행교육 중 제가 들이받은 교관님이 세분, 라인에서 들이받은 기장님 수는 생각도 안 날 만큼 많습니다. ㅋㅋ


이곳 에미리트에서도 그 이전 공군에서도 중간에 대한항공에서도 저를 아시는 분은


"그놈 똘끼가 있어"라고 기억하시는 분이 있을 겁니다.


저는 아니면 아니라고 말할 줄 아는 학생이었고 부기장이었습니다.


만약 위의 이야기에서 각기 다른 두 명의 기장이 저지른 활주로 이탈사고에서 우연하게도 우측석에 두 번 다 동석했던 그 부기장이


"기장님 그러지 마십시오!"
라고 말할 배짱과 깡이 있었다면 그는 지금도 비행을 하고 있을 겁니다.


교관이 학생을 두고 고민할 때 그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판단과 더불어
그가 앞으로 부기장으로서, 그의 옆에 기장이 제정신이 아닌 짓을 하려 할 때


"기장님 그러지 마십시오, Captain, I'm not comfortable!"
이라고 말할 수 있는 깡이 있는지를 보아야 합니다.


JAY가 감 없는 조종사임에도 이곳까지 온 것은 그 깡이 있었기 때문이고 그 배짱을 알아봐 준 공군의 교관과 선배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군 조종사들의 강점은 바로 거친 공군의 비행훈련을 통해 적어도


"기장님 그러지 마세요!"


라고 말할 배짱은 모두가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간혹 좀 심해서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요. ㅋㅋ


여러분 속에 잠자고 있는 그 배짱을 깨워야 합니다. 좋은 조종사라면 반드시 이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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