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기온이 48도까지 올라가는 사막인 이곳에서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할 곳은 Gym이 유일하다고 생각하고 지내온 내게 올해 시련이 시작되었다. 코로나로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에 아직 운동을 나설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궁여지책으로 락 다운된 석 달 동안은 거실과 부엌을 오가며 매일 한 시간을 다람쥐처럼 걷고 있었다.
그러던 며칠 전부터 아침 해가 뜨기 전 5시 반 정도에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는데 이게 의외로 할만하다. 우선 많이 덥지 않다. 빌라 컴파운드 주위를 한 바퀴 돌면 20분 정도 걸리는데 제법 땀이 나고 운동이 되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운동을 마치고 돌아와 보면 아직 7시도 안되었다. 이렇게 시작한 날은 아주 길어지는 생각지 못한 부수입을 준다.
오전에는 피시 마켓에 가서 오징어와 조개 그리고 게를 사서 돌아와 서둘러 손질을 마치고 우선 오징어는 물 없이 삶아 안주로 쓸 크기로 촘촘하게 잘라 냉동실에 넣어두고 조개는 머금은 모래를 뱉어낼 시간을 주려 소금을 뿌린 물에 담가 어두운 곳에 한나절 두었다가 저녁에 삶아 맛을 보니 그 맛이 놀랍게 달다. 껍질은 모아서 정원의 나무 둥치에 둘러 꾹꾹 눌러두었더니 마치 자갈을 장식으로 두른 듯 멋이난다.
한 달에 한두 번 비행을 하는 통에 남아도는 시간에 어찌할 줄 모르던 차에 다시 길을 찾은 느낌이다.
하루가 길어지니 할 일이 더 보이는 아이러니를 하루하루 마주하니 또한 즐겁다.
어제는 삼 년 전 처음 이곳에 이사 온 후 한 번도 바꾸지 않았던 내 방의 책상을 창가에서 밀어내고 그 사이 새로 생긴 공간에 차를 끓여내는 테이블을 옮기고 구석에는 그간 어정쩡하게 방 한가운데 내버려져 있던 소파를 밀어 넣었다. 그랬더니 그간 보지 못했던 창밖의 풍경이 소파에 앉은 나의 눈높이에서 내려다 보인다. 정원의 나무가 그사이 자라 어느덧 그렇게 높고 가깝게 다가와 있는지 몰랐고 한여름의 더위로 꼭대기의 이파리들이 누렇게 시들어 가는 것도 한 번에 보인다.
마침 가든에 들러 시들어 떨어진 나뭇잎을 불어내는 가드너를 불러서는 비료를 부탁했다. 그에게 부르는 가격보다 조금 더 돈을 지불하였다. 나무들이 너무 웃자라도 가지를 치는 일이 늘어나다 보니 이곳 가드너들은 너무 빨리 자라는 것을 원치 않는다. 어차피 떠날땐 도로 원상태로 돌려놔야 하는 회사 사택이니 나무들이 너무 커버리면 곤란하다.
저녁에 어느덧 올라왔던 반대편으로 해가 떨어질 즈음에 양초 하나에 불을 붙여 창가에 내려 두었다. 창가에 앉아 찻물을 끓이고 유자의 속을 파내고 발효된 홍차를 넣은 이름 모르고 마시는 중국차를 우려내 한잔씩 나누니 시간이 벌써 저녁 8시를 넘어간다.
창밖에 내린 어둠 속에 멀리 노란빛을 내며 늘어서 있는 고속도로의 가로등들이 마치 겨울밤처럼 차분하다.
창에 비친 양초가 하나는 방안에 다른 하나는 방 밖에서 쌍둥이처럼 같이 너울거리며 이 이상한 여름밤의 시간을 태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