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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Nov 21. 2019

호주출신 부기장을 다루는 법

호주의 콴타스 항공은 최장기간 무사고 기록을 보유한 세계 최고의 항공사 중 하나입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조종사들을 곁에서 접하다 보니 어떻게 콴타스가 영국이나 미국 등 항공의 종주국보다 이 부분 우월할 수 있었는지 알겠더군요.

호주인들을 지칭할 때 영어 표현으로
"We make no bones about it."라고 말하는 성격을 보입니다.
한국말로 바꾸면 "아 그 사람 화끈해,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야. 대신 뒤끝은 없어."라는 사람들입니다.  

이 친구들은 비행 중 돌려 말하는 법이 결코 없습니다. 모든 지적은 직접적이고 즉각적입니다. 말을 돌려하지 않으니 오해할 여지를 남기지도 않습니다.


한 번은 친한 호주 친구가 소장(직속상관 BOSS)과 비행을 한 이야기를 하던 중에, 그날 소장이 하도 헤매길래 바로 휠을 뺏었다고 하더군요. 농담이 아닙니다. 이 친구들이 이렇습니다.


객실 승무원들 중에 기장의 지시에 불응하면 한번 얘기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바로 근무에서 배제합니다. 이러다 보니 회사 내에선 악명이 높습니다.


종종 이런 성격 때문에 갈등이 벌어지지만, 저의 느낌은 역시 뒤끝이 없어서 좋습니다. 정당한 지적에는 바로 꼬리 내릴 줄도 압니다.


한 번은 호주 부기장이 저를 잘못 보았습니다. ^^(드라마 도깨비의 대사처럼)


비행하던 중에 바로 저의 조작에 대해서 지적을 시작하더군요. 물론 조언으로 생각하고 웃으며 고맙다고 넘어가려는데 다음에는 제가 비행 중에 감정적으로 불안해 보인다고 하더군요. 이 친구 그 전날 착륙 중에 20피트까지 당김을 하지 않기에 "Flare"라고 콜 한 것에 기분이 상했었나 봅니다. 이 정도 되면 정리가 필요하겠더라고요. 그래서 곧바로,


"말 잘했네. 네가 시작했으니 말해줄게. 너 사람들이 말하는 호주와 비 호주 조종사의 차이라는 것 들어봤어? 나 호주 사람들의 성격에 대해 좀 알아. 뒤끝 없이 화끈한 거. 그 점 존중하고 비행안전에 도움을 주는 조언들 언제나 환영해. 하지만 우리 동양사람들은 상대방에게 조언할 때는 때와 장소를 조심스럽게 골라서 예의를 갖추어서 조언해. 상대방이 오해하지 않도록. 물론 너에게 그 문화의 차이를 따르라고 강요할 맘은 전혀 없어. 그리고 너 나보다 10살 어리지? "


이때 나이 얘기가 나오자 그가 바로


"난 나이 그딴 거에 신경 쓰지 않아. 하지만 그 문화의 차이라는 것이 어떤 건데?라고 질문을 합니다. 이때 그의 눈에서 지금 감정이 아니라, 진정성이라는 것이 보이더군요. 그는 그 순간 정말 알고 싶어 하는 표정이었어요. 그래서,


"그래? 좋아. 오늘 너의 태도는 동양문화에선 아주 무례한 거야. 그럼에도 내가 뭐라고 하지 않은 건 이곳이 한국이 아니기 때문이지. 대신, 솔직히 너의 태도가 나는 많이 불편해. 동양인 기장에게 조언을 하려면 말이야~ 상대방의 문화가 다름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도 먼저 필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문화적 차이에 대해서 몰이해하는 사람들 중에 유독 호주 조종사들이 많아!


그리고 어제 브리핑실 들어오던 널 처음 본 순간, 내가 무슨 생각했는지 알아?"


이 말까지 하자, 그는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놀래서 저를 쳐다봅니다.


"내 속으로, Shi~~~~~~~t!
오늘, 내일 비행 정말~ 힘들겠다고 생각했어. 왜냐고? 같이 비행할 동료와 처음 인사하면서, 마치 똥 씹은 표정에 눈도 안 마주치고 그렇게 브리핑 실에 들어오는 사람 네가 처음이야. 그리고 어제오늘 지금까지 너 나와 얘기할 때 한 번도 얼굴에 미소를 지어 보인적 없는 건 알아? 나 솔직히 네가 아주~ 불편해. 왜 옆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지? 기장이 되어서 리더가 되고 싶으면 옆사람도 배려해야 하지 않을까?"


이야기가 많이 과격해져서는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도 솔직히 속으로 걱정이 되더라고요. 아~ 이거 괜히 시작해서 어떻게 정리하지~ 하고요. ㅎㅎ


이 친구 제 얘기를 다 듣고는


"기장 미안해. 고마워 조언해주어서. 사실 내가 요즘 회사에 실망한 것이 많아서 그래. 그리고 내가 미소를 짓지 않은 것은 어릴 적 이를 다쳐서 치열이 고르지 못해서 그 콤플렉스 때문이야."


이 말까지 듣고는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여세를 몰아서 바로,


"Look at me! " 그리곤 윗입술을 잔뜩 들어 올리고 입꼬리를 끝까지 말아 올려 아주 큰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네가 보기에 내 치열이 이뻐보이냐? 나 역시 마찬가지야. 내 치열이 고르지 않은 건 내 콤플랙스지 다른 사람은 신경도 안 써. 따라 해 봐!. 연습이 필요해. 너 거울 보고 연습해야 해! 그렇지~ 그렇게 어서~ 입꼬리 올리고~ 입술도 더 올리고~ 어서 좀 더! 좀 더~ "
ㅋㅋㅋㅋ


놀라운 건 이 친구 이걸 바로 받아들였다는 겁니다. 호주 조종사들의 이런 면이 전 맘에 듭니다.


그들은 "make no bones about it"하는 뒤끝 없는 사람들입니다.


p.s. 오해 없으시길 위의 사례는 정말 드문 경우입니다. 저 부기장한테 잘해주는 사람입니다. ㅎㅎ


p.p.s 찾아보니 어원이 있네요.


MAKE NO BONES ABOUT SOMETHING


The expression comes from fifteenth century England... if someone wanted to show that they were dissatisfied with something, they would find bones in it - a reference to finding bones in soup, which was not a pleasant discovery!


맘에 안 드는 일을 비판하려들 때, 구실을 찾아 에둘러 말하지 않다 정도로 해석하면 옳겠네요. 저는 좀 엉뚱한 구석이 있는 부기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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