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대피

by 캡틴 제이


지난주에 다녀온 미국의 콜럼버스 공항은 주방위군이 사용하는 군 공항이었다. 20년 전 미공군대학교가 들어서 있던 앨라배마주 멕스웰 에어포스 베이스가 떠올랐다.


하루를 머물고 다음날 이륙을 위해 활주로 북쪽 끝으로 택시를 해가자 그곳에는 아주 오래전 버려진 비상대기실(Alert Room)이 딸린 작은 행가(Hangar:비행기를 보관하는 장소)가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더 허물어져가던 이 건물은 특이하게도 콘크리트로 지은 이글루 타입이 아니라 그저 일반적인 건물로 그 끝에 전투기의 수직 꼬리 날개 부분이 바깥으로 노출되도록 공간을 남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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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을 하며 여러 곳을 다녀보면 의외로 이런 모양의 행거 도어를 자주 만난다. 얼마 전에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아드 공항에서도 비슷한 모양의 행가를 마주했다.


마치 '다 가려도 너무 커서 차마 꼬리까지는 못 가리겠다' 고 귀여운 투정을 부리는 것 같다.


작은 전투기부터 커다란 보잉 747까지 크기도 다양한 격납고에 항공기의 꼬리만 툭 튀어나오게 문을 오려둔? 모습이 우스워서 잠시 항공기를 세우고 사진이라도 찍고 싶지만 늘 그러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이착륙은 조종석 내의 기장과 부기장의 손과 발 그리고 머리가 가장 바쁜 시간이다.


어제는 태풍이 한반도에 올라와 김해에 있던 수송기들과 사천에 있던 훈련기들이 서부 내륙 기지로 태풍 전개를 갔다는 소식을 여러분들이 사진으로 알려오셨다.


언뜻 생각에 이들 항공기를 세워둘 행가가 충분히 있었다면 매번 대피시키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그 많은 항공기를 보관할 행가를 만들고 유지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


태풍 대피를 한 항공기들은 일단 날개에 밧줄을 묶고 바닥에 고정시키는 무링(Mooring)이라고 부르는 고박작업을 하게 된다. 항구에 접안한 배의 이물과 고물에서 밧줄을 내려 고정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항공기는 그 자중으로 평상시에는 이런 작업이 필요하지 않지만 바람이 거친 날은 다르다. 특히 자중에 비해 날개의 크기가 큰 프로펠러 항공기는 특히 거친 바람에 취약하다.


무링중에는 연료탱크에 가득 연료를 채워두어 자중을 늘리는 것도 통상적인 일이었다.


어젯밤은 00 기지의 많은 부사관과 장교들이 태풍 대피를 온 동기생들과 오래간만에 만나 저녁식사를 하며 지난 이야기를 하느라 시간이 부족했으리라.


모르겠다.


코로나로 그마저도 어려웠을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저 많은 항공기는 언제 돌아갈 수 있을까? 뒤 이어 태풍이 다시 올라온다니 이번에는 떠날 때 일주일을 예상하고 옷가방을 챙겨 왔을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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