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가 멀어서인지 몰라도 아프리카는 우리에겐 낯설다.
쉽게 만날 수도 없으니 그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어떤 가치관과 전통을 가진 사람들인지 알 기회가 드물다.
그래서 나는 아프리카 출신 조종사들과 같이 비행을 할 때면 이것저것 질문을 하고 그들이 어떻게 어린 시절을 보내고 조종사가 되었는지를 듣기를 즐겨한다. 유럽이나 북미 호주 조종사들의 성장과정이 우리와 그리 차이가 나지 않으니 흥미가 조금 시들하다.
런던에 같이 다녀온 부기장은 케냐 출신으로 성품이 아주 온화한 젊은이었다.
나와 같이 비행을 하는 아프리카 출신 조종사들은 대부분 4개국 조종사 중 하나다. 케냐, 남아공, 에티오피아 그리고 짐바브웨다. 이 외에도 일부 우리에겐 아름다운 사막으로 유명한 나미비아나, 서쪽 나이지리아 조종사들이 있기는 하지만 아주 소수이다.
수백 년 전 유럽에서 이주한 백인의 후손들인 남아공이나 짐바브웨의 백인 조종사들은 흔하게 만날 수 있다. 이들에게선 사실 유럽인들과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
순수 아프리카 흑인인 케냐와 이디오피안 출신 조종사들은 비행할 때마다 느끼지만 성품이 온화하다. 그 나라 대표 항공사의 카뎃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된 우수한 재원들인 만큼 실력도 준수하다.
어제는 엉뚱한 질문을 했다.
"케냐에 아직 남아있는 오래된 전통에 대해 하나 알려줘."
이런 질문을 처음 보는 사람에게 하고도 이상하지 않은 곳은 이 세상에 아마 항공기 조종실 밖에 없을것이다.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 친구가 그들의 결혼과 관련된 'Dowry(지참금)'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직까지 우린 집안끼리 결혼을 해요. 사귀는 건 자유지만 결혼은 양가 사이에 지참금에 '합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
"합의라니, 지참금이라면 뭐 소나 양 그런 게 오고 가는 건가?"
어디에서 들은 이야기는 있어서 설마 하며 물었다.
"맞아요. 소 몇 마리로 할 것인지, 양은 몇 마리로 할 것인지를 먼저 결정합니다."
"소나 양의 마릿수는 그럼 어떻게 결정하는데? 출신 집안이나 미모 이런 걸로 하나?"
"만약 대학을 나온 경우나 좋은 직장을 다니는 경우 외국에서 대학을 나온 똑똑한 여성이라면 마릿수가 늘어납니다. "
여기까지는 이해가 되었다.
"그럼 지참금을 받는 이유는 뭐지?"
"전통적으로 여성을 노동력으로 생각을 하는 것이죠. 일을 하고 또 아이를 낳아주니 여성을 받아들이는 신랑 쪽 가족이 그 값을 치러야 한다는 개념일 겁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고 속으로는 그럼 소와 양들을 몰고 가 신부집에 직접 전해주는 모습이 그려졌다.
내 마음을 읽었는지 그가
"마릿수가 결정이 되면 그 다음 더 중요한 합의를 해야 해요. 이제 소와 양의 가격을 결정해야 합니다. 그 가격을 결정하면 최종 금액을 실제 양과 소가 아닌 '돈'으로 지불해요."
여기까지 이야기 한 그가 자기가 생각해도 재미있는지 씩 웃으며 한다미들 더 한다.
"그리고 벌금도 있어요."
"벌금?"
"예. 벌금이요. 만약 신부가 결혼을 치르기 전에 임신을 하게 되면, 물론 정혼한 남자의 아이를 결혼 전에 임신하면 신랑 측 가족에게 벌금을 내야 합니다. 결혼을 치르지 않고 만약 사실혼 상태로 아이를 낳는 일이 벌어져도 역시 아이 한 명당 정해진 벌금을 신부 측 가족에게 지불해야 해요."
마지막으로 그가 한 말을 듣고는 결국 참고 있던 웃음이 빵 터졌다.
"할부도 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