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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Nov 21. 2019

눈 돌리지 마세요!

조종사의 주변시 검사

조종사의 MEDICAL이야기, 지난번 귀에 이어서 오늘은 그 두 번째 ‘눈’입니다.

제가 2003년도 대한항공에 입사할 당시 눈 검사만 4시간 정도를 하더군요. 공군에서 어제까지 비행하던 조종사들을 눈 검사에 하루 반나절을 꼬박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보고, 전 그때까지 한국에 그렇게 안과 검사장비가 많은지 처음 알았어요.
그 당시 회사의 의료원장이 들려준 이야기,  

”사람의 눈에는 망막이 다섯 겹이 있어요. 호호. 그런데 여기 오늘 입사하신 분들은 단 한 겹의 망막도 손상되지 않으신 분들입니다.”


겁먹진 마세요. 특별했던 해였습니다. 그 해엔 전역을 신청한 조종사 중 절반만 채용했으니까요.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눈 검사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이 바로 주변시 검사입니다.
속이 빈 둥근 공을 반 뚝 잘라놓은 것 같은 곳 중앙에 걸어둔 턱받침 대에 얼굴을 고정하고 오른손에는 한쪽이 컴퓨터에 연결된 버튼을 들려주고는 대부분 간호사가 속사포처럼 얘기합니다.


"중앙에 점을 응시하시고요. 절대 검사 중에는 눈을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구의 표면에 불빛이 반짝이는 것이 보이시면 버튼을 누르시면 됩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불빛이 반짝인다고 그쪽을 보시면 안 됩니다. 그러면 에러가 나서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해요."


"아니 그럼 눈은 언제 깜박이나요?"


"불빛이 반짝이는 사이사이에 알아서 빨리 깜박이셔야 해요."


검사가 시작되고 머리 위에 불빛을 여기저기 쏘아주는 작은 프로젝터가 짧게 윙, 윙 소리를 내며 움직일 때마다 그 움직임이 멈추면 여지없이 360도 어디선가 불이 반짝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의 눈이 무언가 주변시에 갑자기 나타나면 자연스럽게 눈이 그쪽으로 따라갑니다. 한두 번 눈이 움직이면 여지없이


"아~ 눈 돌리지 마세요. 말씀드렸잖아요. 눈 돌리면 안 된다고요. 다시 할게요. "
ㅠㅠ. 무서운 간호사 아가씨. ㅠㅠ
어찌어찌 억지로 본능을 참아가며 검사를 마치면


"수고하셨습니다. 정상이세요."


"후~~~"


이게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의 조종사 '주변시 검사'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가 물을 건너와 낙타가 다니는 이곳에서 일하려고 신체검사를 처음 받던 날, 안과 검사를 위해 들어간 곳에 별로 특별한 장비가 없더라고요. 그 흔한 주변시 검사 장비 비슷한 것도 안보이길래 어디 다른 곳에 가서 정밀검사를 하려고 그러나 하던 차에


땅딸한 필리핀 간호사가 말하기를


"자 지금부터 주변시 검사를 할게요."


주위를 한번 다시 둘러보고는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제가


"여기서~~~ 주변시 검사를 한다고요?"


"예에~, 자 움직이지 마시고 제 눈을 똑바로 바라봅니다. 눈 돌리면 치팅입니다. 그러면 다시 할 겁니다."


그리고는 양손을 쫙 펼쳐서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딱 멈추고는,


"어느 손의 몇 번째 손가락일까요~~~~?"


장난치는 줄 ㅋㅋㅋㅋ


"오른손 세끼요."


활짝 웃으면서 그녀가,


“기장님 정답입니다. ‘정상’이세요.” ㅋㅋㅋ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는 눈 운동법을 소개할게요.


저도 이제 나이가 50이다 보니 노안이 온 지 몇 년 되었는데도 아직까지 이운 동 덕택에 안경 없이 버티고 있습니다.


먼저 손가락을 앞으로 뻗어서 그 끝을 응시하시고요. 손가락을 서서히 앞으로 당기면서 눈을 가운데로 모읍니다..
이렇게 안구를 움직이는 근육을 운동시키다 보면 가까이 있는 글씨가 겹쳐 보이는 노안 증상이 개선됩니다.


지금 해볼게요. 멀리 보다가 천천히 사팔뜨기처럼 눈을 모아서 평소에 쓰지 않던 근육을 사용합니다. 운동 전과 후에 가까이 있는 글씨를 읽어보시면 그 차이를 확연히 느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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