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과학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징크스(JINX)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처음 대대에 전입하고 보니 이상한 징크스가 하나 있더군요.
‘H대위와 C 대위를 절대로 같은 비행에 넣지 말 것! 이 둘이 같이 비행하면 뭔가 일이 터진다.‘
이 이야기는 해가 바뀌어도 어쩐 일인지 사그라지지 않았습니다.
새로 대대에 후배들이 전입해 오고 그 후배들이 스케줄 장교로 당번을 하게 되면 한번 하는 선임들이 반드시 몇 번이고 당부를 하곤 했습니다.
"이 둘은 절대로 한 비행에 넣지 마라."
작전계장이 바뀌고 비행대장이 바뀌고 또 대대장이 몇 번을 바뀌어도 이 해괴한 징크스만큼은 감히 깨려고 들지 못했습니다.
하루는 신입 조종사가 물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두 분이 비행을 같이하면 안 되는 거죠? 둘이 사이가 안 좋나요?"
"아니야. 둘은 아주 친해. 문제는 그게 아냐. 예전에 C-123가 운영 중일 때야. 어쩐 일인지 그 둘만 같이 비행을 올라가면 꼭 일이 터지는 거야. 하루는 엔진이 꺼지고 그다음엔 황당한 결함으로 임무를 포기하고 돌아오거나 하는 일들이 계속 벌어지니까 급기야 그 당시 대대장님 명으로 다시는 같이 비행을 못 하도록 한 거야."
"에이, 그런 게 어딨어요?"
"어허, 그런 게 아니래도. 그 둘한테 물어봐. 절대로 같이 비행을 안 하려 들 거야. 누구보다도 본인들이 더 잘 알아."
그렇게 오랫동안, 이 둘은 같은 대대의 선후배이지만 결코 같이 비행을 하지 않는 이상한 일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운 대대장이 그날은 한참을 스케줄을 고민하다가 작전 계장과 스케줄 장교를 호출했습니다.
"오늘부터 제한을 풀고 둘을 같이 임무에 내자! 그러지 않고는 도저히 스케줄이 안 나오잖아! 미신일 뿐이야~"
많은 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음날부터 이 둘은 다시 동승해 비행을 시작했고,
그리 오래지 않아,
이 둘의 마지막 비행(?)은 지금까지도 공군 수송기 조종사들 사이에서는
'비상 처치의 교과서적 예'로 남아있습니다.
그날 청주기지에 접근 중이던 이들의 CN235는 한쪽 엔진에 화재가 발생해 비상착륙했습니다. 이번엔 피해의 규모도 엄청났습니다.
사고 후 항공기는 6개월이 넘는 기간에 걸쳐 해당 엔진과 윙 구조물 전체를 교체해야 했으니까요.
그해 공군 조종사의 최고의 영예인 WELL DONE 상이 수여되기도 했지만 정작 이 둘은 이후로 한동안 눈치가 보여서인지 휴게실에서 조차 서로를 피했습니다.
사고 후 이들은 어떻게 되었냐고요?
군을 떠날 때까지 다시는~~ 같이 비행하지 못했습니다. ^^
승객들로서는 아주 다행스럽게도 이들은 현재 서로 다른 항공사에서 안전하게 근무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