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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Nov 21. 2019

북한 그리고 러시아 관제사와의 추억

북한 그리고 러시아 관제사와의 추억

2000년대 들어 북한과 사이가 갑자기 좋아졌던 시기가 있었죠? 그때 잠시 미국에서 돌아오는 민항기들이 북한 영공(정확히는 FIR)을 통과해 인천으로 돌아오는 일이 가능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날은 새해 첫날이었고 이런 날은 관제사분들이 일이 더 힘들어집니다. 모두가 새해 인사를 하고 그 답사(?)를 듣고 싶어 하거든요. 온종일  

"Happy New Year,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를 반복하면 아마 자다가도 중얼거릴 듯하네요.ㅎㅎ


새해 첫날 미국에서 돌아오던 비행기 안에서 북한 영공에 진입하며 평양 컨트롤 관제사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를 조심스레 건넸더니
곧바로


"조종사 동무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요"라고 인사를 받더군요.
기장님과 서로 바라보면 "오호~~~~~"하며 웃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서 우리 북조선 동무들이 싫어하는 분들이 정권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급기야 북한 영공에서 미사일들이 동해를 향해 발사되는 일들이 벌어지기도 하고 북한 영공을 통과하는 남조선 괴뢰의 민항기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는 ㅋㅋ 황당한 발표가 있기 얼마 전에 다시 또 한 번 마지막으로 북한 영공을 통과하는 비행이 있었습니다.
제가 아니라 이번엔 다른 동료 조종사에게 들은 얘기.


"평양 컨트롤, 안녕하십니까, Korean Air 000 Position............"
이렇게 몇 번 교신하자 북한 관제사가 냉전 시대 모드로 어느새 바뀌어서는


"동무는 말이 너무 많아. 원래 하게 돼 있는 말만 하세요!"


ㅋㅋㅋ
그리고는 며칠 안되어 북한 영공이 바로 폐쇄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음은 어느 사람 냄새 폴폴 풍기던 러시아 관제사와의 대화입니다.


그해는 777 항공기에 핸드폰으로 치면 문자메시지 기능의 CPDLC라는 데이터 통신장비가 처음으로 운영되던 해였습니다. 관제사나 조종사나 이 신기한 물건을 어떻게 사용할지 아직 그 절차가 완성되기 전이었습니다. 절차가 만들어지면 그다음부턴 사람 냄새가 안 나지요. ㅎㅎ


미주에서 귀환하던 777 안에서 시베리아 상공으로 들어서며 ‘마가단’ 관제소에 CPDLC를 최초로 연결했습니다.


그리고 위치 보고를 막 보내자 '띵' 경쾌한 소리와 함께 마가단 관제소로부터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아주 짧은 문자였습니다.


"HI~"


기장님과 이걸 보고 한참을 웃다가 우리도


"HI"하고 문자를 바로 보냈죠.
그러자 이번엔 ㅋㅋ 지금도 웃음을 참을 수가 없네요.


"HOW ARE YOU"
지금부턴 그냥 대화 수준입니다.


"IM FINE AND YOU"


그다음 문자가 바로 올라왔습니다.


"ITS VERY COLD HERE" ㅋㅋㅋ �


이제는 이런 문자 놀이 못 합니다. 처음이라 그러고 놀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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