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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Nov 21. 2019

조종사들은 이렇게 공부합니다.

“FOM을 영문판으로 보세요!”

대한항공에 처음 입사하고 매뉴얼을 수령할 때 누군가가 제게 한 조언입니다.

“처음엔 한글판과 영문판 두 개를 비교해 보시고 이해가 되면 한글판을 반납하세요.”  

그분이 누구였는지 어떻게 그런 조언을 하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저는 한국에서 비행하면서도 매뉴얼은 영문판으로 소지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이 소문 때문인지 입사 1년 후에 FOM의 한영 문 판의 내용을 비교 검토해 문제를 찾아내는 PUBLICATION AUDITOR가 되었으니 삶이 참 묘합니다.


이후 저는 매년 실시하는 사내 정기 구술평가에서도 영문판 FOM을 그대로 가지고 가서 평가를 받았습니다.


공군을 전역하기 전 전수과정에 들어가서도 미국에서 구매한 COMMERCIAL과 INSTRUMENT FLYING 원서를 수업과 병행해 공부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뜻이 맞았던 선배 분과 같이 미국 애리조나의 비행스쿨에서 ATPL을 취득했습니다. 이후 항공법과 구술시험을 보고 한국 라이슨스로 전환하였습니다.


구술시험의 평가관이 제가 한국 ATPL필기시험 전 과목을 치른 줄 알고는 고생했다고 하시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그분이 물어보았던 내용은 대한항공의 FOM을 벗어나지 않았으니 답변에 전혀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이상은 제가 에어라인 부기장 시절 원서로 공부를 했던 과정입니다.


저는 항공 관련 과목 공부를 항상 ‘영문 원서’로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10여 년 전 한국의 항공 자격시험에는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시험을 치르는 사람이 마땅히 참고할 공식 매뉴얼도 없었고 단지 그전에 시험을 치렀던 사람들이 적어 나온 일명 ’ 삼국지’에 그들이 생각하는 답을 마크한 조잡한 복사물이 전부였습니다.


저는 일찌감치 이런 공부는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고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몇 달을 준비한 끝에 미국에서 ATPL 필기와 실기를 마쳤습니다.


이렇게 철저하게 영문으로 항공 공부를 했고 간행물 AUDITOR라는 직책을 수행하였던 덕분에 마지막에는 외항사 시험에서도 특별한 준비 없이 한 번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조종사 라이슨스 취득과 관련하여 공부를 하시는 분들께 드리는 조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 조잡하게 복사된 삼국지(근거 없는 개인 창작물)를 참조해 시험공부를 하지 마십시오.


시험은 통과할지언정 비행 생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머리에도 남지 않습니다. 항공은 이해하여야 하는 곳입니다. 시험 통과를 위해 무조건 암기만 하려 들면 반드시 실패하는 분야입니다.


- 그리고 꼭 영문원서로 비행 원리부터 차근차근 공부하십시오.


25년이 지난 지금도 후배들로부터 ADVERSE YAW 나 PARASITE DRAG, P FACTOR 등에 대한 질문을 받습니다. 공부에는 때가 있고 그때 제대로 이해하는 공부를 하여야 합니다.


- 가능한 회사의 FOM도 영문판으로 보십시오.
한글로 이해하는 규정은 확장성이 결여됩니다. 관련된 자료를 좀 더 찾고 싶어도 영문 구글링을 바로 할 수 없게 됩니다.


- 가능하면 사업용과 운송용 면장을 미국에서 취득하십시오. 그리고 국내 면장으로 전환하십시오.


특히 해외 항공사를 꿈꾸는 분이시라면 나중에 위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을 알게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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