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는 비행 지식을 기꺼이 글로 바꾸어 나누고,
하루가 멀다 하고 상담을 요청하는 메시지들에 할 수 있는 성의를 다해 답을 하는 일이
나로서는 이 세상이 선하다는 믿음에 기초한 것이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나를 떠 받쳐주고 있는 그 근본이 페북으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다.
‘비행만 했으면 정년은 무사히 마칠 수 있을 텐데’ 하는 두려움.
솔직히 언제까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나도 모른다.
특히 한국에서 에어라인 기장이 페북에 글을 쓰는 일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힘들어하는 한 선배의 글을 보니 저렇게 강한 선배도 흔들리는데 그간 힘들어했던 나는 정상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운항 중인 항공기에서 승객들이 더 이상 칵핏에 접근할 수 없듯이 페북에서조차 글 쓰는 조종사들이 하나 둘 줄어든다면 기장과 승객 사이에 남는 것은
그저 무미건조한 기장의 PA 몇 마디가 전부일 것이다.
"승객 여러분 기장입니다. 오늘도 저희 000 항공을 이용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오늘 예정된 비행시간은.....”
누군가 모른 척 눈감아 주어야 계속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시대의 비행은 훗날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컴퓨터의 숫자' 로만 남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