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사에서 일하던 시절에 외항사 승무원들과 공항에서 마주칠 때면 부러웠던 것이 하나 있다. 딱히 외항사라고 해서 우리가 꿀리거나 할 일이야 없었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분명 못마땅했다.
승무원들을 돋보이게 드러내는 유니폼에서는 어디 내놔도 전혀 꿀릴 것이 없는 회사들이 왜 저 멋진 셈소나이트 레이오버 가방을 하나씩 폼나게 손에 들려주지 않는 것인지 그때나 지금이나 이유를 알 길이 없다.
‘그것 없이도 우린 잘 지내왔으니까’라는 구태의연한 누군가의 고집 때문이었을까.
커다란 수트 케이스로도 모자라 그 위에 개인 가방까지 줄줄이 매달고 다니던 뚱뚱한 외항사 승무원들을 보면서 솔직히 부러웠다.
레이오버를 끝내고 돌아가는 그들과 마주치기라도 하면 그 속에 가득 사서 담았을 선물들과 각종 쇼핑리스트들이 훤히 보이는 듯 그들의 손에 끌려가는 가방들이 하나같이 묵직해 보였다.
턱없이 작은 가방에 3박 4일 레이오버 동안 쓸 물건들을 불평 없이 꾹꾹 알뜰하게 눌러 담았을 그 당시 승무원들을 상상하니 마음에 밟힌다. 젊은 승무원들이 얼마나 사서 담아가고 싶은 것들이 많았을까.
그때나 지금이나 조종사들은 상황이 나았다. 비행 가방에 추가로 기내 가방보다 좀 더 큰 개인 레이오버 가방을 별 다른 제한 없이 붙여 끌고 다닐 수 있었으니 말이다.
폼나게 해주자. 저렇게 사진처럼 늘어놓으니 근사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