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캡틴 제이 Oct 22. 2022

하드 랜딩


"당겨, 당겨 당겨!"


'쾅'


정말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심한 충격에 잠시 정신이 아득했다.


다행히 항공기가 충격에 다시 떠오르는 바운싱은 없었다. 노즈 기어도 떨어뜨리지 않은 채 그대로였다.


하지만 느낌은 분명 '펌 랜딩' 그 이상이었다.


부기장은 잠시 후 노즈를 서서히 지면에 내리고 활주로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물 흐르듯 개방했다.


"스피드 브레이크 업, 리버 서스 노말, 식스티 나트!"


그 짧은 순간에 마음속에는 왜 그 순간 나는 조종간을 잡아채지 못했을까 쓰라린 후회가 밀려왔다.


충격에 놀랬지만 항공기는 계속 이동 중이고 그때마다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하드랜딩이었는지 아닌지는 이 순간 중요하지 않다.


택시 웨이에 접어들어 심리적 안정을 찾아갈 때 즈음 부기장이 참아왔던 질문을 내뱉었다.


"하드랜딩인가요?"


"음..... 게이트에 진입할 때까지 어떻게 할지 생각해볼게. 잠시 시간을 줘."


난 그를 돌아보지도 않고 이 말을 짧게 뇌 깔였다.


그의 감정을 배려하고 할 여유가 나에겐 없었다.


15 나트 속도로 택시를 지속해 게이트로 이동하는 약 10여분 안쪽의 시간 동안 나의 머리는 무수히 많은 경우의 수를 따져보느라  그 순간엔 그의 기분을 챙겨주고 할 겨를이 없었다.


하드 랜딩이었는지 아니었는지를 구분하기 위한 방법들이 떠올랐지만 결국 판단은 조종사가 아닌 정비 컴퓨터에 찍힌 G값이다라는 기억이 떠올랐다.


엔진을 정지하고 시트벨트 싸인을 끈 뒤에 지상에서 정비사가 인터폰에 연결을 하고 인사를 건네 왔다.


"기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초크를 고였습니다."


이제 기장이 항공기의 상태와 정비 로그에 특별히 기입할 사항이 있는지를 알릴 시간이다.


"안녕하세요. 파킹 브레이크 세트 한 상태이고요. 항공기 상태 좋습니다."


난 습관처럼 Aircraft condition is Good!이라고 말해버렸다. 얼핏 실수로 내뱉은 말 같지만 사실은 그 순간까지도 방금 전 거친 충격이 하드 랜딩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 컸을 것이다.


"우선 캐빈에 산소마스크가 드롭이 된 것이 있는지 확인해주겠어?"


부기장에게 우선 이 일을 지시했다.


승객의 하기가 진행 중인 상황이었지만 오래지 않아 캐빈에서 답이 돌아왔다.


'캐빈에 산소마스크나 오버해드 빈 도어가 충격으로 열린 것은 없어요. 기장님."


"흠...."


난 다시 한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내뱉었다.


산소마스크나 오버헤드빈 도어가 열렸다면 하드 랜딩으로 볼 충분한 근거가 될 거라는 생각이었지만 오늘 랜딩의 충격은 펌 랜딩과 하드랜딩의 경계선에 놓여있었다. 나의 느낌이 맞았다. 애매한 상황이다.


"후~~~~"


다시 한번 한숨을 한번 길게 내 쉬고 마침내 내가 입을 열었다.


"오늘 우리가 가장 피해야 할 최악의 상황은 이 정비 로그에 아무것도 기입하지 않고 항공기를 떠난 뒤 정비에서 하드랜딩이었다는 근거를 찾아내는 일이야. 이 경우 우린 분명 처벌을 받게 될 거야. 그건 이해하지?"


"예. 이해합니다."


그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대답했다.


"하드랜딩이라고 적을게. 그 결정은 우리가 아닌 정비가 착륙 시 데이터를 분석해 찾아내는데 내가 알기로는 시간이 좀 걸려. 운이 좋으면 우리가 항공기를 떠나기 전에 확인할 수 있을 거고. 아니라면 나중에 우리에게 연락이 오겠지. 미안하지만 하드랜딩이라고 적을게."


"아닙니다. 이해합니다. 기장님."


나는 테크 로그에 아직 빈칸으로 남겨졌던 결함란에 대문자로 한자, 한자 크게 적어 내렸다.


"HARD LANDING"


하드 랜딩이 의심됨이라는 의미의 Suspected라는 말은 이곳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이제 정비의 데이터 분석을 기다려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못 갑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